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월피정 자료
【성규 제3장】 정독
공동체 회의
- 하느님의 뜻을 찾아 함께 걷는 길 -
성 베네딕도(480~547)의 수도규칙서(Regula Benedicti:RB)보다 먼저 쓰여진
스승의 규칙서(Regula Magistri:RM, 500~530년경)는 95장으로 된 긴 규칙서로서, 제자들이 질문하고, 스승이 장황하게 대답하며 가르치는 양식으로 되어있습니다. RM에서의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는 스승에 대한 절대적 순명을 기초로 하는 수직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스승은 제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세히 규정하고, 그들의 악습을 바로 수정할 수 있는 감독들을 두며 모든 것을 통제합니다. 베네딕도는 자신의 규칙서를 쓰면서 RM의 머리말~10장까지의 영성부분을 참고하고 문자 그대로 인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부분을 대폭 삭제하거나, 자신의 고유의 말을 삽입하였습니다. 그중에서 RB 제3장‘공동체 회의 소집’의 내용은 RM과 무관한 베네딕도의 고유한 장으로서, 성인은 1장에서 규칙과 아빠스 아래 분투하는 회수도생활을 언급하고, 2장에서 아빠스에 대해 설명한 후, 3장에서 규칙과 아빠스 그리고 형제들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명하게 완성합니다. 성규 2장과 3장 사이에 베네딕도는 자신의 공동체 구성원들 안에서 현실적인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고, 이를 바탕으로 3장을 신중하게 써내려가고 있으며,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했던 공동체의 모습을 담습니다.
베네딕도의 몬테카시노 수도원에는 당시 로마의 몰락과 이민족의 침입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몰려왔고, 그중에는 귀족출신의 자유인, 노예, 노인, 어린이, 강한 사람, 약한 사람, 경건한 사람, 경건치 않은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수도자가 되려고 했으며, 따라서“모든 이가 모든 일에 있어(3,7)”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베네딕도가 3장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어떤 이는 자신의 의견을“거만하게 주장(3,4)”하기도 했을 것이며, 심지어 아빠스와“수도원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무례하게 다투는(3,9)”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딕도는 형제들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3,1)”공동체 전체를 소집합니다.
1. 하느님의 뜻을 찾아가는 여정
성규 3장에서 베네딕도에게 중요했던 것은 아빠스가 모든 형제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빠스는 공동체의‘중요한 일’예를 들면, 새로운 수도원 설립, 서원, 노동의 나눔, 생산품의 판매 등을 위해 회의를 소집하여, 그 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는 형제들의 의견을 듣습니다;“그는 형제들의 의견을 듣고 깊이 검토한 후에 더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바를 행할 것이다(2절).”아빠스는 하느님의 소리를 분별하기 위해 경청한 의견들을 깊이 묵상하고 숙고합니다. 그리고 그는“모든 일을 예견하며, 공정하게(6절)”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합니다.
베네딕도는 3절에서 공동체 회의 소집의 중요한 이유에 대해 라틴어 동사‘revelare(베일을 벗겨내다, 밝히다)’를 사용합니다;“주께서 때때로 더 좋은 의견을 젊은 사람에게 밝혀주신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젊은이들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가리고 있던 베일이 벗겨지고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오며 밝혀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베네딕도에게 공동체 회의는 형제들의 찬성과 반대, 만족과 불편함을 가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인도아래 하느님께서 보여주시고 밝혀주시는 것을 모두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었으며, 좋은 결정은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께서 보여주신다는 단순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2. 상호순명
공동체 회의를 거쳐 아빠스가 결정한 내용에 대하여 형제들은‘순종’해야 합니다;“결정권은 아빠스에게 달려 있으니, 그가 더욱 유익하다고 판단하는 바에 모든 이들은 순종할 것이다(5절).”순명oboedientia의 라틴어 어원은 동사‘obaudire, 귀를 기울여 듣다’에서 나온 것으로 본질적으로 순명은‘귀 기울여 들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3장의 첫 단락에서는 아빠스가 형제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었다면, 두 번째 단락에서는 형제들의 입장에서, 결정된 의견이 자신들의 고유한 생각과 맞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귀 기울여 듣고,“하느님의 도우심을 믿으며 사랑으로써 순명(68,5)”해야 함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상호순명은 규칙서 전체에서 성인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영성입니다.
베네딕도의 공동체에서 분명한 것은 RM에서처럼 스승과 제자간의 수직적인 순명이 아니라, 7절에서 언급되듯이,“모든 이는 모든 일에 있어 규칙을 스승과 같이 따르는 것”, 즉 아빠스도, 형제들도 규칙아래 수평적인 관계로서 서로 순명하는 것입니다.
베네딕도회 수도승이 된다는 것은 이 규칙과 아빠스 그리고 형제들이라는 관계 안에 들어간다는 의미이고, 그 안에 각자의 위치와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아무도 수도원 안에서 사사로운 마음의 뜻을 따르지 말아야(8절)”함을 성인은 강조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외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공동체를 구성하기위한 이 원칙은 너무나 어렵게 들립니다. 그러나
베네딕도는 우리 자신의 갈망에서 자유로워져, 나의‘사사로운 마음의 뜻’을 포기할 때 하느님께서 밝혀주시는 진정한 자유의 무한한 공간이 우리 안에 열릴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3. 함께 걸어가는 길
공동체 안에서 아빠스와 형제들이 함께 하느님의 뜻을 찾아 걸어가는 여정에서 베네딕도는 3장을“모든 일을 의논하여 행하라, 그렇게 한 후에는 뉘우침이 없을 것이다(13절)”라는 구약성경의 말씀을 인용하며 마칩니다. 이를 위해 성인은 아빠스에게 모든 책임이 과중되지 않도록 그를 위한 협력자들을 두었습니다. 공동체의 중요하지 않은 일을 처리할 때에는 장로들과 의논하도록 하였고(3,12), 규칙서에서 장로들은 아빠스를 도와서 형제들의 영혼의 상처들을 치유하는(46,5) 역할을, 십인장들은 지혜롭게 형제들을 보살피는(21,4)역할을 했습니다. 6세기의 전쟁과 혼돈의 어려운 세상에서
베네딕도가 꿈꾸었던 공동체는 하느님의 뜻을 찾아서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서로에게 순명하면서 함께 걸어가는 능동적이고 책임 있고 열려있는 공동체였습니다.
참고자료: Dom Guillaume, Un cammino di libertà, Commento alla Regola di S.Benedetto, Lindau 2013.정리: 임 에디트 수녀
<묵상 나눔>
1. 회헌 7장 권위의 봉사, 1~5항을 정독합니다.
2. 공동체 안에서 다른 이의 의견을 듣는 나의 자세는 어떠합니까?
그리고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 자세는 어떠합니까?
3. 규칙과 아빠스(장상)와 형제들과의 관계속에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상호순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좋았던 경험이나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꼈던 순간에 대해서 나누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