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월피정·쇄신회 자료
【성규 제4장】 정독
수도승들의 덕
초세기 하느님을 찾기 위해 척박한 이집트 사막에 도착한 이들이 처음 만나게 되었던 내적 현실은 그들 자신 안에 있는 많은 욕망들, 악한 생각들이었습니다. 최초로 수도생활의 영성을 글로 남긴
에바그리우스(345~399)는 이 악한 생각들을 세가지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설명합니다; 수도승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악한 생각은 육체와 관련된 탐식, 탐욕, 음욕이고, 그 다음에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분노, 슬픔, 아케디아(영적 무기력), 영혼의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은 허영심과 교만이라고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 독방에서의 침묵과 고독, 단식, 성경독서, 노동 등의 수행으로 수도승이 이러한 욕망들에서 자유로워 아파테이아(apatheia, 내적 평정 상태, 평정심)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하느님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에바그리우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요한 카시아누스(360~435) 또한 수도생활의 목적을 육체와 마음과 영혼의 악습을 거슬러 싸우는 수행을 통해 마음의 순결(puritas cordis)에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음의 순결이란 영혼이 온전히 하느님을 사랑하여 일치된 상태를 말합니다. 악한 생각들은 언제든 사람의 영혼에 들어올 수 있지만, 그것을 행동에 옮길지 또는 그 반대를 선택하여 덕을 실천할지는 온전히 그 사람에게 달려있기에, 카시아누스는 악의 훼방을 극복하기 위해 수도승이‘하느님 저를 구하소서, 주님, 어서오사 저를 도우소서(시편70,2)’기도를 자주 반복하며 매 순간 덕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영적인 수행의 수도승 전통을 잇고 있는 성 베네딕도는 규칙서 1장~3장까지 회수도생활의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한 후, 5장~7장까지 수도승의 중요한 수덕생활을 설명하기 전에, 도입과 같은 4장‘착한 일의 도구들은 무엇인가?’를 배치합니다. 베네딕도에게 수도생활의 목적지는 7장의 결론에서 명시하듯‘하느님의 사랑(7,67)’입니다. 그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4장에서 나열하는 74항의 긴 목록인‘영적 기술의 도구(4,75)’들은 수도승이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단련하고 익숙해져야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성규 4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지만, 다음에서는 전통적인 수도승 문헌에서 설명하는 영적여정의 8가지 악덕과 덕행을 바탕으로 정리해봅니다. 베네딕도는 기억하기에 좋은 짧은 문장의 이‘착한 일의 도구’들을 통해 수도승이 일상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영을 분별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초대하십니다.
탐식 - 절제
수도생활의 전통에서 탐식은 언제나 영적인 생활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할 첫 번째 목록이었습니다. 음식처럼 단순한 대상을 두고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 실패하면 그 다음에 오는 더 교활하고 복잡한 악한 생각들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음식에 대한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과하지 않게, 정해진 시간에 주어지는 것’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수도승에게 이는 하나의 의무이자 순종의 행위였습니다. 베네딕도는 수도승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깨어있는 삶을 살기위해 충동적으로 먹는 것을 자제하는 것, 충분히 먹되 필요이상으로 먹지 않는 것, 먹는 것의 일부로서 타인을 항상 염려하며, 음식은 언제든 찾아오는 손님을 환대하기 위한 것임을 기억하기를 바라셨습니다;육체를 다스리라(4.11), 과식가가 되지 말라(4,36),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4,14); 4,13.35
음욕 - 순결한 사랑
수도승은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존한 독신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이며, 정결은 하나의 짐이 아니라, 사랑의 삶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수도승에게 음욕의 악한 생각이 들어올 때, 교부들은 자신의 생각을 연륜있는 수도승에게 털어놓을 것을 권고했으며, 베네딕도 또한 그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은밀한 생각은 그 정체가 드러날 때 곧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나쁜 생각을 즉시 그리스도께 쳐바수고, 영적 장로에게 밝히라(4,50), 쾌락을 찾지 말라(4,12), 육체의 욕망을 채우지 말라(4,59), 순결을 좋아하라(4,64)
탐욕 - 비움
소유물에 대한 끌림, 탐욕은 수도원 안에서 끝없는 불평으로 표현된다고 했습니다. 베네딕도는 무엇보다 개인의 사적인 소유를 수도원에서 뿌리째 뽑아야 할 악습(33,1)이라고 강하게 말씀하시며,
수도원 안에서 불평의 악(34,6;40,8)은 어떤 이유로든지 없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불평은 근본적으로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를 파괴하고 형제와 장상을 신뢰할 수 없는 분위기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자신을 끊어버려라(4,10), 세속의 행위들을 멀리하라(4,20), 불평쟁이가 되지 말라(4,39), 험담꾼이 되지 말라(4,40), 시기하지 말라(4,67), 자신의 사사로운 뜻을 미워하라(4,60); 4,15.24.51
분노 - 온유함
카시아누스는 사람의 정신을 눈멀게 하는 분노를 가장 위험한 악덕, 언제든 피해야하는 생각, 절대로 굴복해서는 안 되는 악마, 치명적인 독으로 보았습니다. 베네딕도는 수도승이 자신을 분노에 넘기지 않는 것, 해질 때까지 분노를 품고 있지 않는 것, 동정과 온유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화내지 말라(4,22), 원한을 오래 품어두지 말라(4,23), 악담을 악담으로 갚지 말고 오히려 축복해 주라(4,32),
다투기를 좋아하지 말라(4,68),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안에서 원수들을 위해 기도하라(4,72), 불목한 자와는 해가 지기 전에 화해하라(4,73); 4,29.30-31.65
슬픔 - 희망
슬픔 중에는 죄의 통회를 통한 좋은 슬픔도 있고, 욕구의 결핍 또는 상실이라는 악한 생각에서 오는 슬픔도 있는데, 이는 수도승이 꼭 떨쳐버려야 한다고 교부들은 말합니다. 베네딕도에게 슬픔을 쫓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끄시는 하느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과 희망을 고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4,21), 사랑을 버리지 말라(4,26),
자신의 희망을 하느님께 두라(4,41), 하느님의 자비에 절대로 실망하지 말라(4,74)
아케디아 - 깨어있음
‘아케디아(영적 무기력)’의 영은 수도승에게 단조로운 일상을 못견디게 하고, 지루함을 회피할 다른 구실을 찾게 하며,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현존에 깨어있기 위해 베네딕도는 내적인 침묵, 기도, 독서, 노동을 당부 합니다; 게으름뱅이가 되지 말라(4,38),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4,47), 많이 말하기를 좋아하지 말라(4,52), 많은 웃음이나 지나친 웃음을 좋아하지 말라(4,54), 거룩한 독서를 즐겨 들어라(4,55), 기도에 자주 열중하라(4,56), 하느님의 계명을 매일 행동으로써 채워라(4,63); 4,37.53
허영심 - 진실함
수도승들이 몸과 마음의 악령을 물리치는데 통달해서 마침내 영적생활을 이루어낸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바로 이‘헛된 영광(vanagloria)’, 허영심의 악한 생각이 덮친다고 합니다. 이들은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끊임없이 사람들에게서 오는 특별대우와 칭송과 사랑을 받고자 유명세를 따라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 위험한 악령에서 치유되기 위해서 베네딕도는 하느님께 대한 참된 인식과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라고 권고 합니다; 헛된 맹세를 하지 않기 위해 맹세하지 말라(4,27), 진리를 마음과 입으로 드러내라(4,28),
모든 영적 욕망을 가지고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라(4,46); 4,62
교만 - 겸손
교부들이 모든 악의 뿌리라고 했던 교만의 영은 하느님의 은총과 도우심을 잊어버리고 오직 자기만족과 자기성취에 대한 과시로 우월감에 빠져 다른 형제들을 경멸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베네딕도는 교만의 악덕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겸손의 덕으로 무장해야 함을 말씀하십니다; 교만하지 말라(4,34), 자만심을 멀리하라(4,69), 모든 사람을 존경하라(4,8), 자신 안에서 어떤 좋은 점을 보게 되거든, 자신에게 말고 하느님께 그것을 돌려라(4,42),그러나 나쁜 점은 항상 자신이 한 것으로 알고, 자기 탓으로 돌려라(4,43); 4,16.70-71
정리: 임 에디트 수녀
<쇄신회 나눔>
1. 한해를 마무리하며 수도생활에서 내가 소홀히 했던 영적 기술의 도구(덕행)는 무엇입니까?
2. 성규 4장의 목록 중에 앞으로 내가 조금 더 의식하여 실천하고 싶은 구절을 선택하여 나누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