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합니다!
지난 8월 10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강원도 양양군이 설악산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설악산에는 산양, 삵, 하늘 다람쥐, 수리부엉이, 수달, 산작약, 까막딱따구리, 담비, 붉은배새매, 연잎 꿩의 다리 등 38종의 법정 보호 종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존재 자체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우리에게 창조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설악산은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된 천연보호구역이며 국립공원입니다.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호지역이며 백두대간 보호지역입니다. 설악산은 인간과 자연,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해 보호해야 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지난 2012년, 2013년 강원도 양양군은 두 번에 걸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타당성이 없다고 모두 부결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며 2014년 8월 대기업들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지관광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란 이름으로 산지에 관광 특구 개발과 호텔, 리조트 건설을 요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평창 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라”고 대기업들의 규제완화 요구를 들어주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환경농단의 시작이었습니다.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내의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서는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2016년 현재 문화재위원회에서 현상변경 등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관련 사항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설악산의 미래가 문화재위원들에게 달려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교황은 한 생물종이 소멸되거나 심각한 해를 입게 되면 그에 따른 손실은 막대하며, 때문에 환경훼손에 따른 엄청난 비용을 현재와 미래의 인류에게 떠넘기고 개인적 이익만을 얻으려 한다면, 우리는 가장 심각한 불의 앞에 침묵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36항)
오는 12월 28일(수) 문화재 위원회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문화재위원들의 판단이 설악산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문화재위원회는 이미 1965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불허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문화재위원들이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와 어머니 설악산을 지키기 위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랍니다. 환경훼손이라는 가장 심각한 불의 앞에 침묵하지 말고,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정의로운 결정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6년 12월 1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