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19-2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9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20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 가지도 못한다.
21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
22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23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이스라엘 백성에게 땅은 하느님께서 주신 유산이요 선물이었습니다. 떠돌이 유목 생활 중에도, 이집트 종살이 시절에도, 광야에서 방황하던 시절에도 이스라엘 백성에게 땅은 하느님께서 특별히 내려 주신 선물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에 감사하며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에서 살아갔습니다. 그 이후 이스라엘은 역사적 부침을 겪으면서 땅을 잃기도 하고 다시 찾기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구약에서 땅은 그들의 신앙과 삶을 보여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들의 눈은 언제나 땅을 향하였습니다.
이처럼 땅은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삶의 풍요와 안정은 땅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십니다. 땅이 아닌 하늘을 바라보게 해 주십니다. 역사와 신앙을 담고 있는 보이는 터전이었던 땅만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머무시고 마련하여 주신 자리, 곧 하늘을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땅은 사고팔지만, 하늘을 사고파는 사람은 없습니다. 땅은 더 차지하려고 욕심을 내지만, 하늘에 욕심을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의 보물을 땅에 쌓아 두려는 생각은 우리를 구약의 세계에 머물게 만듭니다. 아무도 욕심내지 않고, 아무도 사려 하지 않으며, 아무도 차지하려 하지 않는 하늘의 시민이 되라는 주님의 말씀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내 마음이 머무는 곳, 우리 신앙인의 마음이 향하는 곳, 그곳은 땅이 아닌 하느님께서 계신 하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박형순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