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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희 여론분석팀장 & 정영호 데이터분석팀장
진행. 박수길 홍보팀 전문연구원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여론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숫자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것이 아닌, 눈에 띄지 않던 개인의 생각을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영호, 조주희 팀장은 개개인의 생각이 담긴 데이터를 조사하고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정보로 만들어내고 있다. 푸릇푸릇한 봄기운이 찾아온 3월, 두 팀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영호 팀장 데이터분석팀은 데이터의 수집, 분석 및 시각화작업을 통해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업무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이슈 중심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경제 분야의 주요 키워드를 트렌드로 제공하고, 주요 키워드에 대해서는 뉴스와 SNS의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 및 사회 변화와 혁신 관련 주요 토픽을 파악하고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언론의 반응과 국민 여론을 살펴보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 분석입니다. KDI 경제동향에 맞춰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자료를 재구성하여 시각화된 자료를 제공하고, 경제불확실성지수(EPU)를 활용해 경제 상황을 선행적으로 파악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조주희 팀장 여론분석팀은 말 그대로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여론을 파악·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주로 원 내외의 수요에 따라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일인데요. 연구부서의 과제 수행에 필요한 조사, 공공투자사업의 예비타당성과 관련된 조사,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 등 정부 정책 관련 조사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두 팀에서 분석하는 데이터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조주희 팀장 데이터수집 방법이 가장 큰 차이점일 것 같습니다. 데이터분석팀이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데이터, 즉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를 사후적으로 수집·분석한다면, 여론분석팀은 목표 대상을 분명하게 정의한 후 설문을 통해 원하는 데이터를 생성한다는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의견의 변화 등과 같은 추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영호 팀장 빅데이터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요. 일반적으로는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대용량, 초고속 등의 다양한 특징을 가진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Q. 데이터분석, 여론분석 모두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취합해 신뢰할만한 정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생각과 경험을 연결하는 측면에서 기억에 남는 분석 결과나 과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영호 팀장 언어는 개인의 생각과 경험을 집약한 요소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생활의 일부이며,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는 것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언어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녹아 있죠. 예를 들면 최근 ‘행복’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 연관 단어 중 ‘가정’, ‘가족’ 등은 그 빈도수가 낮아지고, ‘여행’, ‘돈’과 같은 단어의 빈도수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한 우리 사회의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죠.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등장한 ‘차박’이라는 단어를 통해서는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수단이 되었음을, ‘재택’이라는 단어를 통해서는 집에 대한 인식이 쉼뿐만 아니라 업무의 공간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것처럼 우리 개인의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분석결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조주희 팀장 최근 인상적이었던 것은 ‘원자력 폐기물 처리장’과 관련된 여론조사 결과였습니다. 당시 방산폐기물 처리장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던 반면, 해당 시설이 자신의 거주지 인근 10km 이내에 들어선다고 했을 때는 ‘반대’ 의견이 월등히 높았어요. 사회적 당위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삶과 연결된다고 했을 때는 전혀 다른 질문이 되는 것이죠. 그 결과를 보고 ‘질문을 정말 잘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혜자도 있겠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항상 사람들의 의견을 곡해하지 않으면서도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더욱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Q. 동일한 사안에 대해 개인들은 다양한 생각과 감정적 반응을 표현하곤 하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이를 분석하는지 궁금합니다.
정영호 팀장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텍스트를 긍정, 부정, 중립 등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감성분석’이라고 하는데요. 두 가지 방법으로 분석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단어에 대한 감성과 그 정도가 기록된 ‘감성사전’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분석하고자 하는 텍스트에서 단어를 추출해 감성사전과 비교·분류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 ‘나쁜 서비스’라는 텍스트를 감성사전에 대입하면 ‘맛있는’과 ‘나쁜’에서 각각 긍정과 부정으로 분류되는 식이죠. 이모티콘에도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에, 데이터로서 분석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모티콘까지 반영된 군산대의 감성사전과 전문적인 용어를 다룬 서울대의 감성사전 두 개가 있지만, 정확성을 갖추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실정이에요. 미국은 정치, 역사, 경제 등 분야별로 잘 갖춰진 감성사전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두 번째로는 ‘기계학습’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이 방법을 활용한 감성분석은 알고리즘을 만들어 모델링하는 과정을 말하는데요. 감정이 들어가 있는 영화 후기나 댓글 등 다량의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고품질의 학습 데이터와 반복적인 테스트가 필요한 탓에 한글처럼 어려운 언어에 대해서는 완벽한 모델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Q. 개인의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하면, 의견 양극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영호 팀장 맞습니다. 이슈와 사건은 반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이슈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견이 바뀌거나, 더욱 견고해지거나, 양극화가 심화되기도 하죠. 예를 들면 ‘원격의료’의 경우 2014년에는 반대의견이 다수였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미래·산업적 관점에서 긍정 의견으로 변화한 케이스입니다. 새 정부정책 중 ‘부모급여’는 2030세대에서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4050세대에서는 반대 의견이 훨씬 많아 세대별 양극화 현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의견은 시간이 지나며 바뀔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변화의 근거가 되는 ‘정보의 질’입니다. 그만큼 거짓 혹은 편향적 정보를 걸러내는 개인의 ‘정보 리터러시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조주희 팀장 특히 요즘 온라인상의 선택적 노출, 확증편향, 인플루언서의 해석에 기반한 거짓 정보를 중심으로 한 의견 양극화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중국 작가 위화의 산문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서 위화가 친구들을 설득할 때 이렇게 말했더니 단번에 통했다고 하는 내용이 있어요. 그 말은 바로 ‘루쉰이 이렇게 말했어’예요. 루쉰이라는 사람이 말하는 정보는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거짓 정보를 중심으로 한 의견의 양극화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루쉰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양성’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저는 신뢰받는 다양한 기관들이 그들의 의견을 사실에 기반해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KDI라면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이토록 다양하게 산재된 정보나 국민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분류·분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업무를 수행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조주희 팀장 과거 경제정책시계열 사업을 기획했을 때와 현재 데이터분석팀 업무의 초기 설계 단계에 참여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두 프로젝트의 공통 핵심 콘셉트가 올해 케이디언즈 콘셉트와 같은 ‘연결’이었거든요. 경제정책시계열 사업에서는 각 부처 웹사이트에 산재해있는 자료를 부처 및 정책 분야별로 연결하고 여기에 해석정보와 여론 동향 등을 함께 제시해 의미 있는 정보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여론분석팀에서는 ‘시간을 연결’하는 업무를 추진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원내 수요에 따른 조사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자체기획한 정기조사가 없었는데요.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시간에 따라 사회와 여론이 변화되는 추이를 파악해 궁극적으로는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는 이것이 제 업무에서 가장 큰 보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웃음).
정영호 팀장 빅데이터 분석은 주로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사용하는데, 추론 과정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데이터를 보물찾기하듯 탐색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평소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움이자 보람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공공요금 중 가스비 인상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전기요금 인상은 여성보다 남성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확률이 높다는 발견도 흥미로웠습니다. 이처럼 빅테이터 분석을 통해 발견하는 새롭고 흥미로운 결과는 ‘지식의 발견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큰 보람을 주더라고요.
Q.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접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더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서로 다른 관점과 생각을 접하는 것이 개인 또는 조직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정영호 팀장 빅데이터로 분석된 결과는 특정 이슈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기 때문에 이후 이뤄지는 개인의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나 사실을 읽고 확인해볼 수 있다면 생각의 확장에 많은 도움이 되겠죠. 또 이렇게 의사결정을 내린 개인들은 사회문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또 다른 데이터의 생산자이자 참여자가 될 수 있죠. 조직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근의 이슈에 대한 다양한 개인의 생각을 추적·분석함으로써 시대적 흐름과 대중적 요구를 반영한 연구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수립도 마찬가지고요.
조주희 팀장 사실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관점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매료됐던 단어가 있습니다. 칼 포퍼의 ‘반증가능성’인데요. 과학이 과학일 수 있는 이유는 ‘반증의 가능성’이 있어서라는 겁니다. 틀릴 가능성이 없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진리’겠죠. 하지만 사람이 진리를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분석은 이러한 반증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성장의 가능성 또한 열려있는 분야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이에요. 저도 업무를 하며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곤 합니다. 사실 타인의 다양한 생각에 대한 이해는 조직생활을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팀 회의를 하더라도 제 경험과 지식으로 형성된 고유의 태도와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늘 주지하려 합니다. ‘노력형 꼰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웃음). 이러한 노력이 결국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팀장님 두 분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일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조주희 팀장 보통은 놀 때, 쉴 때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 같은 경우엔 일상의 ‘루틴’을 만들며 아이디어를 얻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무조건 일에 집중하는데, 업무에 대한 잔상이 남아야 다른 활동을 할 때 이것이 겹쳐지면서 새로운 생각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일과 개인생활의 연결고리를 내 생각의 거름망에 걸러야 아이디어가 돼요. 저는 퇴근을 하면 필라테스와 클라이밍을 하며 다음 날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그날의 생각을 비워내는 저만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정영호 팀장 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네요(웃음). 생각해보면 저는 샤워할 때, 운동할 때, 책볼 때 등 늘 새로운 질문거리를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기존의 것을 효율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제가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가장 영감을 많이 얻는 대상은 ‘사람’입니다. 회의나 저녁 술자리 등 여러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제 생각이 버무려져 곧 ‘나만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곤 하더라고요(웃음).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관점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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