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잔니 스키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https://www.youtube.com/watch?v=0qsT6-P-pkM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 절정기의 안나 네트렙코의 목소리로 들으니 더욱 감미롭다. 그러나 속으면 안 된다. 이 노래는 패륜적인 노래다. 자신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으면 강물에 빠져 죽겠다고 아버지를 협박하는 노래다.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남 몰래 흐르는 눈물’
https://www.youtube.com/watch?v=YOA0mxmSfsM
처연하도록 슬픈 곡조의 노래. 파바로티의 음성으로 들으니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하다. 그러나 속으면 안 된다. 이 노래는 기쁨에 겨워 부르는 노래다. 그토록 갈망하던 사랑을 쟁취한 후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표현한 노래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아리아처럼 현실에서도 그 이면을 파보면 드러난 것과 다른 엉뚱한 것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이런 것.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약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32년 만이다... 재판부는 50여분에 걸쳐 판결문을 낭독한 뒤 윤씨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 경향신문. 최인진. 2020.12.17.
연쇄살인범이 잡혔을 때를 생각해보자. 언론사마다 난리가 났다. 그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당장 사형시키라고 더 난리를 쳤다. 그런데 1-2년도 아니고 20여 년 후 진짜 범인이 잡혔다. 당시 침을 튀기며 삿대질하던 우리들. 이 얼마나 무안하고 당혹스러운 사태인가.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의 55%를 감축하기 위한 실행법안 패키지인 '핏 포 55'(Fit For 55)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일명 '탄소국경세'. 2023년부터 시범 도입돼 2026년부터는 EU가 수입하는 물품은 EU 배출권에 상당하는 탄소가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분석에 따르면 EU·미·중 3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2030년에 우리나라가 추가 부담하는 탄소국경세는 최대 약 1.9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 오마이뉴스. 김성환. 21.07.19.
우리가 ‘신사의 나라’라고 불렀던 영국. 그러나 신사의 가면 뒤 추악했던 얼굴을 우리는 자주 망각한다. 현재 내전/분쟁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아시아 나라들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을 너무 쉽게 간과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어디 영국뿐이었겠는가.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이네들도 설탕무역, 노예무역에서 제국주의까지 그 끼친 해악이 영국 못지않았다. 그랬던 나라들이 이제 근엄한 척 헛기침을 하고, 휴머니즘을 언급하고, 탄소국경세를 얘기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 고상한 용어들이 당신네들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제국주의로 단물쓴물 다 빨아먹고, 아무렇게나 국경을 가르고, 산업혁명의 석탄으로 부를 일궈낸 님들 주둥이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하나만 더 살펴보자. 소말리아 해적!
나쁜 놈들이다. 우리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2011년 1월 15일 소말리아 해안에서 조업을 하던 삼호주얼리호를 급습, 한국인 선원 8명 포함 21명을 납치했다. 다행이 영화처럼 우리 청해부대의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성공해 전원을 구출했지만 그 과정에서 선장이 총상을 입었다.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당연히 해적이 속한 소말리아란 나라에 대해 치를 떨었다.
그런데 그 무도한 해적의 뒤를 파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른 무언가가 나온다.
소말리아도 20세기 초 영국/이탈리아 등 제국주의에 피해를 입었다. 제국주의가 물러난 자리엔 법칙처럼 독재/내전/분쟁이 자릴 잡는다. 이에 더해 소말리아 해역엔 강대국들의 산업폐기물이 투기됐다. 쓰레기장이 된 바다에서 어업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해적질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어떤 놈이 더 나쁜 놈이냐에 대해선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
현대인들의 특징.
쉽게 판단하고 빨리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시대에 절대선(혹은 절대악)은 없다.
예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쁜 놈은 고리대금업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애매해졌다. 유대인이라 침을 뱉으면서도 아쉬울 땐 돈을 빌려간 놈이 더 나쁜 놈일지도 모른다. 이면을 파보면 선악의 모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함부로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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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뭉치면 욕 먹는 분위기던데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바라건대 아무 탈 없이 마치시길~
얼마전에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읽었는데, 이 지역들에서 벌어진 유럽 여러나라들의 착취와 미국이 뒤에서 벌인 일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되니 너무 씁쓸했습니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우린 그나마 일 제국주의를 빨리 극복했지만) 그 폐해가 정말 오래 가더군요. 유토피아는 없는 가 봅니다. ㅠ.ㅠ
나이들면서 느낀것. 타인에 대하여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온거 아니면 함부로 욕하지마라.
다 아는것 같아도 니가 아는게 다가 아니다.
역지사지.. 그러나
세상에 믿을놈 하나 없다...
그래도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좋은게 좋은거다..ㅎㅎ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에 그런이면이 있는줄 처음 알았어요
좋이하는 곡인데 조심해 들어야 겠네요
히끅~ 조심까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