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마지막회에 대한 부정적 반응 이유.
1. 원작의 인기 이유를 잘못 분석한 드라마 작가의 한계
웹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딱 하나 밖에 없습니다.
바로, 대리만족.
대부분 시청자는 로맨스 드라마의 달달한 연애를 보면서 만족감을 얻지 않습니까. 문피아류 웹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중장년층까지 고루 아우르는 남성 독자들은 주인공의 성공에 대리 만족을 얻어 갑니다.
특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를 이끌던 원작 팬들은 이런 ‘아저씨’부류죠.
우리나라 특징은 여성과 남성의 니즈가 완벽하게 구분된다는 건데... 남성의 사회적 성공욕구에 초점을 둔 재벌집 막내아들은 원작을 모르는 중년도 브라운관으로 끌어들일 정도로 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회에 성공을 눈앞에 둔 진도준이란 주인공을 죽여 버렸어요.
여기서 시청자들은 허무함을 느끼게 됩니다. 순양 오너가문에 대한 복수? 그딴 게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시청자가 원하는건 순양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든 진도준을 보는 것이에요. 내가 이루지 못할 재벌이란 꿈을 진도준을 통해서 꾸는 것이죠.
김태희 작가는 이 부분을 완전히 놓쳤습니다.
아마 별다른 생각도 안했을 것으로 생각되고요.
전작 성균관 유생이나 W 등등 여러 작품을 봐도 이런 전개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적어도 각색 작가는 원작을 이렇게 훼손하면 안 되는 겁니다. 어쩌면 드라마로 화나게 해서 원작 찾아보라는 의도였다면 몰라도 말이죠.
2. 허술한 내용
진도준과 진양철의 케미스트리를 제외하곤 사실 허점이 많이 보였지만 제작 환경의 한계라고 생각하면서 쉽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회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졌죠.
‘진도준의 죽음에 개입한 윤현우. 이후, 순양에서 비자금 찾다가 죽고 진도준 환생.’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다시 윤현우로 복귀하는 과정도 석연찮을뿐더러 무엇보다 윤현우로 환생 후에 다른 세계관으로 점핑한 것인지 진도준으로 해왔던 일들이 전부 현실에서 진행된 사건이 되어 있군요. 이게 뭡니까?
진성준을 이길 방법을 위해 진도준의 연속성을 가져온 걸로 이해되는데... 그걸 한 화에 표현해도 이런 식이면 누가 이해합니까?
작가나 제작진은 알겠지만 한시간동안 벙진 표정으로 앉아 있는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1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복수에 힘이 필요하다면서 이용한 게 고작 여론과 청문회...
청문회까지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진도준은 순양물산 지분을 확보한 상태로 죽은 거기 때문에 차기 순양 회장은 진윤기가 되는 게 맞죠.
아니, 애초에 진도준의 스토리를 윤현우 회복 이후로 끌고 올 수가 없습니다. 진도준은 비자금 7천억으로 순양물산 지분을 매집하고 승리자가 되었기 때문에 비자금 때문에 죽을 뻔한 윤현우가 존재할 수 없는 세계에요.
진짜 완전 다른 사람이 결말을 쓴 것같이 만들었더군요.
만약에 한 작가가 16화까지 계속 이어 쓴 거라면... 냉정하게 작가 타이틀 달고 있는 게 의아할 정도입니다.
3. 갈대 같은 여자의 마음을 간직한 여주인공
‘순양 저승사자. 약혼자를 추모하기 위해 평생 검은 옷을 입고 사는 여검사.’
멋있는 캐릭터를 창조해놓고 수십년간 추모해온 약혼자를 죽인 공범. 그놈에게 마지막 웃음을 보여주네요. (우서?)
그런 캐릭터라면 공범이란 게 밝혀진 순간, 윤현우를 탈탈 털어서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지 않을까요? 구린 짓도 많이 벌였으니 건수는 아주 좋죠. 현실에서 조국 털어내듯 검찰 수사권 발휘하면 윤현우는 남은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합니다.
그런데 멍청해서 그럴까요? 너무 쉽게 풀어주네요.
‘서울법대 재학중 사시패스 + 검사장 외동딸에 대대로 법조 명문가’
화려한 스펙의 여검사를 유리천장 탓이나 하면서 부장에 깨지는 평범한 여성 캐릭터로 만들더니 마지막화에서 그 정점에 달했습니다.
애초에 위에 제시한 스펙이면 중앙지검 부장검사도 찍소리 못합니다. 특히나 그 사람이 서울대 라인이 아니라면 더더욱이요. 심지어 서울법대 라인이라도 대대로 법조 명문가 외동딸에게 누가 딴지를 걸까요?
법조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건 뭐 이해라도 하겠지만.
마지막화에서 평생을 진도준 추모하던 캐릭터가 순식간에 갈대처럼 마음을 바꿔 먹게 만든 것은 설정 붕괴 아니고선 뭐라 말이 안 나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대본 공부 막 시작한 아마추어가 써도 이보다 개연성 있게 쓰겠네요.
끝으로.
오랜만에 브라운관 앞에 앉았는데 우영우 때와 마찬가지로 역시나였네요.
아니, 우영우보다 더 한심합니다. 파리의 연인보다 최악의 마무리. 그건 적어도 끝까지 설정 붕괴는 없었어요. 스토리의 가장 중심 설정을 스스로 무너뜨린 건 작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고요.
앞으로 다시 또 한국 드라마를 볼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30%시청률 기대 많이 했을 텐데.
배우 보기 부끄럽지 않나. 그런 생각 듭니다.
오늘 이성민 배우님의 인터뷰를 보니까 김태희 작가님이 고생 많이 하셨다고 인터뷰 되어 있는데 정말 작품 망치느라 고생 많이 하셨네요.
관계자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아마 부들부들 거릴겁니다.
그런데 역지사지로 시청자 입장에서 얼마나 부들부들거렸으면 수고스럽게 2500자 가까이 되는 글을 썼을지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겠네요.
진짜 끝으로...
극중 진양철 회장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아무도 믿지 말래이~"
첫댓글 너무 재밌게 읽은 작품이라, 꼭 보고 싶은 드라마 였는데,
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못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이거 중국 드라마 아니냐?' 할 정도로 어처구니 없어 하네요.
https://youtu.be/lUt_Zand_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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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지 말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