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이승윤(음악인), 최지인(시인) 추천
“여행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 또한 그러할 것이다.”
“내가 아닌 곳에서 비로소 내가 된다”
스무 번의 우연을 아로새긴 고유한 여행 기록
‘여행다운 것’을 찾게 되는 여름의 입구, 양주안 작가의 첫 산문집 『아주 사적인 여행』이 출간된다. 이 책에는 파리의 에펠탑과 밀라노 두오모 성당처럼 유명한 이야기는 없다. 대신 여행지의 사적이고 다채로운 모습들이 등장한다. 파리에서 사랑을 찾는 청년들, 밀라노 게스트하우스의 가난한 여행자들, 멕시코시티에서 만난 거리의 선주민, 이스탄불 공항에 갇혀버린 시리아 남자, 어린 시절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 가이드, 푸에르토 모렐로스에서 사랑을 그리는 화가. 저자가 십여 년간 만나온 고유한 여행의 순간들은 선명한 묘사와 함께 순간을 느리게 여행하는 글이 되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나만의 고유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여행을 할 때 남들 다 가는 관광지가 아닌 자기만의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다. 자전거로 유럽을 횡단하던 스물넷의 여행자로 시작해 여행 에디터로서 유명 장소의 “예쁜 포장지”만을 소개하며 괴리감을 느끼던 날들, 그리고 낯선 이들과 잊지 못할 친구가 된 기억까지. 저자가 스무 곳의 지역에서 겪은 ‘아주 사적인 여행’을 함께하면 더 넓고 덜 외로운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나와 당신 모두 전보다 조금이나마 덜 외로워질 수 있다면, 나의 사적인 무용담이 제법 쓰임새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9쪽)
목차
시작하며. 사사로운 여행기의 쓸모
1부. 아주 사적인 이유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 · 서울
아무도 모르는 사람 · 바르셀로나 & 칼레야
미처 기대하지 못한 이야기 · 바르셀로나
2부. 아주 사적인 관찰
밤과 낮의 바다 · 니스
여름과 겨울의 일 · 파리 몽마르트
지독하게 아름다운 파라다이스 · 플라야 델 카르멘
적당한 거리의 인간 · 비엔티안 & 루앙프라방
만약 우리의 언어가 같았더라면 · 몽펠리에
LOVE&FEAR · 푸에르토 모렐로스
부끄러운 소망 · 이스탄불
장국영이 죽던 해 · 홍콩
타코 리브레! · 멕시코시티
밀라노의 백 년 객잔 · 밀라노
발아래서 빛나는 별 · 르아브르
3부. 아주 사적인 다짐
LIFE, SOMETIMES, MEANINGLESS · 벨리코 터르노보
살기로 마음먹은 춤 · 멕시코시티
숭고한 소명 · 코바
출국장에서의 결심 ·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이토록 찬란한 죽음 · 오키나와 구메지마
사라질 이름들을 위하여 · 전곡
끝을 대신하며. 루빈 나타지 일로나
추신. 나의 친애하는 당신에게
추천의 글 1
추천의 글 2
참고 자료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양주안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나 용산에서 자랐다. 월간 「ARTRAVEL」 소속 에디터로 활동했다. 창작집단 unlook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juan_yang1324
책 속으로
사사로운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기로 했다. 그것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짓는 사람에게 필요한 믿음이자, 내가 살아낸 시간이 누군가의 오늘과 맞닿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다. 위대한 역사는 찬란하지만 지나간 것이고, 개인의 삶은 어떤 모양으로든 살아 있다. 살아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살아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오래 들여다본 사람부터 관찰해야 했다. 그는 다름 아닌 나였다.
---「시작하며」중에서
“날씨도 풍경도 모두 아름다워요. 그런데 영어 진짜 잘하네요!” 그러자 그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영국 사람이니까요.” 그는 스페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런던에서 자랐다고 했다. 남자에게 바르셀로나의 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이유에 관하여 물었다. “세계를 여행하고 있어요. 잠은 주로 터미널에서 자고 히치하이크를 하죠. 행색은 신경 쓰지 않아요. 뭐 어때요, 날 아는 사람도 없는데.”
---「아무도 모르는 사람」중에서
기대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는 일. 위기의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주는 긴박함. 벼랑 끝에 몰려야만 드러나는 가장 나다운 행동들. 어쩌면 나는 나를 관찰하기 위해 배낭을 다시 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처 기대하지 못한 이야기」중에서
“만약에 말이야, 내가 수어를 할 줄 알았으면 우리가 지금보다 더 일찍 친해질 수 있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야. 옆방에 있는 A라는 녀석을 정말 싫어하거든. 너도 한국말 하는 모든 사람과 친하지 않을 거 아냐?” “아!” “오히려 언어가 다른 게 더 나을지도 몰라. 중요한 이야기만 할 수 있잖아. 나쁜 말을 하기에는 우리가 거쳐야 할 과정이 너무 많으니까.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 거지. 그러니까 내 말은 만나서 반갑다는 거야.”
---「만약 우리의 언어가 같았더라면」중에서
“이곳은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드물어요. 비가 와서 유채꽃이 잘 자라죠. 노르망디 카놀라유가 유명하다는 거 알고 있나요?” “오, 몰랐습니다. 그저 노르망디 상륙작전만 머릿속에 채워 넣고 왔죠.” “많이들 그렇죠. 워낙 유명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진짜 노르망디는 비가 자주 오고 유채꽃이 피는 곳이에요. 이건 수십 년 전 일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죠. 사람들은 지나간 일에 의미 부여해요. 마치 더 대단한 일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안심하세요. 지금 이곳에 나치는 없어요.”
---「발아래서 빛나는 별」중에서
아즈텍 전사들의 춤사위는 동전통이 무거워질수록 격렬해졌다. 이 춤사위는 어떤 문명의 시체이자, 광장에서 되살아난 좀비는 아닐까. 멈춰버린 춤은 동전통에서 딸그락거리며 울리는 소리에 맞춰 리듬을 탔다. 전사는 여전히 살아남기라는 이름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 제아무리 휘둘러도 아무도 죽지 않을 무기가 허공을 갈랐다. 끝끝내 살아남은 인간의 강인함이 전사의 칼끝에 드리웠다.
---「살기로 마음먹은 춤」중에서
구메지마섬에 다다르자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그늘진 길에는 벚꽃이 떨어져 있었다. 꽃을 사랑했다면 바닥에 떨어진 꽃의 시체를 두고 눈물을 지었을까. (…) 해초 시체는 바다를 지키고, 떨어진 꽃잎은 콘크리트 도로를 분홍으로 물들였다. 나는 시체 위에서 헤엄치고 산책했다. 섬뜩하지 않았다. 컴컴한 바닷속에서 하얀빛을 보았고, 회색 도로에서 분홍빛을 따라 걸었다. 이처럼 찬란한 죽음을 본 적이 없었다.
---「이토록 찬란한 죽음」중에서
옆자리에 앉은 한국 기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 순간에도 일하는 것이다. 그는 나보다 한참 선배인 기자였는데, 역시 다르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를 꺼내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마주하기 힘들 장면이었다. 여행을 하고 싶었지 여행 기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찬란한 죽음」중에서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건 백 년 뒤에는 호명되지 않을 이들의 기억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을 내는 일이다. 누군가 읽지 않고 오르지 않으면 금세 숲이 되어 사람이 더는 지나지 않을 길을 내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역사, 당신의 역사, 언젠가 묻혀버릴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세상에 던져놓는 일이다.
---「사라질 이름들을 위하여」중에서
출판사 리뷰
유명하지 않은 여행 속 충만한 시간과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 꺼내 볼 장면들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맛있는 타코 집을 추천해줄 수 있어요?”
“타코는 길에서 태어난 음식이에요. 진짜 타코를 맛보고 싶다면 길거리에서 먹는 게 좋아요.” (162쪽)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여행에 있어 각자의 정답을 갖고 있겠지만 공통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풍경’일 것이다. 한때는 로망 가득한 마음으로, 또 한때는 직업으로 여행한 양주안 작가는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자신과 대화를 나눈 기억을 풀어놓는다.
큰 관광지보다 작은 삶을 궁금해하며 내적 세계를 넓혀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마치 성장담 같기도 하다. 그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충실히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를 가져보기도 하고, 여행하는 나라의 비관적 현실을 바라보며 모른 척하고 싶었던 마음을 솔직히 고백하는 등 다양한 삶의 모양을 바라본다.
여행자란 낯선 감각을 얻고 계속 발걸음을 옮겨 또 다른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일 것이다. 저자는 유럽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삶에서 변한 건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다음 도시, 그다음 도시로 떠나며 세계 곳곳의 고유하고 작은 풍경과 사람에 스며든다. 책의 차례 또한 나라가 아닌 지역의 이름으로, 랜드마크가 아닌 우연한 만남이 있던 장소의 이름으로 쓰였다. 조금은 낯설지도 모를 이곳들을 따라가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여행지의 본모습에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여행이라는 짧은 순간,
순간을 여행하는 글
누구나 자기만의 여행을 찾아간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금세 잊히고 만다. 그대로 무뎌진 채 지내다 여행에서 느꼈던 ‘나의 모습’이 모두 소진될 때쯤, 잠재적 여행자들은 다시 짐을 싸고 떠나기를 반복하게 된다. 『아주 사적인 여행』의 구성은 마치 여행을 가기 전부터 여행 도중, 그리고 돌아오는 과정을 옮겨놓은 듯하다. 1부 ‘아주 사적인 이유’에서 이십 대 초반에 가졌던 여행에 대한 환상, 떠날 준비, 가치관을 바꿔준 첫 여행의 기억을 꺼냈다면 2부 ‘아주 사적인 관찰’은 본격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우연히 만난 모습들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3부 ‘아주 사적인 다짐’에서는 집으로 돌아오며 들 법한 감정과 여행하며 느낀 깨달음을 섬세히 풀어놓았다.
여행하는 순간은 금세 사라지지만 기록은 오래 남는다. 여행은 저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결말을 모른 채 하게 되지만, 작가는 결말을 몰라도 “언젠가 묻혀버릴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세상에 던져놓기” 위해 기록을 한다. 사적인 여행기가 아니라면 사라질 이름들을 기록하고, “위대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고유”한 이야기의 힘을 믿기로 한다. 그것은 언젠가 그리워질 오늘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도 읽힌다. 어쩌면 ‘자기만의 여행’이란 각자가 심은 다짐 속에서 끝맺고 다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추천평
(…) 사실 저는 이 책을 십여 년에 걸쳐 읽었습니다. 집필을 하기도 전에 옆에서 삶으로 읽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잘 쓰이길 바랐습니다. 그가 겪어낸 삶이 잘 담기길 바랐습니다. 허무맹랑한 교훈이나 멋있어 보이는 문장들이 현란하지 않길 바랐습니다. 책을 덮고, ‘아 참 양주안이다’ 싶어 고마웠습니다. (…) 책을 읽고 보니 제가 주안이에게 진 빚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에게 진 빚이나 다름없더군요. 이 책 또한 보시는 분들에게 아주 약간의 빚이 되면 좋겠습니다. 작은 빚진 마음을 주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마주하는, 마주해야 할 세상 속에서 그 빚이 이어지고 이어져 빛을 발하는 작은 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아주 아주 아주 사소한 순간이라도. 허무맹랑한 교훈이나 현란한 문장을 쓰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진짜로 그 빚들 덕에 살았으니까요.
- 이승윤 (음악인)
(…) 그가 부여잡은 지난 시간은 읽는 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놓치고 지나친 건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그의 물음이 “가느다란 실타래”가 되어 가본 적 없는 도시와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나와 이어주었다. 여행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 또한 그러할 것이다. “조그만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많은 이가 작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작은 사람’의 기록이 있다. 그가 “마주한 사람, 지나온 시간, 슬픈 기억, 기쁜 순간, 언젠가 사라질 모든 하루”가 있다. 그의 그리움이 당신에게 닿아 사랑받기를.
- 최지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