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타인을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봉사 할 때는 어두웠던 마음이 조금은 잊혀지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문제의 본질은 계속 남아 있어요.
그러다보니 ‘내 수행이 먼저인데’하는 생각도 들고, 나도 못 챙기면서 남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돕는 일을 그만두고 제 수행에 전념하는 게 좋을까요?
남을 돕는 것과 나 자신을 돕는 것을 둘로 나누어 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나를 돕고자 한다면 두 가지 일을 해야 합니다. 첫째는 마음을 비우고 관(觀)함으로써 탐진치 삼독과 욕심, 집착, 번뇌, 망상, 화, 증오 등을 비우는 지혜를 증장하는 일이고, 둘째는 이웃을 돕고 자비와 사랑을 나눔으로써 이타를 실천하는 복덕을 증장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첫째를 하는 이유는 둘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나 자신을 돕기 위해 이웃을 돕는 것을 그만 둘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이웃을 돕는 일이 곧 나를 돕는 것이 되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고 이웃을 돕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억지로 의무감에 돕게 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자신도 이웃도 괴롭히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웃을 도우며 동시에 나를 돕는 일을 하세요. 그게 무엇인고 하니, 바로 이웃을 도울 때, 온전히 깨어있는 일입니다. 산란한 마음, 이기적인 마음, 분석적인 마음, 번뇌와 망상, 나부터 도와야 할 텐데 하는 마음, 그 모든 마음들, 생각들을 가지고 남을 돕지 말고, 그 모든 생각과 마음의 작용들을 다 놓아버리고 남을 돕는 순간, 오직 이타적인 사랑의 마음으로써, 또 그 순간 깨어있는 관찰로써 남 앞에 설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만이 진정으로 타인도 도울 수 있고, 동시에 나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