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와 한반도가 다시 평화와 폭력의 갈림길에 서 있다. 냉전의 동서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냉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반도에서는 이념적, 역사적,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미·일·중·소 등 주변 국가의 군비대결로 인한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2019년 올해 3·1운동 100년을 그리고 2020년 내년 한국전쟁 70년을 맞이한다. 우리는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안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이제 이 상처를 딛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한반도를 세계 평화의 발원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남북 간의 용서와 화해, 그리고 분단 극복과 평화적 통일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만도 아니고, 적대 세력들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는데 그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의 선익 보호, 사람들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사람들과 민족의 존엄성 중시, 형제·자매애의 끊임없는 실천 등이 따라야 한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이며(이사 32,17) 사랑의 결실이다.”(사목헌장 78항 참조)
우리는 정의로운 평화가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지구촌 전체로 확장되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복음에 바탕을 두고 신앙에서 영감을 얻으려 한다. 우리는 평화가 실현 가능하고, 폭력과 불의의 악순환도 끊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모든 인간이 폭력의 두려움에서 해방된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으려 한다.”(국제 팍스 크리스티 비전)
우리는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여 한반도에서 가톨릭 신앙에 기반을 둔 평화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 비폭력, 화해, 평등, 연대의 가치에 기반을 둔 정의로운 평화, 생태적인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국제적으로 이웃 종교와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사회와 협력해나갈 것이다. 남과 북, 중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아와 지구촌 모든 국가와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는 평화의 문화와 문명을 건설하는데 헌신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비전과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의 깨어있는 그리스도인의 뜻과 힘을 모아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창립을 선언한다.
2019년 8월 24일
- PCK 창립총회 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