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M 선교통신 274호
(사)글로벌한센미션
양한갑 최영인 선교사
미얀마 선교 보고
여기는 미얀마 양곤입니다. 메얀청 선교를 모두 마치고, 서울로 귀국하기 전에 이 선교보고서를 양곤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미얀마에서 실감했습니다. 공평과 공의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큰 고통과 복종을 지불해야만 그나마 버틸 수 있습니다. 미얀마에 올 때마다 꼭 찾는 곳이 있습니다. 시장입니다. 물가 변동을 체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기 주먹만 한 작은 사과 한 개 가격이 4,900잣트였습니다. 그런데 보통 소주(350ml, 16% 알코올) 2병 크기인 700ml 위스키(40% 알코올) 한 병 가격은 18,900잣트였습니다. 사과 3개 값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17,000잣트는 한화로 4,600원입니다. 위스키 가격이 그렇게 싼 이유는 저질 위스키이기 때문입니다. 술을 빚은 것이 아니라 단지 알코올을 섞어서 만든 독극물과 같을 것입니다. 미얀마 사람이 저에게 한 말입니다. 그 싸구려 위스키를 1년만 마시면 중독이 되고, 계속 3년만 마시면 3년 안에 죽는다고 했습니다. 술에 중독되어 소리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번 일정에서 한 미얀마 분이 저에게 호텔 아침 뷔페로 초대해 주었습니다. 호텔 레스토랑은 왕의 궁정과 같았습니다. 100가지가 넘는 음식들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옷을 잘 입은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습니다. 미얀마는 아직 쿠데타가 끝나지 않은 나라입니다. 지금도 내전 중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부유층 사람들은 서민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그렇게 여유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저를 초대해 준 분에게 아침 식사비를 물었습니다. 1인당 120,000잣트라고 했습니다. 포크를 놓칠 뻔 했습니다. 제가 보통 식당에서 먹는 볶음밥 한 그릇의 가격은 8,500잣트이기 때문입니다. 서민들이 길거리에서 먹는 쌀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2,000잣트입니다. 호텔 아침 한 끼 식사비가 볶음밥의 14배였고, 쌀국수의 60배였습니다. 그처럼 미얀마에는 하늘과 땅처럼 다른 두 세계가 싸우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유와 민주와 공평과 공의의 소중함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메얀청 선교
1. 나무꾼 이야기
메얀청 교회 앞에는 깊은 정글에서 벌목해 온 굵은 통나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연료가 부족해서 많은 가정이 나무로 밥을 짓기 때문에 나무 장사가 제법 됩니다. 그런데 메얀청에 갈 때마다 그 많은 통나무를 혼자서 쉬지 않고 도끼로 쪼개는 40대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를 만났습니다. 기온은 영상 40도가 훨씬 넘었습니다. 양산 없이 5분 이상 서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펄펄 끓는 더위 속에서 그는 큰 통나무들을 도끼로 펑펑 패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가까이 가서 말했습니다. “형제님, 이렇게 일하면 죽습니다. 그늘로 가서 쉬었다가 일하세요. 이렇게 하루종일 나무를 패고 받는 일당이 얼마입니까?” 저는 그의 대답이 믿어지지 않아 세 번이나 다시 묻고 또 물었습니다. “얼마라고요?” 그는 세 번 모두 같은 대답을 주었습니다. “10,000잣트를 받습니다.” 한화로 그의 하루 일당은 2,500원이었습니다. 제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대지 위에 쏟아지는 강렬한 태양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분노가 분출했습니다. 그를 고용했던 사람을 향한 분노였는지, 아침 한 끼를 120,000잣트를 내고 먹는 격이 다른 부유한 사람들을 향한 분노였는지,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썩은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갑을 열고 20,000잣트를 꺼내서 그에게 주면서 말했습니다. “제발 쉬어가면서 일하세요. 이것은 집에 들어갈 때 아이들을 위해서 맛있는 것 사서 가라고 주는 것입니다.” 그는 몸을 떨면서 허리를 숙였고 허리를 들고 일어설 때 그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누가 그리고 언제쯤 이 아버지의 눈에서 그 서러운 눈물을 멈추게 해줄 수 있을까요?
2. 목회자 세미나
이번에 리안목사와 바욱목사에게 줄 제자훈련 교재를 만들어서 갔습니다. 약 6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었습니다. 4일 동안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가르쳤습니다. 그동안 여러 훈련 교재를 만들었지만, 이번 교재는 저에게는 너무도 특별했습니다. 제 시력은 지금도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상태로 90% 선에서 몇 개월 째 멈춰있습니다. 2시간 동안 눈을 뜨고 있으면 시력이 90% 아래로 떨어지면서 점점 어두워집니다. 그러면 즉시 눈을 감고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면 다시 조금씩 시력이 올라오는데 90%에서 멈추면 더는 올라가지 않습니다. 특별히 컴퓨터 모니터로 작업하게 되면 20분마다 눈을 감고 쉬어주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만든 교제는 한 달이 걸렸는데, 수없이 많이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는 자동적으로 간절한 기도가 계속되어 이번 목회자 훈련 교재는 기도로 만들게 해주신 하나님의 특별하신 선물이었습니다. 미얀마 목회자들이 그 교제를 사용할 때마다 성령님의 역사가 더 놀랍게 일어날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3. 어린이 집 학용품 전달
김해제일교회(김신일목사) 유치원에서 기증해 준 학용품을 메얀청 어린이 집에 전달했습니다. 필리핀과 라오스는 선박편으로 보냈지만, 미얀마는 모든 배송이 1년 이상 통제되고, 통관되지 않아서 이번에 미얀마로 오면서 큰 가방에 학용품들을 가득 넣어서 왔습니다. 더 많이 가지고 오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김해제일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4. 예난타 한센 마을 급식 선교 완료
예난타 급식 선교가 완료되었습니다. 지금도 내전으로 예난타로 가는 길이 막혀 있습니다. 물품을 대도시 만달레이에서 구매해서 예난타로 가지고 가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5개월 동안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주었습니다. 특별히 예난타 마을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습니다. 그들로부터 좋은 날이 오면 예난타를 꼭 방문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예난타 한센 마을 급식 선교를 위해서 함께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5. 새소망교회(New Hope) 부흥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가득 넘치는 새소망교회로 성장했습니다. 수적으로 성장했고, 영적으로도 더욱 성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찬양하는 모습, 기도하는 모습, 헌금하는 모습, 말씀 듣는 모습들, 모두가 감동이었습니다. 너무도 신실한 예배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새로 나온 엄마들도 많았습니다. 어린이 집 선교와 고구마 선교를 통해서 얻는 열매라고 했습니다. 엄마들만 24명이 주일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맨 앞줄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분이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입은 옷이나, 머리 맵시가 메얀청 사람은 아닌듯 했습니다. 예배 후에 리안목사가 그녀를 저에게 소개해줬습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메얀청 중고등학교 교장이었습니다. 교회에 처음 나왔다고 했습니다. 예배 후에 제가 점심 식탁으로 초대했습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더 긴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설교에 큰 깨달음을 받았다고 하면서, 다음 주에도 나오겠다고 말했습니다. 더욱 큰 감동과 축복이 되었습니다.
6. 돼지 선교
지난 번 메얀청에 갔을 때, 리안목사에게 돼지 선교를 제안했었습니다. 그래서 리안이 돼지 세 마리를 잘 사육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암컷 돼지가 첫 번째 새끼를 갖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주 튼튼한 우량 돼지였습니다. 그래서 리안목사에게 새끼를 낳게 되면 암컷 새끼들은 무조건 교인들에게 무료로 분양하라고 했습니다. 조건은 그 암컷 새끼들이 커서 어미가 되어 새끼를 낳게 되면, 그 첫번째 암컷 새끼를 선교센타로 반환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리안에게 돌아온 그 새끼들을 다시 다른 가정에 무료로 분양하라고 했습니다. 불신자 가정에게도 예수의 복음과 함께 새끼 돼지를 분양하라고 했습니다. 돼지 선교를 통해서 예수의 복음이 더 넓게 전파될 것입니다.
7. 지역사회 선교
미얀마 틴(Tint) 사장과 함께 공동으로 메얀청에서 지역 사회 개발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틴 사장은 수개월 전에 메얀청에 약 3만 평의 땅을 매입했습니다. 그곳에 고구마와 대나무 죽순을 가공할 수 있는 작은 공장을 세우려고 합니다. 수입이 없었던 메얀청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메얀청은 ‘대나무 마을’입니다. 온 천지가 대나무 숲이라 죽순이 너무 많습니다. 죽순과 고구마 가공 사업이 안정되면, 다음은 봉제 공장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미싱을 메얀청에 설치해서 메얀청 엄마들에게 미싱 기술을 가르치고, 그들의 손기술이 합격선에 도달하게 되면, 양곤 시내에서 틴사장의 친구들이 경영하는 큰 봉제 공장과 연결해서 하청을 받아 작업하는 단계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미얀마 선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서 양곤 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구로 향했습니다. 이곳이 정말 국제공항이 맞나 싶었습니다. 복도는 어둡고, 상점들의 문은 닫혀있고, 걸어가는 승객들마저 없었습니다. 유령의 도시 같았습니다. 메얀청에는 웃음소리가 넘치고, 찬양하는 사람들, 예배하는 성도들이 가득했습니다. 양곤에서는 슬픔과 절망을 보았고, 메얀청에서는 기쁨과 희망을 보았습니다. 특별히 메얀청에 있을 때, 시편 126:5절 말씀을 기억하게 하셨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그런데 어느 농부가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씨를 뿌리는 모든 농부들은 수확을 기대하며 흥겹게 콧노래를 부르며 씨를 뿌리고 심습니다. 그렇다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농부”는 결코 평범한 농부가 아닐 것입니다. 그는 일반 농부가 아니라, 복음을 심는 농부입니다. 복음을 심는 농부는 씨를 심을 때부터 물이 아니라 눈물로 그 씨앗들을 심습니다. 이번에도 메얀청에 복음을 심을 때, 눈이 뜨거워지도록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심었습니다. 시력을 열어주셔서 메얀청까지 보내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서, 많은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할 수 있게 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서 뜨거운 눈물을 삼키면서 하나님께서 부탁하신 일들을 감당했습니다. 양곤 호텔 레스토랑에서 보았던 얼굴이 뽀얀 그 귀부인들의 분칠한 모습보다 숯덩이처럼 검게 타버린 깡마른 메얀청 엄마들의 맨 얼굴이 너무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서 더욱 눈물로 그들에게 복음의 씨를 심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선포한 말씀을 듣고 학생들과 엄마들의 얼굴에서 꽃보다 더 예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드렸습니다. 예수의 복음만이 우리를 바꾸고, 주님께서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합니다. 그 멋진 일을 섬길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이 이번에도 메얀청에서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기도해 주시고, 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