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새가 대화를 나누었다. 나무 위에서 지붕 끝에서 피뢰침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너무 추운 날이었고 몸은 따뜻한 방 안에서 왠지 울고 있었다. 새의 대화 속엔 몸이 없었다. 몸에서 떨어진 두 손처럼 새 두 마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새는 이별부터 먼저 시작한다는데, 이별과 이별은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눌까. 새는 몸속에서 몹시 떨었던 적이 있다. 파닥거린 적이 있었다고나 할까. 새는 이미 이별부터 시작했으므로 미래가 없다고 했다. 새는 미래를 콕 찍어 먹고, 미래를 콕 찍어 먹고 정겹게 대화를 나누었다.
해탈한 스님은 늘 같은 나무 아래, 새는 늘 같은 스님 머리 위에 있었다.
새와 몸은 서로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했다. 나는 몸이 너무 아픈 날 새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몸은 새가 다녀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오늘은 새가 내 몸을 데리고 제일 어두운 골짜기로 갔다. 몸이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고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번쩍 떴다. 새는 가버렸다.
금요일엔 저녁에 길이 막히고 한강대교 위 자동차 안에서 꼼짝을 못 하고 있었다. 엄마가 눈 수술을 끝내고, 두 눈에 붕대를 감은 채, 홀로 누워 있었다. 새가 먼저 날아가 엄마의 두 눈을 쓰다듬었다.
그때 엄마가 내 이름을 불렀다 했다.
- 날개 환상통, 문학과지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