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즈음.
나이가 들어도 이맘때면 심장 한 켠이 간질간질해진다. 지나보면 아무 것 아닌 그저 평범한 날인데 뭔가 행복한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여기저기 불 밝히고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알고리즘에 의해 끌려 나온 캐럴송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것보다는 아득한 기억 너머 달달했던 추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크리스마스란?
직접 손으로 그렸던 성탄 카드, 조잡했으나 최선을 다했던 성탄 전야의 무대극, 새벽-송 도중에 얻어 마신 뜨끈한 생강차 한 잔, 연탄난로 앞에서 함께 언 몸을 녹이던 교회 누나, 날밤 새우고 들어온 아들에게 장한 일 했다며 차려주신 어머니의 아침밥... 그런 아련하고 따스했던 추억들.
올해의 성탄은?
징글징글하게 춥네. 올겨울 들어 처음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데다 칼바람이 더해지니 눈물에 콧물까지. 萬物之中最貴人, 도저히 인간의 몰골이 아니로세.
거리두기 재가동. 9시 넘으니 미어터지던 먹자골목이 암흑으로 변했다. 왁자지껄했던 사람들은 도리 없이 귀가를 한 걸까.
배달 폭주. 성탄절 하루 백 명 가까운 고객과 만났다. 밀리는 주문에 내가 하고 있는 게 배달인지 백분-쇼인지 모르겠다. 한두 해 겪는 일이 아닌데 뭘 새삼스럽게. ㅋㅋ
천안엔 눈 없는 성탄. 대신 넓적 바위만한 반달이 오래 떠 있었다. 저기 강원도엔 무릎 높이의 화이트 폭설이 쏟아졌다는데.
귀가 후엔 임선혜. 어느덧 마음의 안식처 같은 팬 카페- 종달새 둥지와 단톡방을 기웃거린다. 자가 격리 끝낸 종달님은 (성탄절 배달부처럼) 연말 공연에 또 바빠지시겠구나.
마음 밖이 더 추운 세상인데
이 나이 먹도록 환상 혹은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 철딱서니 없는 모양새. 그러나 어찌하리오. 반백년 넘게 끼고 살아왔던 낭만-본색인 것을.
<어머니와 산타>
성탄 이브
눈은 내리고
담장 높은 창마다
먼 나라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깜박이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거리에선
성탄캐럴이 들려오지 않지만
동화를 잃은 사람들
더 이상 설레지 않지만
어머니의 아들은 아직도
눈물처럼 반짝였던
성탄의 아침을 기억합니다.
그리하여 그 옛날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은 이 아들이 산타가 되겠어요.
루돌프 썰매가 없어 먼 하늘을 날 순 없지만
굴뚝이 좁아 들어갈 순 없지만
오직 한 사람
어머니만을 위해 산타가 되겠어요.
성탄 아침
부신 햇살로 기억되는
반짝이는 눈물이 되겠어요.
첫댓글 한국은 추운 크리스마스군요
여긴 이상기후라 비오는 크리스마스네요
rainy-mas, 우비&장화 입은 산타라... 뭐 그것도 나름 운치 있겄네여. ㅋㅋ
저도 비슷하네요 ㅎ
그리고 제가 들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철 그거 안드는게 좋을 것 같습니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서
이제라도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