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월피정 자료
【성규 제1장】 정독
회수도자, 분투하는 이들
성 베네딕도(480~547)는 수도규칙서(Regula Benedicti) 73장에서 “교부들의 담화집이나 제도서나 그들의 전기나 그밖에 우리의 거룩한 사부 <바실리우스의 규칙서>”등 수도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부들의 가르침에 대해 언급합니다. 특별히 수도규칙에서 영성·수덕생활에 관한 부분은 421~426년경에 쓰여진 요한 까시아누스의 <제도집>과 <담화집>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요한 까시아누스 저서에는 수도생활의 목적과 이집트 수도생활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 <담화집> 18장에는 당시의 세 부류의 수도승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면서 한 원로의 지도를 받는 회수도승과, 먼저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고 수행의 완성에 이른 다음에 외딴 곳에 가서 고독을 택하는 독수도승, 이 두 가지의 수도생활양식은 그리스도교의 기쁨이 된다고 하지만,‘사라바이따’(이집트어로‘무리’또는‘집단’이라는 뜻)는 수도원의 규칙이나 원로의 지도를 받지 않고 자기 자신의 법과 재량을 따라 살아가는 비난받아야할 부류라고 설명합니다. 500~530년경에 쓰여진 스승의 규칙서(Regula Magistri)에 ‘수도승의 종류에 대하여’에서‘기로바꾸스’(그리스어와 라틴어의 합성어로 ‘떠돌아다니다’라는 뜻)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는데, 이들에 대해 스승은 62개의 절로 길게 설명하지만, 베네딕도는 이 긴 절을 압축해서 단 두절로 요약하며, ‘사라바이따’보다 더 나쁜 자들이라고 일축합니다.
성규의 영성부분(1장~7장)을 여는 첫 장에서 베네딕도는 교부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수도승들의 네 종류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제1장의 마지막 절에서 성인은 “그 가운데 가장 굳센 회수도자들을 다루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회수도자들의 정체성에 대해 베네딕도는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성규 제1장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보겠습니다.
1. Militia, 규칙과 아빠스 아래에서 분투하는 이들
“회수도자들은 수도원 안에서 살며, 규칙과 아빠스 밑에서 분투하는 이들이다(RB 1,2).” 규칙과 아빠스는 회수도자들의 두가지 기둥입니다. 사막의 독수도자들에게는 규칙서가 따로 없었습니다. 수도생활 초기에 복음의 완덕에 이르려는 열정을 지닌 초심자들은 사막으로 가서 영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스승(아빠Abbas)을 만났고, 스승의 말씀과 삶의 모습은 그들에게 규칙이 되었을 것입니다. 수도생활에서 ‘규칙Regula’이라는 말은 6세기 초에 본격적으로 사용됩니다(체사리아의 규칙서, 스승의 규칙서, 베네딕도 규칙서등). 6세기 전까지 수도원들은 장상의 필요에 따라 ‘규정서(praeceptum)’들을 선택하여 지켰으며, 성서를 토대로 수도생활의 전통에서 다듬어지고 실습된 것을 수렴해서 수도규칙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큰 발전이었습니다. 규칙은 장상이 탁월한 영적 카리스마를 지니지 못하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었으며, 장상도 규칙에 순종함으로써 수도원 안에서 모두가 다 함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임을 의미했습니다.
성규 1장 2절에서 주목하고 싶은 단어는‘분투하는’이라고 번역된 라틴어 militia입니다. 동사 militare는‘군복무하다, 전투하다’의 뜻으로, 고대 로마제국의 시민들이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싸운다는 의미였습니다. 여기에 유래해서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의 군사militia Christi’라고 했습니다. 베네딕도는 당시 사회적으로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이 단어를 통해 수도생활을 설명합니다. 머리말 3절에서 “참된 왕이신 그리스도를 위해 분투하고자 (Christo vero regi militaturus) 순명의 극히 강하고 훌륭한 무기를 잡는 자여”; 머리말 40절에는“계명들에 대한 거룩한 순명아래서 분투(militanda)하기 위해 우리의 마음과 몸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이것(규칙)이 그대가 그 인도하에 분투하고자(militare) 하는 법이니”(58,10);“우리가 한 분의 왕을 위해 분투(uni Regi militatur)하고 있기 때문이다(61,10).” 베네딕도에게 수도생활은 참된 왕이신 그리스도를 위해 규칙과 아빠스 아래 순명하며 끊임없이 세속의 유혹과 육신의 내적인 악습들을 거슬러 싸워야하는 전투를 의미했습니다. 이 싸움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도우심(1,5.13)이 필요하지만, 수도승 자신이 전투자가 되려는 강력한 의지 또한 필요함을 성인은 강조합니다.
2. Pugnare, 육체와 악습을 거슬러 싸우는 이들
성규 1장 3~5절까지 언급되는 독수도자들은, 먼저 회수도원 공동체 안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받으며“많은 형제들의 도움으로 악마와 대항하여 싸우는 법을 배우고(4절)”, 잘 훈련되어 사막에서 홀로 싸우기 위해,“육체와 생각의 악습을 거슬러 싸우기에 충분한 이들(5절)”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싸우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pugnare가 세 번 반복됩니다. 수도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의 첫 번째 과제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혹들, 잘못된 욕망들, 어두운 생각들을 점차적으로 인식하고 싸우며 정화하는 것이었고, 요한 까시아누스는 <제도집>에서 수도승이 싸워야 하는 여덟 가지 악덕, 즉 탐식, 음욕, 탐욕, 분노, 슬픔, 권태, 허영, 교만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베네딕도에게 수도원은 공동으로 이러한 악의 유혹을 방어하고 대처할 수 있는 안전한“진지(5절)”였던 것입니다. 성규에 많은 영향을 끼친 성 바실리우스의 규칙서 3장에서, 제자들은 스승에게 자신들이 외딴곳에 혼자 살아야 하는지, 같은 지향을 가진 형제들과 공동으로 살아야하는지를 질문합니다. 이에 바실리우스는 대답합니다. “같은 의지와 지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이루는 것이 많은 면에서 유익하다고 봅니다 ... 홀로사는 삶은 위험합니다. 가장 유해한 위험은 자기 스스로 만족해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주위에는 그의 행위를 살펴보고 최상의 완덕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을 보여줄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은 어떤 단련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자신 안에 얼마나 결점이 많은지, 자신 안에 어떤 덕이 부족한지를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
3. Magistra Experientia, 경험의 가르침으로 단련된 이들
베네딕도는 ‘사라바이따’와 ‘기로바꾸스’를 설명하면서 수도생활에서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를 언급합니다.“욕망의 쾌락(8절)”이라는 법을 따르는 것과“자기의 뜻(11절)”을 따라 돌아다니는 것, 성인은 이 두 가지 행동을 반대합니다. 이에 반대하여 베네딕도는 오히려 수도생활이“용광로 안의 황금처럼 규칙과 경험의 가르침(6절)”으로 단련되어야함을 강조합니다.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는 것에 더는 의지하지 않고 나의 통제를 벗어나는 다른 이의 손, 즉‘규칙’에 우리를 의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경험은 용광로 안에서 단련되는 황금처럼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맞지 않으면 떠나가는‘기로바꾸스’처럼 도망가지 않고,‘시간이 걸림’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고, 때로는 나를 반대하고 막아서는 공동체 생활의 어려움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 밤의 끝에 좋은 것이 오리라는 것에 지속적인 믿음을 둔다면 경험은 꽃을 피울 것입니다. 이렇게 베네딕도에게 회수도자는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고정적인 수도원에서 규칙과 아빠스 아래에 분투하며‘자기만족’과‘자기의 뜻’에서 자유로워지는 경험으로 단련되는 사람들입니다.
참고자료: Dom Guillaume, Un cammino di libertà, Commento alla Regola di S.Benedetto, Lindau 2013.
요한 카시아누스, 담화집, 진문도 토마스 옮김, 코이노니아 선집 6;6-1
정리: 임 에디트 수녀
<되새김>
1. 회헌 제4장‘공동체’를 정독합니다.
2. 성 베네딕도께서 말씀하시는 회수도자의 모습을 되새기며, 회수도자로서 내가 더욱 노력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