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꿀조합’은 무엇?
백진영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실 EIPP 팀장
‘꼬마가 깨닫게 해준’ 출·퇴근길 꿀조합
‘지이잉, 지이잉…’ 손목을 간지럽히는 고요한 알람이 울리고, 바스락 소리가 나지 않게 이불을 홀로 순조롭게 탈출하면 여유로운 출근길의 절반은 성공이다. 반면, 알람이 너무 조용해서 듣지 못하는 날이나, 이불을 뒤척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날에는 나의 출근길은 대체로 전쟁터다. 여섯 살 꼬마와 단둘이 지내는 평일 출근길이 즐거울 방법은 온전히 이 꼬마 녀석에게 달렸다. 아이의 잠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와 서둘러 준비를 마치더라도, 아이가 늦잠을 자거나, 또는 너무 일찍 일어나거나, 나쁜 꿈을 꿔서 기분이 안 좋거나, 또는 좋은 꿈을 꿔서 너무 신이 나는 아침이면 유치원 등원 준비는 내 맘 같지 않다. 잠에서 덜 깬 아이의 치명적인 잠투정이나 애교에도 ‘빨리빨리!’를 외치고 유치원에 떠밀어 보내고 나면 그제야 후회가 밀려온다. ‘조금 더 기다려 줄걸’, ‘조금 더 예쁘게 말해 줄걸.’
후회도 잠시, 6시면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위해 시간을 쪼개 하루를 정신없이 보낸다. 퇴근 10분 전! 5분 전! 시계를 보며 점점 초조해진다. 퇴근이 늦을수록 아이와 놀아줄 시간은 줄어들고, 그렇게 서둘러 내일을 위해 또다시 ‘빨리빨리’를 외치며 반짝이는 아이에게 눈을 꼭 감으라고 말하곤 했다.
즐거운 출퇴근에 대한 이야기에 넋두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숨 가쁜 아침저녁을 겪고 난 뒤 아이가 없었던 때를 떠올려보면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혼자만의 출근길은 너무 소중한 보통의 하루였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집으로 들어갔다. 아이와 둘이 맞이하던 아침과 저녁에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있다. 늦잠을 자지 않을까, 일찍 깨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사라졌다. 또한, 퇴근이 늦어져도 아이가 혼자 있을 걱정이 없어졌다. 우아하게(?) 출근 준비도 하고, 아이와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걸어가며 나누는 이야기도 즐겁다. 아이를 등원시킨 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내가 좋아하는 선곡으로 출근길 차 안은 온통 평화롭다.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나는 되찾고 나서야 알았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완성되지 않았을 행복은 또 있다. 고사리손을 잡고 걸어가는 출근길, 퇴근하면 반겨주는 개구진 얼굴, 어머니의 따뜻한 저녁. (커피와 음악도 물론 좋지만) 출퇴근길 꿀조합은 역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것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