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 크게 건축을 한 교회들이 많이 생겼다. 목사님들이 어떻게든 빚을 얻어서라도 크게 교회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이유에 대하여 들었다. 듣고 생각하니 이해가 갔다.
내가 불교를 믿어보려고 절을 찾는다고 생각해 보자. 작은 절은 뭔가 들어 가기가 꺼림직 하다. 그러나 크게 지어놓은 절, 오래 된 절은 뭔가 믿음직스럽고 이상하지 않고 들어가도 실패할 확률이 적어보일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절에 가고자 하면 지역에서 잘 알려진 오래된 큰 절에 가는 것이다.
교회에 다니려는 사람들도 교회를 찾을 때 작은 교회, 개척 교회는 이상하게 보이고 뭔가 가기가 꺼림직하다. 그러나 크게 지어 놓은 교회, 아름답게 꾸며놓은 교회, 오래된 교회는 좀 더 부담 없이 가게 되는 것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분이 감리교회에 다닌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건물을 여러 번 크게 증축했다고 한다. 빚을 얻어서라도 크게 지어 놓으면 크게 지어놓은 만큼 더 많은 사람이 교회에 찾아 온다는 것이다. 100석이던 교회 예배당을 300석 예배당 건물로 지어 놓았더니 얼마 안되어 300석이 다 찼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걱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진천의 모 장로교회에서 인근에 더 큰 예배당을 지어 놓고 이사를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도들을 빼앗길 위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현상 때문에 진천의 여러 교회들은 경쟁적으로 큰 예배당을 짓는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교회는 빚으로 예배당을 짓는다. 그 빚은 예배당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 의하여 갚아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판단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은 무엇이든 깊이까지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 한계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무시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을 한다.
대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이력서를 낸 사람들의 이력서나 자기 소개서, 혹은 면접만으로 그들의 능력이나 성품을 판단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1차적으로 서류를 보면서 합격, 불합격을 분류하게 되는데, 그 많은 지원 서류들을 일일이 다 검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신입 사원을 뽑는 사람들은 이력서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만 본다. 학력, 경력, 자격증. 학벌이나 학교 인맥을 중요시 여기는 회사라면 서울대를 졸업했다고 적힌 이력서를 우선 합격으로 분류해 놓고, 나머지 이력서는 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 것이다. 이것은 채용하는 사람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건 사람을 채용하는 사람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자신들의 한계이다.
사람은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면접관들 10명 중 6명은 지원자들의 인상을 보고 감점을 시킨 적이 있다고 한다. 학벌과 실력이 있어도 면접에서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합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상이 안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면접을 보러 가는 사람들은 굳은 표정을 풀고 부드러운 얼굴을 연습해야 한다. 아니면 샵에 가서 마사지라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람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정확한가?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걸리지 말아야 할 병은 치매라고 한다. 건망증은 걸려도 되지만 치매는 걸리지 말아야 한다.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는 이렇다.
내가 리모컨을 손에들고 있으면서 리모컨을 어디다 놔뒀더라? (건망증)
내가 리모컨을 보고 이게 뭐하는 물건이지? (치매)
나는 볼펜을 귀에 꼽고 일을 하다가 볼펜을 잃어버렸다고 난동을 피운 적이 있다. 그러나 볼펜이 글을 쓰는 물건이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건망증은 있지만 치매는 아니다. 치매는 사물의 본질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한국 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한국이 나라인지 아닌지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우리 교회는 오늘 바자회를 한다.
바자(bāzār)는 원래 옛 페르시아의 공공 시장을 뜻하는 말이었다. 바자라는 말 자체가 페르시아어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점점 의미가 변하면서 미국에서는 불우이웃 돕기 모금을 하거나 공익 사업을 하는 데 드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자선 시장의 뜻으로 바뀐 것이다. 아나바다 운동과는 조금 틀린 것이다. 아나바다 운동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절약 운동이다. 아나바다 운동의 목적은 절약이다. 그러나 바자회의 목적은 자선이다.
우리 교회는 작년에 했던 것 처럼 오늘 오후에 또 바자회를 하는데, 진천의 어느 교회도 어제 바자회를 했다고 한다. 그 교회의 집사님이 강경까지 가서 젖갈을 500만원어치나 사가지고 와서 판매를 했다고 한다. 내가 쓰는 확성기까지 빌려 가서 젖갈 장사를 했다고 한다. 예상 수입금은 600만원이라고 하는 데 달성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교회는 바자회를 하지만 매년 적자를 보았다. 여하튼 이번에 바자회의 수입금은 소망의 집 식구들에게 유니폼 같은 추리닝을 하나 씩 선물하는 거라고 하는데, 목적이 자선이니만큼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떤 교회가 바자회를 열었으면서도 자선의 목적은 생각이 나지 않고 이익을 남기려는 생각만 난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 치매에 걸린 것이다. 바자회라는 행사의 본질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에 난 기사이다. 어떤 사람들이 교회 목사님을 꼬셔서 교회에서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다 챙겨 달아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먼저 담임 목사님과 친분을 맺거나 다른 교회의 독실한 신자친 것 처럼 행세하면서 목사님과 장로님들을 꼬셔서 바자회를 연다는 것이다.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교회에 헌금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땡처리 물건들을 들여와 비싸게 팔고 난 뒤 교회에 전기세 명목으로 약간 주고 도망친다고 한다. 어떤 교회에서는 2억 여원을 팔았고, 어떤 교회에서는 8억원을 팔았다고 한다. 그리고 교회에는 바자회를 열어서 손해만 봤다고 거짓말 하고 300만원, 1000만원만 주고 도망친다는 것이다.
서울 망우동의 모 교회도 바자회 사기를 당했는데, 자신들을 연세 중앙교회 교인이라고 소개한 사람들이 탈북자를 돕는 목적의 바자회를 열고 싶으니 장소를 빌려 달라고 했다. 수익금은 감사헌금으로 돌려 준다는 말에 교회가 혹하여 일주일 동안 지하 6층에서 지상 10층의 교회 건물 전체를 바자회 장소로 제공했다. 그들은 땡처리 물건들을 팔아 8억원을 벌고 나서 돈을 벌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한 후 전기료 천 만원만 주고 도망쳤다. 이 사람들은 나중에 땡처리 옷들을 파는 업자들로 드러났다. 그러나 교회는 그들을 고소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교회가 수익 사업을 한 것이 드러나면 법에 걸려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런 먹튀 땡처리 사기단이 전국에 80여개나 된다고 말했다.
교회가 욕심에 어두워 바자회 행사의 본질을 잊어버린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 치매에 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