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밖에 모르는 친구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9년 차가 나는 동생이지요. 천안 내려와 뜬금없이 배달을 하며 인연을 맺은 친구입니다. 소싯적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인 탓에 나이 들어 고생을 했지만, 한눈 팔지 않는 근면과 성실로 부족했던 모든 것을 커버한 친구입니다. 10여 년 전부턴 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도 쉬지 않고 명절 뺀 1년의 363일을 일만 하는 친구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기계’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을까요. 그래서 (나이는 어려도) 저에게는 언제나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친구입니다.
오늘도 더위에 지칠 무렵 믹스커피나 마실 요량으로 가게엘 들렀더니 간판 불이 꺼져있더군요. 앞 유리에 ‘개인사정으로 쉽니다.’ 쪽지만 남겨둔 채.
불길한 느낌에 본인도 아니고 안사람에게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짐작대로 정읍에 내려갔더군요. 춘부장께서 5년 넘게 암 투병 중이셨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통고를 받은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론 다행이 노부모님이 무고하시지만, 재작년 외숙모와 올해 숙모를 여의었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또 다릅니다.
예고된 죽음은 당사자에게 또 가족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오늘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일이 아니어도 가끔은 생각해보곤 합니다. 나 자신의 사멸死滅에 대해.
예고 없는 것이 나을까?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일까?
(아직 회갑이 몇 년 남아 좀 이른 듯하지만) 앞일을 어찌 알겠습니까. 미리 마음을 가다듬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어쨌거나 죽음은
본인 못지않게 지켜보는 이에게도 고통스러운 것 같습니다.
하여 낭만배달부는 슬퍼할 가족을 만들지 않은 것에 위안을 느낀다면... 철딱서니 없다 하실라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8RahYPd-i8k
떠날 무렵
나 눈감으면
부드러운 영혼만 둥실 떠올라
차갑게 식은 껍데기 가만히 들여다보리니
무슨 고단한 길 걸어왔기에
고작 한 뼘 칠성판 위
저리 쪼그라들었을꼬
홀쭉한 얼굴과
꺼진 가슴패기와
앙상한 정강이를 보매
떨구지 못할 눈물방울 차올라
차마 눈 돌리고 말았고나
미련한 인생아
쥔 것 없는 손가락
그리 단출히 떠날 것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어딜 그리 서성거렸더냐
첫댓글 무글 방지용이라 하기엔 내용이 너무 그런가요?
하지만 이런 것도 생활의 일부이겠죠. 빈번히 목격하게 되는...
저도 요즘 이부분에 대해 고민많은데,
인력으로는 어찌 할 수 없으니
혹시나 하느님이 소원을 들어 주실까 싶어
맨날 말로 뱉어 봅니다.
나의 꿈은 나의 호상이다!
주변에 폐 안끼치고 혼자 잘 살다 혼자 잘가는거…
말로 뱉으면 이루어 진다니 맨말 기도 하듯 말합니다
그렇죠. 폐 안 끼치고 가야는디. ㅠ.ㅠ
시는 낭만배달부님이 쓰신 건가요..? 아무튼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좀 먹먹합니다.
저도 죽음은 늘 곁에 있다고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죽으려 할 일은 없지만 죽음을 무겁게 여기지는 않으려 하죠. 또 폐가 안되면 좋겠지만 폐가 되어도 가급적 짧았으면 좋겠구요...
시는 제가 적어보았구요.
앤드류님은 아직 그런 생각 안 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