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벽두. 팬-클럽에서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종달님께서 가입회원 수에 1만을 곱한 금액을 백신나눔운동에 기부했다는 전갈이다. 2020년 불우이웃을 위한 첫 쾌척 후 매년 (회원 수 × 1만 원)의 기부를 다짐하시더니 약속을 지킨 것이다. 회원이 폭증하면 통장이 거덜 날 수도 있겠다는 함박웃음과 함께.
戒盈杯.
술잔 중에 계영배란 것이 있다는 걸 최인호 소설 <상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 풀이하면 가득 참을 경계하는 잔이다. 보통의 술잔과 달리 중심에 구멍이 뚫린 기둥이 하나 있어 술이 일정량을 넘어서면 사이펀의 원리가 적용되어 흘러내리게 된다. 우리나라에선 조선의 도공 우명옥이 계영배를 만들어 상인이었던 임상옥(林尙沃 1779~1855)에게 전해졌는데, 그는 이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과욕을 경계함으로써 조선 최고의 거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 전설과 같은 일화가 작자 최인호를 자극해 소설 <상도>가 태어난 것이다. 뭐, 계영배의 원리가 변기에도 적용된다는 과학스러운(?)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새해 벽두의 훈훈한 기부 소식에 문득 떠오른 것이 낭만주의자, 화수분 그리고 계영배였다.
낭만주의자는 통상적으로 경제관념이 희박하기 마련이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만다. 넘치면 팍팍 기분을 내고 모자라면 손가락 빨며 궁상을 떤다. 내일은 없고 오늘만 사는 것이 낭만주의자의 전형이다.
이런 낭만주의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궁상을 피해갈 수 있는 화수분이다. 아무리 꺼내 써도 다시 채워지는 보물단지. 화수분의 실체는 개인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겐 부모가 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재능이 될 수 있다. 참고로 나-낭만배달부에겐 몸뚱이가 화수분이다.
계영배는 사실 낭만주의자(혹은 이상주의자)에게 어울리는 술잔은 아니다. 낭만주의자는 술잔을 들며 가득 참을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기롭게 채운다. 아까운 술이 콸콸 넘치도록. 따라서 계영배는 현실주의자(혹 이성주의자)의 잔이다.
그러면 종달님은 낭만파?
사적 친분이 없으니 자세히는 모른다. 그러나 그간 밝혀진 팩트들-
꽃 방년에 혈혈단신 유럽으로 건너가 데뷔무대에 선 당돌함(?),
공연을 위해서라면 시간/장소 불문 달려가는 무모함(??),
회원 수 대비 기부와 같이 일단 지르고 보는 과감함(???)
등을 고려해볼 때 (나와 같은 과인) 낭만주의자로 보이는데...
임인년 새해를 맞아
찐팬으로서 친애하는 종달님에게 덕담 하나 던져드리고 싶다.
일정량 차면 모두 쏟아져 내리는 계영배 말고,
전 국민이 가입해도 기부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퍼내고 퍼내도 그득 채워지는 화수분 하나 꿰차시라고.
첫댓글 해밀방장님께도 기능엔 전혀 문제가 없는
중고 화수분 하나 놔드려야겄다. ㅋㅋ
화수분 좋네요
저도 가지고 싶네요
여분으로 보관하고 있던 두 개... 종달/방장 님께 드렸는데...
그간의 정이 있으니 인호 님에겐 제 것이라도 드려야겠네요. 가끔 에러가 나지만...
잘 받으세여. 휙~
@낭만배달부 ㅎㅎㅎ 감사합니다
아~ 화수분 좋습니다. 음청 갖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