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피정의집은 서울수녀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입니다.
노후가 심해 좋은 피정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재건축을 결정하고 3년 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그 직후 바로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추이를 살피느라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본관 건물의 배관의 심각한 노후로
올해 본관 공사가 당장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본관의 모든 살림살이가 옮겨져야하고
그 동안 공동체살이를 할 공간을 별도로 구해야하는 상황에서
마침 비어있던 상지피정의집 일부를 다시 수리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재건축을 생각할 만큼 건물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고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 곳곳을 수리하고 청소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오래도록 많은 기도와 애정이 깊이 담긴 곳이어서인지
손길과 발길이 닿을수록 집이 환해지고 온기가 더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상지피정의집이 공동체살이를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는 데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바로 임시 성당에 예수님을 모시는 것!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4월 29일 토요일,
민신부님께서 감실의 예수님을 고이 모시고 임시 성당으로 쓰게된 상지피정의집 말씀터로 향했습니다.
낡은 감실, 갈라진 벽... 초라함이 물씬 묻어나는 공간이었지만,
예수님이 오시자 온전한 기도의 장소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상지피정의집에서는
하느님을 향한 공동체의 찬미 노래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습니다.
본원의 어느 건물보다도 나이가 많은 상지피정의집.
하지만 공동체살이를 위해 기꺼이 저희를 품어주고 버티어주는 듯합니다.
이곳에서 한여름의 무더위와 장마를 지나 공사가 무사히 끝날 가을까지
예수님을 모신 가운데 저희의 기도소리와 웃음가 가득한
공동체살이의 든든한 터전으로 함께 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