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사 : 배움, 추억, 감사
가슴 뛰는 일
‘아, 실습하기 귀찮다.’
저에게 사회복지는 딱 그 정도뿐이었습니다.
딱히 열정적으로 하고 싶지도 않았고,
사회복지가 아닌 다른 길을 찾기 위해 복수전공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동계라 그런지 실습하는 기관이 많지 않았습니다.
실습 편하게 하고 싶은데 종합복지관 아니면 안 한다는
쓸데없는 고집 갖고 있으니 더욱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 근처로 실습처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이트 통해서 여러 복지관 살펴보던 중 딱 마음에 꽂힌 기관이 있었습니다.
복지관 사이트부터 다른 기관들과 다릅니다. 실습 공지글조차 색다릅니다.
여러 사진, 링크 걸린 자료들, 지원사는 또 뭔지…설명하고자 하는 게 참 많았습니다.
자기소개서를 보니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아니 인맥을 왜 적어? 인맥으로 뽑는 건가? 표지도 만들라고?’
자기소개서부터 작성하기 힘든 이 기관을 누가 지원할까 싶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만이 지원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방화11을 지원하기까지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본 공지글은 추가 모집 글이었습니다.
게다가 마감 이틀 전.
기간 넉넉한 다른 기관 지원할 수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건지…
마감 하루 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용기를 냈습니다.
그때 낸 용기 덕에 많은 배움 얻어가고,
귀한 인연 맺으며 어느새 합동 수료식까지 와버렸습니다.
2019년이 다 가기 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한창일 때,
이번 단기 사회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사회사업은 누구나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를 지향합니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살 만한 사회.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사회가 되면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관계로써 이웃과 인정을 살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 뜀을 느꼈습니다.
제가 바라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사회복지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던 저에게,
복지 요결은 커다란 깨달음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편하게 실습해야지.’라는 생각은 사회사업을 알게 되니 저 멀리 사라졌습니다.
좋은 경험 얻어 갈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부풀었습니다.
커다랗게 부푼 마음속,
좋은 경험, 좋은 인연, 즐거운 추억들로 가득 채우고 싶었고,
실습에 끝이 보이는 지금,
제 마음속에는 행복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진실한 마음
저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인사하기 좋아했고,
진심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모든 친구 친척 둘레 사람에게 문자 남겼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 힘이 났습니다.
기뻐하는 모습 보면 배로 행복했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하여 공감도 잘했습니다.
과거의 제 모습,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때 당시에 나누었던 진실한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이상해진 것 같았습니다.
영화나 TV 속 가슴 아픈 이야기들에는 쉽게 공감하며 감정이입 해 눈물 흘리기도 하는데,
정작 주변 사람들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소름이 끼쳤습니다.
저는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사업은 이런 저에게 감정을 불어 넣었습니다.
사회사업 실천하면서 당사자가 진정으로 기뻐하는 모습들을 눈으로 보니 행복했습니다.
또 동료들의 사회사업 이야기 들으며 ‘사람 사는 것 같다’ 하시는 당사자 말씀 들으니 울컥했습니다. 청소년 여행이든, 어린이 여행이든, 한겨울 날의 작은 잔치든,
당사자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만 봐도 그냥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제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 한분 한분 생각하며 발로 뛰어다니며 관계 주선한 지윤이.
어르신들을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르신 마주치면 달려가 안아드리고,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압니다.
동료들의 이야기 또한 진심으로 잘 들어주니
진실한 마음으로 경청하는 자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칭찬도 아낌없이 해줍니다.
처음에는 그런 칭찬이 어색해서 거짓된 칭찬일 거라며
지윤이의 진심을 멋대로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칭찬할 때마다 구체적으로, 확신에 찬 말투로 말해주니
함께하면서 그동안 나에게 해줬던 모든 말과 행동들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로 동료들에게 힘을 주는 가영이.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이 참 감사했습니다.
맛있는 음식 있으면 ‘언니, 이거 먹어 봐.’하고,
지쳐있는 모습 발견하면 다가와서 ‘할 수 있어.’ 해줍니다.
아이들을 대할 때도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니
끊임없이 강점 발견하고, 칭찬할 수 있습니다.
실습생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사랑 주며 응원해주시는 권대익 선생님.
제가 지치거나 기분이 상하면 표정에 다 드러나는데,
그럴 때마다 대화하시며 선생님이 느낀 감정, 생각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니다.
아직 철없는 저를 항상 진실한 마음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해주시니 감사했습니다.
지난 제 모습들이 참 부끄럽습니다.
‘진실한 마음’, 저에게는 참 어렵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 익숙해지니 ‘진실한 마음’은 거추장스럽기만 했습니다.
상처받기 두렵고 그만큼 애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린 채로 살아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실한 마음’ 마주하니 포근했습니다.
지윤 가영 권대익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진실한 마음’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진실한 눈빛을 배웠습니다.
감정이 메말라 있던 제 안에 진심이 채워지고 마음이 풍족해졌습니다.
믿고 기다려주기
청소년 여행 지우 지원이 항상 회의에 늦고 연락 없이 안 오거나 연락이 늦어질 때,
화 안 번 안 내고 언제나 다정한 말투로
‘알겠어~ 나올 때 연락해줘~’ 라며 기다려주니
참 감사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참을성이 부족합니다.
성격도 급한 편이라 기다리기 어려워합니다.
학교 동아리 임원 하면서도 연락 없이 늦는 친구들 있으면
동아리 활동 진행이 수월하지 않으니 괜히 밉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여행하면서 지우 지원을 항상 기다리고 믿어주는 행동은
거창한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선행연구 통해 배운 대로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고마워하니 지난 제 모습들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상대방을 기다려주기보다는 재촉하며 내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했습니다.
이기적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지우 지원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제가 부러워했던 모습을 제게서 느꼈다고 하니 참 감사했습니다.
청소년 여행하면서 기다림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단비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도중에 함께하게 된 친구입니다.
혼자 신청했으니 더욱 눈이 갔고, 소외되지 않도록 잘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단비와의 개별 만남에서 처음으로 복지관을 벗어났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 둘만의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괜히 카페에서 따로 만나자고 했나…큰일이네’라면서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음료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3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
단비와 이야기 나누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방학인데도 평일, 주말 상관없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냅니다.
회의 시간 말고는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어서 항상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늘 하루 이야기를 나눈 것뿐인데
단비가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별 만남 전에 수료식 축하 공연을 부탁했을 때는 부담스러워했는데
지금은 당연히 하겠다 해주며 두 곡이나 불러주었습니다.
나중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결혼식 축가도 꼭 불러준다고 하니 참 감사했습니다.
무작정 친해지려고 친압하지 않고 이야기 나누며 마음 열기를 믿고 기다려주니
자연스레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대화가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성급하게 행동하기보다는 믿고 기다려주니
자연스레 신뢰가 따라옴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연을 마음껏 누리다.
방화동 개화산,
군산 선유도 대장봉,
장봉도,
호숫가 마을 추동,
제주도 한라산,
민둥산,
낙동강 비경 길까지.
이번 한 달 동안 자연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일출 일몰 보며 감동했습니다.
달빛에 비쳐 은백색으로 빛나는 바다를 보며 감탄 감동했습니다.
드넓은 호수 보며 평온함을 느꼈습니다.
눈과 구름으로 덮여 온 세상이 새하얀,
그리고 곧 안개가 걷혀 푸른 하늘빛이 물들고 백록담 보이니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광활한 산 위에 뭉실뭉실 구름이 가득 차 있는 그 모습이 절경이었습니다.
민둥산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반짝이는 수많은 별을 잊지 못합니다.
자연을 마음껏 누리면서 매번 감동 감탄했습니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친구들과 언제 누려보겠습니까?
자연을 누리는 기쁨 알아갈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실습하기 전 사회복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상담이 더욱 흥미로웠고,
아예 다른 분야인 컴퓨터 공학으로 복수전공 하고자
컴퓨터 공학부 학과장님과 상담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습하면서 많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계속해서 배우고 알아가고 싶습니다.
실습이 끝나고 나서도 일반 실습, 새로운 단기 사회사업, 책 모임 등
다양한 경험 통해 2020년을 새로운 배움으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어렵게 큰 용기를 내어 하게 된 실습...
잘했어요.
방화11 선택하길 참 잘했지요.
칭찬할 때마다 구체적으로, 확신에 찬 말투로 말해주니...
언니, 이거 먹어 봐.
할 수 있어
그랬구나.
이렇게 했구나...
연숙이 수료사는 실습 전과 후를 대비하는 이야기가 많구나.
실습이 연숙에게 복이 된 것 같다. 잘했다. 참 잘했어.
실습 하면서 많은 배움과 깨달음 얻었습니다.
뜻있게, 바르게 실천하겠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