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한문을 처음 공부하면서 논어, 맹자부터 시작하곤 합니다. 물론 마음 독하게 먹고 몰두하면 못해낼 것도 없습니다.
1. 번역원의 하계/동계 특강도 논어/맹자, 대학교 한문학과/한문교육과의 커리큘럼도 대부분 경서강독(논어/맹자)부터 전공학습을 시작하는 것이고 보면 그리 어색해할 일도 아닌 듯합니다.
2. 하지만 그렇게 씨름하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일단 '언어습득'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논맹을 바로 잡는 것은 조금 무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길이 빠를 것 같은데 한번 읽어내지를 못 하는 것이지요.
3. '바쁘다고 바늘 허리 매어 쓰랴' 하는 속담을 떠올립니다.
저는 차라리 이런 순서대로 학습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1) 사자소학
2) 추구
3) 계몽
4) 동몽선습
5) 명심보감
6) 격몽요결
7) 천자문. 여기까지 각 10회독 이상.
8) 그 다음에 대학
* 전통문화연구회에서 출판한 교재를 추천합니다.
4. 위와 같은 순서로 학습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한 권 씩 정리해나가는 맛도 있고요. 논맹을 바로 시작해서 한번 다 읽는 속도보다는 위와같이 첫걸음부터 시작해서 논맹을 읽는 것이 오히려 시간과 노력이 덜 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5. 절감의 원리라고 하면 좋을까요? 순서대로 보면 건너 뛰고 다음 책 바로 보는 것보다 힘이 훨씬 덜 드는 것이지요. 절반쯤?
1) 4글자씩 되어 있는 《사자소학》 열 번을 읽고 나면 5글자씩 되어있는《추구집》읽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2) 《계몽편》《동몽선습》은 문장입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구문'을 익힐 수 있습니다.
3) 《명심보감 》은 주지하시는대로 여러 곳에서 가려뽑은좋은 표현들이 많습니다. 한문공부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요.
4) 다음으로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입니다. 조금 어렵긴 해도 명심보감까지 본 상태에서는 모르는 글자 거의 없이, 아, 하면 되겠구나 하는 감이 올 겁니다.
5) 자, 일단 여기까지. 다시 사자소학으로 돌아가서 철두철미하게 복습을 합니다. 복습할 때에는 각 책 해설에서 인용되어 있는 예문까지 확인하기 바랍니다. 앞으로 논맹을 읽기 위한 키워드, 핵심 내용을 익힐 수 있습니다.
6) 그리고 《천자문》. 전통문화연구회 천자문이나 권경상 선생님의 천자문으로, 주해 문장까지 다 읽으시기 바랍니다. 출처 문장들이 역사서, 주역 등 각종 고전에서 인용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천자문에 대한 선입견과 '다름'을 절감할 겁니다.
7) 다음은 《대학장구》. '읽는다'는 생각보다는 '읽힌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6. 기간은 4개월 . 2주에 한 권 씩. 8권을 보는 겁니다. 각 10번을 본다 하면 대략 하루에 1독 씩이니까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바쁩니다. 대신 그만큼 기본실력이 탄탄하게 갖춰지고, 뿌듯함이 느껴지고 한문학습의 방향이 보이리라 확신합니다.
7. 위 과정을 혼자하면 힘들 수 있습니다. 동학들과의 공부모임이나 전통문화연구회 사이버서원을 추천합니다.
8. 다음으로 소학집주나 논맹집주로 들어가면 무난할 겁니다.
첫댓글 저의 논어공부는 그야말로 躐等이군요.
無識而勇敢!! ㅎㅎ
대신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한문교과서 보셨다면 그것도 대단하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