지나 온 날들에 대하여 망각하려고 하는 일들보다 기억해 내려고 하는일들이 더 많다면 잘 산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의 일들에 대하여 떠올리고 싶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다. 아예 영원히 묻어버리고 싶은 일들도 있다. 그러나 인생을 열심히 잘 산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한다. 과거에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많기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대충 산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일들이 별로 없겠지만, 잘 산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는 일도 많고 추억해 낼 수 있는 일도 많다.
오늘 당신이 죽었다고 가정하고 장례식 풍경을 생각해 보자. 당신은 몇 살이고 왜 죽었는가? 장례식에는 누가 와 있는가? 장례식 집도는 누가 하고 있는가? 아이는 있는가? 가족은 어떤 얼굴인가? 친구들은 뭐라고 하는가? 그들은 마음 속으로 당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가?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불리는가? 그들의 말에 만족하는가? 당신은 평생 무엇을 했는가? 당신이 왔다 간 이 땅에 당신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 단 한가지라도 있는가?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내가 죽었다고 가정하고 내가 몇 살에 죽고 장례식에는 누가 와 있으며 장례식을 누가 인도하고 자녀들은 얼마나 있으며 가족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고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추억하는가가 중요한가? 악인이 죽어도 조문객은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람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그리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내 장례식에서 대우 받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내 머리 속에 들어가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페이스 북이라는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의 삶과 감정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한다. 그런데 페이스 북을 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어디 가서 맛 있는 것을 먹은 사진이나 색다른 풍경, 셀카 사진, 어디 놀러 가서 찍은 사진 같은 것들이다. 물론 그런 것이 보통 사람의 일상의 삶이겠지만, 무엇을 먹었다거나 어디를 갔다거나 하는 것들이 오래 동안 자기의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없다.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것은 도전과 실패와 아픔과 슬픔의 이야기이다.
요즘도 많은 가요들이 쏟아져 나온다. 컴퓨터 음악이 발전해서 이제는 누구나 손 쉽게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노래의 가사들은 너무 가볍고 의미가 별로 없다. 때로는 리듬을 너무 살리다 보니 가사가 빈약하거나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7080 시대에는가사들이 참 의미가 있었다. 70년대 80년대는 사람들의 삶이 어려운 시대였다. 그 어려운 시대에 노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혹은 좋지 않게 변해가는 시대에 일침을 가한다거나,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잘 살아서 그런지 가요들을 들어보면 그 가사의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추억은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추억은 열정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추억은 열정이 넘치는 젊을 때 만들어내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찾는 사람들도 많고 부르는 곳도 많다. 그 시절이 다 지나면 뭘 할 수 있는 기회도 줄고 찾는 사람도 없고 불러주는 곳도 없다. 그래서 추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기는 젊은 시절이다. 젊었을 때 도전하고 추구하고 실패해 보지 않는 사람은 늙어서 추억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