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의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봄은 봄인데,
이상한 봄입니다.
모든 꽃들이 제 순서 없이 몰아서 피고,
두꺼운 코트부터 반바지 반팔 차림의 날씨가
일주일 안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봄은 봄인데,
이상한 봄입니다.
모든 사람의 삶과 죽음이 소중하고 아까운데
날 때부터 갈 때까지 등급이 매겨지는
아픈 차별이 서럽습니다.
봄은 봄인데,
이상한 봄입니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인 청년들이
잠시만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삶보다는 죽음을,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 나아질 것 없다는 삶의 자조가 들어차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 봄인데,
참 이상하고 아픈 젊음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봄은 봄인데,
이상한 봄입니다.
분명히 촛불로 당겨온 봄인데
속상하고, 안타깝고, 화나고,
세월호, 김진숙 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집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요?
봄은 봄인데,
이상한 봄입니다.
이렇게 이상한 봄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꽃들이 제 시절과 순서를 못 찾게 된 것은
아직도 일회용품을 쓰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하늘과 땅을 오염시키는
공장과 발전소를 용인한 제 탓입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노동자들, 청년들, 노인들, 청소년들의 아픈 죽음에
잠깐 동안 눈물짓지만
결국 그들의 삶과 저는 멀리 있으며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좋은 세상을 위해 더 이상 기도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은 제 탓입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청년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다 그 나이는 그렇게 무거운 거라고 쉽게 생각했습니다.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던 우리 젊은 날의 엄혹함 보다
훨씬 더 절망과 비관이 넘치는 지금,
이런 세상을 만들어 놓은 제 탓입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촛불로 밝힌 봄을 찬란하게 꽃 피울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뼈아픈 성찰을 멈추지 말아야 했는데,
맹목적인 편 가르기로 시민의 임무를 다했다고 여겼습니다.
그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 탓입니다.
이상한 봄에서
급기야 봄의 실종을 경험하고 있는 5월,
우리는 광주민주항쟁 41일 주기를 맞이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치욕과 부끄러움, 절
대 잊지 말자 연대를 외쳤으나
지금까지도 책임 소재를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5.18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역사 왜곡과 왜곡 보도, 망언은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 살기도 바쁘고, 내 고민만 한가득인 나,
모두 저의 잘못 때문입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1980년의 광주를, 2021년의 미안마를 위해 기도합니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친구,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