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2장은 비교적으로 단순하게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 묘사(1-4절),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이중적인 반응(5-13절), 오순절 사건의 의의를 설명하는 베드로의 설교(14-41절), 예루살렘 교회의 생활상 요약(42-47절)을 보여주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성령강림 사건 자체에 대한 묘사는 단순한데 반하여 베드로의 설교는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고 있으며, 더 나가서 그의 설교에서 초점은 성령 강림 사건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승천하여 왕으로 높임 받으신 예수님에게 있다. 2장의 기록은 성령의 오심 자체에 대하여 알려주기보다 성령을 보내신 승귀하신 예수님이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서 어떻게 천상 통치자로 즉위했는지를 알려주는데 중점을 두고있다. 먼저 오순절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오순절은 시간이 흘러가면서부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내산에서 율법을 주신 사건과 언약의 갱신 사건과 연결되기 시작한 것으로 간주된다. 오순절의 기념이 이러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시기는 정확하게 추정하기 쉽지 않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만일 예수님 당시에 이미 오순절이 이러한 율법 수여와 언약 갱신 사건과 연결되었다고 하면, 이것은 성령의 오심이 옛 언약의 율법시대를 종식하는 의미를 보여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갈라디아서에서 사도 바울의 논점처럼 성령이 도래한 새 언약 시대에는 율법이 전과 같이 새 언약 백성의 초등 교사로 병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갈 3:2-5, 23-25).
오순절은 또한 예수님의 부활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다. 우리는 이미 앞에서 예수님께서 부활 후에 43일 되었을 때 승천하셨음을 지적했다. 50일 째되는 날은 그의 승천으로부터 7일째 되는 날이다. 오순절은 유월절로부터 7번째 안식일 바로 그 다음날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부활일, 승천일과 같이 역시 안식 후 첫날이다. 저자가 오순절 날이 도래했음을 표현하는 단어는 『완전히 성취되다』(심프레로오)는 의미를 가지는 동사이다. 이 동사의 사용은 단지 제자들이 기다리는 기간이 다 찼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가서 이날에 성령강림이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의 성취를 보여준다. 누가복음 서문에서 예수님의 모든 사역으로 말미암아 구약의 예언이 성취된 것을 비슷한 동사를 사용하여 묘사한 저자가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구약의 모든 예언을 자신의 사역으로 성취하신 예수님께서 성령을 보내심으로 그의 제자들에게 하신 약속을 성취하신 사실을 여기서 보여주고 있다.
오순절(五旬節, The Day of Pentecost)은 한자로 ‘다섯 오(五)’, ‘열 순(旬)’ 자를 쓴다. 다섯 번의 열흘, 즉 부활절 후 50일째 되는날, 오순절에 성령을 받아 많은 영혼들을 회개시켰다.
오순절 성령의 역사
오순절 성령의 역사는 예수님의 승천에 이어지는 사도행전 2장에 기록되어 있다. 초대교회 사도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복음을 전파했다. 한때 예수님을 배신하고 떠나갔던 그들이 다시금 열정을 다해 예수님의 이름을 전파했던 이유는 사도행전 첫 장을 열면 짐작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지 40일 만에 승천하시고, 사도들은 “며칠 후에 성령을 받을 테니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성령을 받기 위해 예루살렘에 체류했다. 사도들과 120명의 성도들은 10일 동안 간절히 성령을 간구하는 기도를 드린 끝에 예수님의 말씀대로 성령을 받게 된다.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각기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 (사도행전 2:1~4)
오순절은 바로 성령 강림을 기념하는 날이다. 부활절로부터 정확히 50일째 되는 날이다. 2천 년 전 이날, 사도들은 성령을 받고 천하 각국 사람들에게 담대히 예수님을 전파해 많은 영혼을 구원의 길로 인도한다. 하루에도 3천 명, 5천 명씩 많은 영혼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하며 교회에 큰 부흥이 일어나고, 방언의 능력으로 이방인들에게까지 복음이 전파되면서 그리스도교는 일대 전기를 맞는다.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매년 유월절과 무교절, 부활절(무교절 후 안식 후 첫날)을 지켰으며, 부활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에는 그리스도의 성령 강림을 기념하는 오순절을 지켰다.
우리는 무교절 후에 빌립보에서 배로 떠나 닷새 만에 드로아에 있는 그들에게 가서 이레를 머무니라 안식 후 첫날(부활절)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 바울이 이튿날 떠나고자 하여 ··· 바울이 아시아에서 지체치 않기 위하여 에베소를 지나 행선하기로 작정하였으니 이는 될 수 있는 대로 오순절 안에 예루살렘에 이르려고 급히 감이러라 (사도행전 20:16)
사도행전 20장에 나타난 절기의 배열을 보면, 맨 먼저 무교절이 기록되었고, 다음에는 부활절이 기록되었고, 다음에는 오순절이 기록되어 있다. 이는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하나님의 절기를 지켰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또 다른 기록을 보자.
내가 오순절까지 에베소에 유하려 함은 (고린도전서 16:8)
사도 바울이 이방지역인 에베소에 체류하면서 오순절까지는 그곳에 머물러 있겠다고 한 내용을 보더라도 초대교회 성도들이 예루살렘뿐만 아니라 이방지역에서도 오순절을 지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순절의 성서적 명칭들
오순절은 성경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명칭으로 소개되어 있다.
(1) 영어로 ‘pentecost’로 번역되고 있는 ‘오순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명칭은 ‘샤브오트'(shavuot)이다. 이것은 일주일을 의미하는 ‘샤브아'(shavua)의 복수형으로서 영어로는 ‘weeks’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영어에서 ‘pentecost’로 번역된 것은 레위기 23:16의 ’50일’을 헬라어로 번역한 70인역(LXX)에 근거한 것으로서 유월절 행사로 첫 이삭 한 단을 요제로 드린 후 50일이 되는 날에 있는 명절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히브리어 명칭인 ‘샤브오트’는 7주간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이해해야 한다. 성경은 ‘샤브오트’에 명절이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하그’를 붙여서 ‘하그 샤브오트'(Feast of Weeks)라고 부르고, 우리말 성경은 이를 ‘칠칠절'(출 34:22, 신16:10)로 번역하고 있다.
(2) 오순절에 대한 또 다른 명칭은 민수기 28장 26절에 나오는 ‘욤 하비쿠림’ (Yom ha-Bikkurim) 즉 ‘The Day of the First-Fruit'(첫 수확의 날)이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처음 익은 열매를 드리는 날’이라고 풀어서 번역되어 있다. 이는 새로 추수한 밀로 빵 두 덩어리를 제물로 드리는 의식과 관련된 명칭으로서,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나님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3) 추수와 관련된 오순절의 또 다른 명칭은 출애굽기 23장 16절의 ‘하그 하카치르’ (hag ha-kazir) 곧 ‘The Harvest Feast'(추수명절)이다. 우리말 성경에서는 ‘맥추절’로 번역하고 있다. 이는 첫 열매의 추수를 강조하는 명칭이다.
이상의 명칭과 관련된 내용에서 살펴본 것처럼 오순절은 일차적으로 팔레스타인의 농사와 관련된 명절로서 특히 유월절에서 시작되는 보리 추수를 마치고 밀 추수를 시작하는 시기를 지칭하는 명절이라 할 수 있다.
오순절과 구약시대의 칠칠절
승천일 등 모든 하나님의 절기와 마찬가지로 오순절도 이미 구약시대 모세의 행적에 나타나있다. 모세의 인도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를 건너 상륙한 날(초실절, 신약시대의 부활절)로부터 40일째 되는 날(승천일), 시내산 앞에 장막을 쳤고, 모세는 시내산에 올라가 하나님을 뵈었다. 10일 뒤에는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러 다시 시내산에 올랐는데, 이날이 칠칠절, 신약의 명칭으로는 오순절이다. 이날은 홍해를 건너 상륙한 날로부터 정확하게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안식일 이튿날(초실절) 곧 너희가 요제로 단을 가져온 날부터 세어서 칠 안식일의 수효를 채우고 제 칠 안식일 이튿날(다음 날)까지 합 오십 일을 계수하여 새 소제를 여호와께 드리되 ··· (레위기 23:15~16)
칠칠절은 초실절로부터 7 안식일 다음 날에 지키는 절기로서, ‘안식일을 일곱 번 지나서 지키는 절기’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49일째 되는 다음 날이 되며, 50일 즉 10일을 다섯 차례 계수하는 의미에서 오순절(五旬節)이라 이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