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꿀조합’은 무엇?
이기택 공공투자관리센터 민간투자지원실 민자제도팀 전문연구원
영국 프리미어리그, 맥주 한 잔
그리고 토요일 8시 30분
나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 시절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 시간과 응원하던 야구팀의 경기 시간이 겹쳤을 때 기꺼이(?) 시험을 포기하고 야구 경기를 보러 가거나, 평일 새벽 4시 45분에 시작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체력이 허락하지 않는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랬나 싶다. 또 퇴근 후 과하지 않은 술 한 잔을 동반한 식사 자리에서 수다를 떠는 것 역시 내 삶에 있어 중요한 활력소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국은 이러한 우리네 즐거움에 많은 제약을 걸었으며, 어린 두 딸내미를 데리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러 가는 것은 대단한 각오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됐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 홀로 취미 생활을 즐기러 간다? 그것 역시 고민을 많이 해보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TV에 본인이 좋아하는 핑크퐁, 옥토넛 등이 나오지 않으면 가차 없이 TV를 끄고 까르르 재롱을 부리는 첫째 딸 덕에 낮시간을 틈타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들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법! 가까운 곳에서 나를 위한 ‘소확행’을 찾아보기로 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소소한 행복을 극대화하는 나만의 ‘꿀조합’은 아이들이 모두 잠든 주말 저녁,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진짜 꿀조합을 완성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축구 경기는 토요일 저녁 8시 30분에 시작해야 한다. 다음날 최상의 컨디션으로 딸내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그 경기가 내가 응원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응원하는 팀의 승리로 끝나야 한다는 것도 필수조건이다. 일상 속 스트레스 해소 꿀조합을 통해 각자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필요할 테지만, 또 한편으론 시간이 흘러 두 딸과 함께 축구장,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치맥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되니까. 일단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대로 냉장고에 맥주가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이번 주 축구 경기는 몇 시에 시작하는지부터 확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