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로구 고시원 참사를 보면서
싸늘한 가을비가 내리던 11월 9일 새벽, 어쩌면 당신은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리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누워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가 와서 일을 쉬는 사람이 많았다던 고시원의 그 사람도 무척 추웠던가 보다. 너무 추워서 켜놓고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발생한 ‘전열기 복사열’이 원인 이라는게 현재까지의 분석이다.
어떤 이는 ‘고시원이라고 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을줄 알았는데 사망자 대부분이 40대에서 60대여서 놀랐다고 한다. 이제 고시원은 고시공부를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고시원은 가난한 노동자의 주거지이고, 거리 생활로 밀려나기 전 마지막 주소를 둘 수 있는 집 아닌 집이다.
최근 발표한 국토부의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36만9천5백 여명이 비주택(고시원, 여관, 여인숙, 판자집, 비닐하우스, 일터의 일부 공간, PC방, 만화방, 기원, 찜질방 등)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15만 명이 고시원이 거주한다고 한다. 고시원은 주택이 아니라서 즉, 주거시설이 아니라서 주택법에 명시된 최저주거기준을 지킬 필요가 없다. 오래된 고시원(2009년 이전설치)은 개정된 소방법 적용도 받지 않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없다. 하지만 그곳엔 사람이 산다. 10년 이상을 한 고시원에 살았다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살고 있어도 원래 ‘사는 곳’이 아니므로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무려 15만 명이다. 당장 국가와 지자체는 고시원등 다중이용시설에 스프링클러 등 화재예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주거시설도 아닌 ‘고시원’에 살게 할 것이 아니라 이들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이번 화재 때 창문이 없는 쪽의 거주자가 주로 희생되었다고 한다. 창문이 있으면 40만원, 창문이 없으면 35만원. 주거복지센터에서는 주거위기 가구에 고시원비를 지원할 수 있는데 월 한도액이 35만원이다. 지난달 35만원 한도액을 지키기 위해 창이 없는 고시원 방으로 들어가게 했던 사람이 떠올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금천주거복지센터 윤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