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에 맞선 모세의 리더십
탈출 2,1-15; 마태 11,20-24 /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2023.7.18.; 이기우 신부
평소에는 행복하라고 선언하시던 예수님께서 오늘은 불행을 선언하셨습니다. 그분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하시는 동안 가장 많이 기적을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이 모두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 위치해 있던 코라진, 벳사이다 그리고 카파르나움이었습니다.
카파르나움은 ‘예수의 마을’이라고 불리울 만큼, 예수님께서 직접 사시며 활동하셨기에 가장 많은 기적을 일으키셨던 곳이었습니다. 우상 숭배가 창궐했던 티로와 시돈만큼이나 중한 벌을, 심지어 죄악이 만연했던 소돔보다 더 중한 벌을 카파르나움 주민들에게 내리셨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꾸짖음의 말씀이 역사적인 개입으로 일어났던 일이 오늘 독서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후손들인 야곱 일가가 이집트로 이주하게 된 것은 요셉 덕분이었지만, 더불어 대기근에서 구출된 이집트인들에게도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었던,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의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사백 년 후에 나타난 이집트 임금은 요셉의 고마운 사적을 고약한 조치로 갚았습니다. 장정만도 육십만 명이고 보면(탈출 12,37), 전체로는 족히 2백만 명은 넘었을 히브리 이주민들을 노예로 삼아 강제노역을 시킨 것입니다.
히브리 이주민들이 적과 내통할 지도 모른다는 허구적 공포심에 사로잡힌 그 파라오는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인구 증가를 억제한답시고 태어나는 히브리 사내 아기들은 모조리 물에 빠뜨려 죽이라는 기상천외하고 사악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이 대목에서부터 하느님께서 개입하셨습니다. 물에 빠뜨려 죽이는 대신 왕골 상자에 뉘어 나일강가에 띄운 모세를 그 파라오의 딸인 공주가 발견하고는 뻔히 그 아기가 히브리 출생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양자로 삼아 키우게 하신 것입니다. 그 덕분에 모세는 이집트 왕실에서 왕자로 자라나게 되고 그 사십년 후에는 미디안이라고도 불렀던 시나이 광야의 양치기로 사십년을 지낸 후에 히브리 노예들의 지도자가 되어 역시 사십년에 걸쳐 하느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탈출시키게 됩니다. 모세의 일생은 히브리인들에 대한 하느님의 복음선포였고 동시에 이집트인들에 대한 매서운 심판이었습니다.
모세는 백 스무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신명 34,7.12) 마흔 살 단위로 각기 새로운 소명을 살았습니다. 마흔 살이 될 때까지는 파라오 공주의 아들이 되어 이집트의 왕자로 살았습니다. 당시 세상에서 최고급의 대우와 교육을 받으면서 리더십을 익힌 셈입니다. 그런데 우연한 일로 자신의 출생 비밀이 드러나자 그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굳이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미디안 광야로 달아나서 양치기로 또 사십 년을 살았습니다. 아마 이 무렵에 그가 하느님께 기도하는 습관을 들였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여든 살이 되었을 무렵에 불타지 않는 떨기에 끌려 다가갔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었습니다(탈출 3,2;7,7). 그리고 이때부터 백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사십 년 동안 파라오와 대결하며 동족을 탈출시키고 미디안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 바로 앞까지 이끌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는 다윗과 함께 하느님의 권위를 대변하는 리더십을 발휘한 지도자입니다. 첫째, 그는 겸손할 줄 알았습니다. 그는 불타지 않는 떨기 앞에서 하느님께서 부르시자 “예, 여기 있습니다.”(탈출 3,4) 하고 대답했으며, 동족을 파라오의 억센 손에서 구해 내라는 엄청난 소명을 받았을 때(탈출 3,10.12) 자신의 무능을 고백하며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겠다는 엄청난 약속을 받아냈습니다(탈출 3,12). 겸손하되 영리하기까지 한 덕목을 그는 갖추었습니다.
둘째, 이 영리한 겸손으로 모세는 협상할 줄 알았습니다. 어려서 자신과 함께 자라난 동생뻘 파라오에게 맞서서, 그는 열 번에 걸쳐서 이집트인들에게는 역대급 재앙이 될 만한 기적을 하느님께 청하여 결국 파라오를 굴복시켰습니다(탈출 7,20; 8,2.13.20; 9,6.10.23; 10,13.22; 12,29). 배짱 두둑한 그의 이러한 협상 능력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을 숭배한 동족의 기가 막힌 배신과 불충 앞에서 이들을 모조리 죽이시려던 하느님과도 협상을 벌여 동족이 전멸되는 것만은 막았던 데에서도 드러났습니다(탈출 32,7-14).
셋째, 무엇보다 모세는 믿음을 발휘했습니다. 여든 나이에도 파라오에게 가서 동족을 해방시키라고 요구하라시던 하느님의 부르심에도 순명할 줄 알았고(탈출 5,1), 백성을 이끌고 배도 없이 갈대 바다를 건너 미디안 광야로 이끌라는 하느님의 명령에도 순명할 줄 알았습니다(탈출 14,15-16). 미디안 광야에서 사십 년 동안이나 양치기를 해서 바다를 통하지 않고도 갈 수 있는 육로 즉, 더 빠른 지름길을 알고 있었던 모세였지만 터무니 없어 보이는, 하지만 정작 당신의 권능을 체험시키시려던 하느님의 명령에도 기꺼이 순명할 줄 알았습니다. 모세는 믿음이 얼마나 순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넷째로, 모세는 파라오 못지않게 완고하고 목이 뻣뻣했던 노예근성에 절은 세대가 사라지고 믿음을 지닌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기까지 하느님의 법을 끈기있게 가르칠 줄 알았습니다. 그가 젊은 ‘만나 세대’에게 하느님의 법을 무려 사십 년 그러니까 한 세대가 자라나는 동안 가르쳤던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동족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거듭 태어나게 했습니다. 현명하게도 그는, 사람은 고쳐 쓰는 법이 아니고 새로 가르쳐야 하는 법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다섯 째, 모세는 하느님과 맞대면할 만큼 거룩한 삶을 살면서 그 거룩함을 고스란히 여호수아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자신은 약속된 땅에 들어가지 못할 운명임을 알고 자신을 대신해서 백성을 이끌 수 있도록 여호수아를 후계 지도자로 일찌감치 지명해 놓고 미리미리 양성할 줄 알았습니다(탈출 24,13). 씨를 뿌린 자가 열매까지 거두지 못하는 법임을 알았던 지도자가 모세였습니다.
이처럼 영리한 겸손, 배짱 있는 협상 능력, 굳건한 믿음, 현명한 교육 자세,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으로 젊은 후계자 양성, 이 다섯 가지로 발휘된 모세의 리더십이 노예근성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던 동족을 하느님 백성으로 양성할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요컨대, 복음선포 활동에 있어서 기적은 회개와 믿음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며 기적에도 불구하고 회개와 믿음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불행을 선언받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저주가 초래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집트가 그러했고 카파르나눔 또한 그렇게 저주를 받았습니다. 티로와 시돈과 카파르나움 주민들이 벌인 우상 숭배는 하느님을 알아보는 눈을 멀게 하지만, 모세와 같은 지도자의 리더십은 노예근성과 우상숭배 풍조에 젖다 못해 아예 절어버린 백성을 상대로 하느님의 개입을 이끌어냄으로써 하느님 백성으로 양성하고 하느님의 문명을 이룩합니다.
첫댓글 독서에는 파라오의딸 인데
강론말씀엔 파라오의 여동생 공주 라고 하셨네요?
그리고 모세는 왜 가나안으로 가지 못하고 여호수아에게 넘겼을까요?
그 이유를 어디서 읽고 이해 할수 있었는데
앚어 버려 생각이 안 나네요 .ㅜ
말씀을 읽고 돌아서면 생각이 안나는 것은
나이 탓 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눈으로만 읽었기
때문 일것입니다.
모세를 물에서 건져내서 길러준 사람은 '파라오의 딸'(탈출 2,5)이 맞습니다. 제가 착오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여호수아에게 지도자 자리를 물려준 이유는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모세는 "나는 오늘로 백스물 살이나 되어 더 이상 나다닐 수가 없게 되었다. 또 주님께서는 나에게, '너는 이 요르단을 건너지 못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신명 31,2)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성무일도 초대송에서 바치는 시편 95장에 그 실마리가 들어 있다고 보입니다.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마라, 므리바에서처럼 광에에서, 마싸의 그날처럼. 거기에서 너희 조상들은 내가 한 일을 보고서도 나를 시험하고 떠보았다. 사십 년 동안 그 세대에 진저리가 나서 나는 말하였노라. '마음이 빗나간 백성이다. 그들은 내 길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분노하며 맹세하였노라. '그들은 내 안식에 들지 못하리라.'"(시편 95,8-11). 즉, 노예근성에 젖은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하느님께서 모세를 시켜 내리신 열 가지 재앙의 기적, 불기둥과 구름기둥의 기적,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보고서도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불신과 완고함을 드러냈기 때문에 그 세대는 약속된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벌을 받았는데, 아마도 모세는 그 세대의 지도자로서 연대 책임을 물어 그도 역시 약속된 땅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은 마싸와 므리바에서 하느님을 시험하였고,(탈출 17,7) 모세는 감히 하느님을 시험하려 드는 백성을 어찌 하지 못하고 백성의 불평불만을 고스란히 하느님께 아룀으로써 지도력의 한계를 보인 바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