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와 30년이 지난 2020년대 활터 풍경이 달라진 게 몇 가지 눈에 띕니다. 그걸 정리합니다. 무언가 불편한 게 있어서 그렇게 바꾸었겠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뀐 것이 바뀌기 전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1) 도지개를 궁창에 쓸 때, 목소쪽을 먼저 묶어서 궁창에 걸고 눌러 아귀쪽을 묶었는데, 요즘은 그게 바뀌었습니다. 반대로 줌통을 궁창에 걸고 고자를 눌러서 목소쪽을 묶죠.
2) 도지개 묶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옛날에는 끈을 모아 묶어서 들고다녔는데, 요즘은 도지개 양쪽을 꽉 묶네요.
3) 궁창도 쓸 데 없이 굵고 두꺼워졌습니다.(아마 각궁 만드는 동영상을 보고 따라한 듯. '궁창'은 '활창애'를 한자로 적은 것임.) 대신 길이가 짧아졌죠. 옛날에는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무식하게 만들면 불편했습니다.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릴 정도로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쇠로 만든 새로운 형태의 궁창이 나타났습니다.
4) 부린 활을 궁대에 넣고 너무 꽉 묶습니다. 점화장 안에서 더 구부러지면 양쪽 고자 끝이 팽팽한 궁대의 양쪽 끝을 더 눌러서 나중에는 궁대가 해지다가 뚫립니다. 1cm쯤 여유있게 마무리하는 게 좋습니다. 이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5) 얹는 활 궁대 묶는 방법도 지나치게 복잡해졌습니다. 각궁을 고정시키려는 의도는 좋지만, 너무 북잡하면 성가십니다. 그리고 궁대를 W자로 묶는 방법을 대부분의 궁사들이 모릅니다.
6) 궁대 마구리를 주머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깍지나 쌈지 같은 것을 넣어두려고 자크까지 달아서 잠그죠. 이 마구리의 용도를 아는 사람도 이제는 없습니다. 온깍지 동문들만이 압니다.
7) 한 순 끝나고 주위 사람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는데, 옛날에는 이런 거 없었습니다. 습사무언에 어긋납니다. 조용히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8) 초시례 때도 목을 굽혀서 인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입으로만 했습니다. 옆사람의 활쏘기 동작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쓸데없는 예절이 강화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이것도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사대에서는 동작이나 몸짓을 최소화하는 것이 예절의 본의에 맞습니다.
9) 화살촉이 과녁 쪽으로 향하게 한다는 것도, 그랬으면 좋겠다 수준이었지, 지금처럼 안 하면 큰일 나는 듯한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10) 과녁에 마이크를 달고, 불이 번쩍 하는 시설은, 활터를 사격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짓입니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활을 쏘는 분위기가 점차 사라집니다. 반구저기를 못하게 하는 시설들이 속속 생깁니다.
11) 종을 달아서 습사 시작을 알리는 것도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동진동퇴는 알아서 눈치껏 하는 것이고 협동심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걸 종으로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12) 화살을 세는 단위로 '발'을 많이 쓰는데, 옛날에는 '시'라는 단위도 제법 많은 분들이 썼습니다. 원래는 '시'에서 총 사격 개념이 활터로 흘러들면서 탄알 세는 단위인 '발'이 흘러든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발'보다는 '시'가 더 정확한 용어 같습니다.
13) 새 용어를 자꾸 만들어냅니다. 휘궁의 목소 뒤편에는 젓가락 굵기로 심을 도도록하게 모았습니다. 그걸 '골격'이라고 하는데, 요즘 그걸 다른 말로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미 있는 것을 무시하고,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전통'의 차원에서 볼 때 삼가고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1990년대에 골격은 이미 사라져, 권영구 궁장만이 그것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궁장 10여명에게 골격에 대해서 물었는데,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골격'이라고 했습니다.
14) 주살의 줄이 길어졌습니다. 옛날에는 화살이 줄 끝에 대롱대롱 매달렸는데, 요새는 충분히 길어서 쏜 뒤에 걸어가서 주워와야 합니다. 가만히 서서 되돌아온 화살을 다시 쏘던 옛날과 다릅니다.
대충 생각나는 것 몇 가지 적어 보았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추가하겠습니다.
첫댓글 활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활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사대에서 몰기를 하면 본인은 사대에 허리굽혀 인사하고, 같이 쏘던 나머지 사람들은 활 내는 중간이라도 "축하합니다!" 해주는 것도 요즘 변한 세태인가요?
그건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다만 허리를 굽힌 게 아니라 목례만 간단히 했습니다. 허리까지 굽히면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까닭입니다. 사대에 서서 허리까지 굽히는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느 누구도 허리를 굽혀서 예를 차리지 않았습니다. 그건 예가 아니라 팔찌동의 사대 질서를 흩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