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도 없고. 배달도 안 되고
아무 것도 안 될 땐 마음을 비워야한다. 안달해봐야 헛일이다. 스트레스만 받는다. 아무 생각 없도록 다른 짓을 해야 한다.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노블아트 오페라단이 2011.1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 작품을 선택했다. 낯선 인씨엠필이 오케스트라를 맡았고, 친숙한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수고를 했다. 배역 중 알피노- 최진학의 모습에서 <사랑의 묘약> 둘카마라가 떠올라 확인해봤다. 쩝! 다른 인물(bass유준상)이다. 왜 헷갈렸을까. 어쨌거나 중요한 얘기는 아니니 통과~
아리아보다는 간주곡(Intermezzo)이 더 유명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https://www.youtube.com/watch?v=K8YXU0ZuE_k
단막인 탓에 80분짜리지만, 공연이 끝나도록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익숙한 배우에 길들여진 탓일지도 모른다. 아쉬움에 오페라 속 제일 유명하다는 아리아 투리두의 ‘어머니 술이 독하군요(Mamma, quel vino e generoso)’만 따로 들어본다. Mamma, quel vino~는 결투를 앞둔 남자가 어머니에게 불러주는 오페라의 마지막 아리아. 당연히 비장한 대목이고, 그에 맞춰 트레몰로의 오케스트라가 불길함을 연주한다. 그런데도 감흥이 없다. 혹시나 하고 카우프만과 파바로티의 음성으로 들어본다. ‘역시나’다.
https://www.youtube.com/watch?v=ID00Vp4bgYI
최애 파바로티의 노래로도 느낌이 없다면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거다. 들을 준비가, 감상할 준비가 안 된 것이다. 동영상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눈곱만큼의 대가를 지불하고 감상하는 동영상을 현장공연과 비교할 순 없을 테니. 문득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음...
* 화면의 차이
영상/사진 전송에서 비교의 자료가 되는 화소(또는 픽셀). 이젠 천만 단위 이하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전송기술이 발달했지만... 그뿐이다. 아무리 화소를 높여도 기계가 인간의 시각세포를 뛰어넘을 순 없다. 무엇보다 동영상은 타의에 의해 보게 되는 화면이다. 주관적 의지를 배제한 강제적 화면이다. 조연/엑스트라/무대장치 등의 역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 순간을 잡아주지 않으면 알 도리가 없다.
* 소리의 차이
공연장은 애초에 건축 당시부터 특수한 설계가 요구된다. 소리의 진행에 따른 반향(echo, flutter echo)을 고려해 경사진 벽면이나 산란 벽면을 세우고 마감재조차도 흡음성을 고려한다. 반사음을 (무대가 아닌) 객석으로 집중시키기 위해 벽면에 요철을 주기도 하며, 이곳저곳의 벽에 반사된 음의 최적 잔향시간까지 고려해 설계한다. 이런 곳에서 듣는 소리는 (고가의 음향장비를 갖추었다 해도) 집에서 듣는 소리완 질적으로 틀리다.
* 마음의 차이
공연장을 찾기 위해선 많은 선행적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작품과 출연자에 대해 알아보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티켓을 예매하고, 1-2시간을 들여 현장에 도착하고, 미리 착석해 공연을 기다리고. 그 과정에서 이미 마음은 열려있게 된다. 그만큼의 비용/시간/노력을 들였으니 본전을 뽑아가려는 자세가 되어있다. 소파 혹은 의자에서 비스듬한 자세로, (재미가 없으면) 언제든지 채널을 돌리거나 클릭을 준비하고 있는 집에서의 감상과는 애초에 비교가 안 된다.
But the worst is better than nothing!
인생은 ‘all or nothing’이 아니다. 예술 감상도 마찬가지. 현장을 찾으려면 여유가 있어야 된다. 하지만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그놈의 여유를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여유는 더더욱 없어... 너튜브나 봐야하는 낭만배달부는 이래저래 우울하다.
첫댓글 힘내세요
굿 이어유~
모든 것들이 다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요~
기운을 내시지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