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똘로메이 형제들” 후원회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이 코로나 전염병 상황에 모두들 얼마나 고생이 많으신지요. 이런 가운데서도 저희를 위한 기도와 후원을 이어가시는 모든 분들께 어떻게 저희 고마움을 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지난 6월 15일 6개월간의 양곤 체류를 마무리하고 최종 목적지인 이곳 삔우린으로 무사히 올라왔습니다. 바로 그날 미얀마에서도 도시간 이동 통제령이 풀려서 9시간의 자동차 여행 끝에 이곳에 도착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저희가 여장을 푼 곳은 한 교민께서 운영하시는 “쉐 에잉 낭(Shwe Eain Nann)”이란 이름의 작은 호텔입니다. 애초 여기서 사나흘 정도만 머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체류 허가기한이 7월 5일자로 만료되는 바람에 연장 신청을 먼저 해야 셋집 계약이 가능하단 걸 알았습니다. 해결책을 찾으며 여러모로 동분서주한 끝에, 바로 어제 연장된 기한의 체류허가증이 며칠 안으로 나오게 될 것 같단 연락을 양곤의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언제 끝날지 모를 여관생활을 이어가느라 여러분께 미처 소식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체류허가증을 다시 받으면 먼저 1년 기한으로 셋집을 얻을 생각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수도원 땅도 이미 구입이 되어, 바로 그리로 들어갔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전염병이 저희 모든 계획을 멈추어 버려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셋집은 총아빠스님의 뜻에 따라 입회할 미얀마 청원자들도 고려해서 방 4-5개 정도의 규모가 될 것입니다. 이 집에서 약 1년 정도 미얀마 젊은이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인근에 수도원을 짓기에 적합한 땅을 찾아 구입할 생각입니다. 동시에 건축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요컨대 셋집 생활 1년이 끝날 때면, 이미 마련되어 있을 수도원 땅에 당장 살 집 정도는 짓는 것이 저희 당면 목표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획이요 희망일 뿐, 삶의 흐름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갈 진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섭리에 내맡기며, 보통 순리(順理)를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의 인도에 열린 마음으로 순종할 따름입니다.
저희가 도착해 있고 앞으로 살 이 ‘삔우린’이란 도시는 인구 약 20만에 해발 약 1,100미터의 고산지대에 있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날씨가 선선해 휴양지로 이름이 높았고 영국 식민치하에선 총독부도 여기 있었습니다. 당시 영국인 총독이 ‘메이(May)’ 대령이었대서 지금도 ‘메이묘’라 불리기도 합니다. (‘묘’는 미얀마어로 ‘도시’란 뜻입니다.) 미얀마 제 2의 도시 만달레이는 여기서 서쪽 방향, 자동차로 약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만달레이 대교구 소속인 삔우린에는 두 개의 성당이 있고, 중심가 쪽으로는 인도계 미얀마인들이 다니는 이슬람교 모스크와 힌두교 신전도 있습니다. 개신교회도 꽤 많이 있고요. 그러니까 불교국가인 미얀마이지만 의외로 여러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인근 절과 모스크의 확성기에서 불경독송과 ‘아잔’(이슬람 기도문) 소리가 사이좋게 번갈아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면 묘하게도 기분이 평화로워집니다.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저희가 여기 온 것은 만달레이 대교구 마르꼬 띤 윈 대주교님의 초대 덕분입니다. 주교님은 오래 전부터 미얀마교회에 삶으로 수도승생활을 증언해 줄 저희같은 수도회를 기다리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오랫동안 그리스도교 명상(Christian Meditation)을 실천하시면서 미얀마 교회의 영적 심화에 이바지해 오고 계셨습니다. 하느님의 섭리가 저희를 이런 훌륭한 주교님과 만나게 하시고, 그분의 초대로 뜨거운 열대 나라에서 최고로 시원한 지역에 자리잡게 하셨으니 이것만으로도 보통 축복이 아닌 셈입니다. 주교님께선 이곳 생활에 문외한인 저희가 셋집을 얻는 과정에도 큰 도움을 주셨고, 앞으로 수도원이 들어설 땅을 구하는 데도 적극 도와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주교님의 신뢰와 호의에 삶으로 보답할 수 있기만을 바랄 따름입니다.
이곳에 약 2주 머무는 동안 이미 좋은 교민 분들도 더러 만났습니다. 그분들과 맺는 관계가 저희 생활에도 여러모로 중요한 일이 될 것임을 직감합니다. 한국을 떠나 이 낯선 곳에서 20년 혹은 30년을 묵묵히 살아오신 분들의 얼굴은 그 자체가 귀감입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그분들의 삶에 대해서도 단편적으로나마 소개해 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이미 보셨겠지만, 얼마 전 처음으로 후원회 재무보고를 올렸습니다. 처음이라 여러모로 미비하지만, 우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싶어 부족하나마 있는 그대로 재무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앞으로 수입과 지출에 각각 세부 항목을 만들어 지금보단 더 상세히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소중한 봉헌금을 더 투명하게 집행, 관리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이번에도 양주 수도원 건축 때처럼, 땅구입과 건축 등에 필요한 대부분의 경비는 저희가 책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아 똘로메이 형제들” 후원회를 기반으로 모금 활동도 앞으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기도와 정성을 모아 주시길 삼가 부탁드립니다.
이 글 뒤에 “아시아 똘로메이 형제들의 기도” 최종판을 함께 올려 놓습니다. 가급적 많은 분들이 당분간 이 기도문을 저희와 함께 매일 바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야말로 저희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에 소식 올릴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기쁨과 평화와 건강을 허락해 주셔서, 그분께서 더 큰 영광을 받으실 수 있게 되길 기도합니다.
삔우린에서,
안셀모 수사와 함께 요나 수사 올림
첫댓글 어려운 시기에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내맡기고 순종의 마음으로 대하시는 우리 수사님 두분께
감사함과 고마운 마음을 기도로 인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수사님께서 하시는 일이 주님 뜻에 합당한 일이라 생각되어지므로 저희들은 열심히 기도하고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두 분 수사님 물과 음식 등 모든 것이 낯선 타지에서 건강 하시도록 자비하신 주님께 건강하시길 청합니다.
수사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