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어린이 무사들의 메뚜기팔찌 만들기
팔찌는 활쏘기할 때 시위가 소매를 치는 것을 방지하려고 늘어진 소매를 묶는 소품이다. 옛날에는 모든 한량이 팔찌를 썼고, 살수건, 깍지, 삼지끈과 더불어 한량임을 나타내는 상징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협회가 유니폼을 제정하고 대회에 적용하면서 이 팔찌가 마치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유니폼의 소매를 좁게 함으로써 시위가 치지 않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지난 천년 세월 한량들의 애용품이었던 팔찌라는 물건이 사라지고, 팔찌를 차는 풍속도 사라졌다. 전통 풍속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경우도 보기 드물다.
이것이 되살아난 것은 2001년부터 활동한 온깍지궁사회 덕이다. 온깍지궁사회에서는 구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팔찌의 존재를 알고, 그것을 보급하기 위하여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과 제원을 소개하여, 이후 누구나 만들어 쓸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 쓰는 사람은 보기 힘들었다. 온깍지궁사회 사계원 몇 명과 온깍지활쏘기학교 출신 동문들 몇몇이 활터에서 쓰는 정도에 머물러, 한 번 사라진 풍속을 되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절망스런 분위기에는 반드시 희망이 생기는 법이다. 그 희망의 불씨를 문경 당포 초등학교(교장 성태기) 어린이들한테서 볼 수 있다. 지도교사 추연용 접장의 가르침으로 활을 배운 학생들이 지난 번에 삼지끈 만들기 체험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팔찌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였다.
팔찌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메뚜기와 고리를 만드는 일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대나무 자를 구해다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칼로 깎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과 공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런 고민을 공유하던 온깍지활쏘기학교에서는 김대현(가평 보납정) 접장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즉 3D프린터로 인쇄하여 쓰는 것이다. 실제로 온깍지 동문들 모임 때 3D프린터로 인쇄한 메뚜기와 고리를 몇 백 개 가져와서 동문들에게 나눠주었다. 끈은 헝겊을 박아도 되고, 화원에서 많이 쓰는 리본용 천을 두 겹으로 겹처 박아 써도 된다.
이번 문경 당포초 어린이 무사들의 체험도 김대현 접장이 제공한 3D프린터 인쇄물로 이루어졌다. 추 교사가 끈을 제공해주고 그것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메뚜기와 고리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지난 번처럼 어린이 무사들은 신기해하며 열심히 참여했고, 각자 자기만의 팔찌를 만들어, 거기에다가 자신의 이니셜까지 써넣었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라는 점에서 이번 팔찌 체험은, 이들이 국궁계의 앞날을 제대로 이어받을 인재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여러 곳에서 만들어져 우리의 전통이 자손만대까지 이어지기를 간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