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리를 참 좋아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곧바로 복학한 대학을 한 한기만 다니고 그만두고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방황하던 시기에 만난 것이 요리였습니다.
대학을 그만두고 막노동을 했고, 종로 4가의 음침한 골목에서 귀금속 세공 기술도 배우러 다녀봤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던 푸드코트에서 처음 요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러 갔다가 돈까스도 튀기고, 이것 저것 만들어 보게 된 거죠.
그렇게 요리를 시작했고, 지인 덕분에 서울의 고급 중식당에서 근무를 하게되고,
다시 조리학과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에 욕심이 있었습니다. 맛있게 만들고 싶었고,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습니다.
대학도 열심히 다녔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근무도 해 보았죠.
지금은 TV나 인터넷에 요리사들이 멋있게 보일지 몰라도 요리사의 현실은 좋은 편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다른 사람들이 놀 때 더 바쁘고, 일 할 때 쉬는 날이 많습니다.
어쩌면 그런 현실을 이겨내고 성공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저를 막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요리사라는 직업을 그만 두었으니 말이죠.
요리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도 머릿속에는 요리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주말에도 요리를 하고, 조리원께서 쉬는 날에는 제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곤 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인터넷에서 요리만드는 것을 찾아보기도 하고, 예전 주방에서 일 했던 낭만도 많이 되새깁니다.
예람을 시작하기 전 어르신들께서 거주하시는 요양시설에서 근무했는데, 그 때도 요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요리가 좋으면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 되는데, 다시 주방의 보조로 갈 용기도 없고, 식당을 할 실력도 없었죠.
그렇게 요리에 대한 꿈을 꾸다가 갖게 된 꿈이 예람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을 모시며 요리를 하는 것이었죠.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어르신들께 요리를 해 드리는 꿈을 꾸게 된 것인데, 어르신을 모시게 되었으니 반은 이루어졌지만
어르신들께 요리를 해 드리는 것은 못하고 있으니 반은 이루지 못한 것이 되겠네요. 사실 요리를 못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하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예람을 햇수로 7년을 해 오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예람도 처음 모습보다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어르신들의 침상을 설치하고 있는데, 이 일도 내일이면 마무리가 될 듯 생각됩니다.
침상설치가 끝나면 이제 제가 어르신들께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지난 7년간 할 만큼 한 거 같은데...더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 요리를 다시 해야겠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먼 곳에서 찾지 않고
작은 꿈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요리를 하면서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 그것이 예람의 시작인데,
그것을 잊고 자꾸 먼데서 희망을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처음 가졌던 마음을 실천하려 합니다.
매주 토요일, 작은나무의 감성요리가 시작됩니다.
일이 있어 부득이하게 하지 못 할 때도 있겠지만, 매주 감성요리로 어르신들께 저의 마음을 전달드리려 합니다.
앞으로 카페, 블로그 등의 SNS로도 작은나무의 감성요리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주 첫 번째 요리로 굴짬뽕이 시작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