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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씨앗 마태복음 13장 31-32절
오늘은 파종예배로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모종의 때이지 파종의 때는 아니지만 파종예배를 드리면서 텃밭에서 자라는 모든 생명들, 햇빛과 바람과 비와 수없이 많은 미생물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예배라 생각하면서 파종예배로 드립니다. 우선 이 자리를 빌어서 아무런 댓가없이 공동체를 위해서 텃밭을 빌려주시는 김가영님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목회자 잘못만나서 매일 아침 애쓰고 수고하시는 초록살림부 부장님 그리고 함께 공동텃밭을 위해 애쓰고 투자하고 마음 모아주시는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철따라 비와 바람과 햇볕을 내려주시고 온생명들을 통해서 우리를 살려가시는 모든 생명의 하나님께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도 드립니다.
씨앗이 주는 삶의 교훈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뿌린데로 거둔다는 바울의 고백입니다. 몸도 먹은 것을 쌉니다. 결코 먹지 않은 것을 싸지를 않습니다. 상한 음식을 먹으면 토하고 설사하고 몸이 복통을 일으키며 자기를 살리기 위해 모든 곳으로 그것을 배출하기 시작합니다. 좋고 기운 나는 음식을 먹으면 힘이 불끈 쏫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이 나고 살맛이 납니다. 따뜻한 세상은 따뜻한 말과 따뜻한 시선에서 만들어지고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세상의 씨앗은 결코 부드럽고 상냥한 마음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농부가 좋은 씨앗을 심기 위해 늦가을에 씨종자를 고르는 마음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식 처가댁에 내려가면 어머님께서 농사 지으라고 씨종자를 주실 때가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여름에 갔더니 쪽파를 주시는데 대충 봐도 속빈 강정처럼 껍데기만 화려한 것들은 싹 다 골라내시고 튼실하고 알찬 쪽파만을 정성껏 고르셨더라구요. 대충 두 쪽 씩만 심어도 크게 자랄 튼실하고 큰 놈들만 골라놓으신 게 아닙니까. 삶에도 이런 농부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하는 말,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살아가면서 뿌리는 삶의 씨앗들인데 때로는 어떤 씨앗을 뿌리며 살아가는지 조차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막 말하고 행동하고 살아갈 때가 있는데 마치 씨종자를 정성껏 골라내는 농부의 심정으로 내가 뿌릴 말과 행동의 씨앗들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골라보며 알아차리며 살아가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로 제가 습관적으로 감각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데로 아무런 준비없이 만남을 가질 때와 누군가를 만나기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기도하고 나눌 이야기를 한 번 더 생각하고 준비할 때와 실제 살아보면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농부가 씨종자를 고르는 심정으로 할 말들, 할 행동들, 뿌릴 씨앗들을 한 번 더 고르고 고민하고 알아차리는 시간을 내 안에 가지며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씨앗 안에는 세상이 담겨져 있다는 진실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씨앗은 남자만 5천명이 둘러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평화로운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깨보다도 작은 겨자씨 그 작은 씨앗안에는 공중의 새들이 잠시 쉬어가면서 삶의 위로와 평화를 누리는 그런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아도 그 안에 생명이 있으면 결코 작지 않는 세상을 일구어 냅니다.
지난 토요일 서소문로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한진택배 노동자이면서도 화가인 아들 이현영 작가와 94세의 노모가 그린 공동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자 이게 어머니와 아들이 그린 작품들입니다. 연세 드신 노모가 그림을 시작하신 게 83세입니다.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어느 날 어머님이 사과 한 점을 그린 겁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입니다. 택배를 다녀온 아들이 그 그림을 보더니 엄마, 엄마 내가 엄마를 닮아서 그림을 잘 그리나봐 엄마 솜씨가 보통이 아니신데. 그러니까 어머님이 용기가 나신 거예요. 그래! 볼만 하냐? 그때부터 어머님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는데 94세에 아들과 함께 전시회를 하실 줄 누가 아셨어요.
여러분 그림을 잘 보십시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초등학생 그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그림들을 보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어머님은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사는게 바쁘시고 재미있으셨데요. 아들이 퇴근하면 그날 그린 그림 이야기 하시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셨데요. 그림들을 잘 보세요. 그냥 평범한 일상입니다. 산책하는 아들네, 길에서 만난 꽃과 나무들, 여기에는 없지만 생일에 받은 꽃들, 아들과 함께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그림들... 대단한 뭔가를 창작하신게 아닙니다. 그림을 보면 평범한 하루하루의 일상을 느끼시고 표현하시고 껴안아가시는 모습이 무척이나 애틋하게 느껴져요. 어머님은 평범한 하루 하루 그냥 그 연세에 의자에 앉아서 할 일없이 무료하게 인생이란 시간을 보내실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함께 그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셨을 때에 마치 인생의 봄날처럼 느끼셨다는 거예요. 그걸 그대로 그림에 담아내셨어요. 강아지를 안고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인생의 봄날을 느끼셨고 그걸 그대로 그림에 담아내셨어요. 매일 매일의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씨앗들을 매일 매일 심으며 살아가신 거지요. 마지막 해바라기 그림은 크라이막스입니다. 할머니는 해바라기를 무척 좋아하신데요.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꽃이래요. 그래서 아는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하신데요. 이분이 쓰신 책 가장 처음에 이 해바라기 그림을 담으셨어요. 그는 노년의 어느 시점 이제는 돌아가야 할 날수만 세면서 무료하게 인생의 시간을 보내실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과 기쁨을 주시는 삶을 살아가셔요. 그리고 이런 귀한 어머님의 삶은 아들의 그 한마디에서 시작되었어요. “엄마, 에이 너무 늦었어. 이 연세에 무슨!”이 아니라 “엄마 내가 엄마를 닮아서 그림을 잘그리나봐! 멋지다. 너무 좋다. 엄마 엄마의 일상을 그림에 담아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해봐” 이 어머님과 자식과 고부갈등이 없었겠습니까?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지요. 그런데도 정말로 엄마 존재 자체, 뭔가의 노력하나, 시도 하나를 그 자체로 너무 기뻐하고 좋아하신 거죠..
오늘 예수님 아무리 작은 행동, 마음결 하나라도 살아있는 씨앗 안에는 결코 작지 않는 세상이 담겨져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오월 가정의 달이면서 오늘은 어버이 주일입니다. 특히 5월은 좀 더 넓고 큰 어버이의 마음으로 이 땅에 민주 평화 통일의 씨앗을 뿌리셨던 역사속의 고귀한 부모님도 있습니다. 그 부모님이 뿌려준 귀한 애틋한 씨앗의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삶의 어느 형편에 이르렀든지 알차고 귀한 씨종자를 고르는 마음으로 삶의 템포를 한템포 늦추면서 생명력 가득한 씨앗 하나는 결코 작지 않는 세상이라는 믿음으로 우리의 가정과 일상에서 씨뿌리기를 멈추지 않는 동녘의 신앙인들이 되시길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