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의 총회를 복귀하며
바람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처럼 제 마음도 10월 들어서 울긋불긋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소망했던 사사로운 일들이 잘 안 풀릴 때, 주변 지인들이 한국으로 귀국하는 모습에 홀로 서운해 하며 아직 2024년이 끝나지 않았어 괜찮을거야 하고 창 밖을 멍하니 보다가 베를린에 도착했습니다.
북적이는 녹유 당원들과 인사하고 그 동안의 근황을 묻고 답하다 보니 울적해졌던 마음이 사라지고 여기, 오늘 모인 이 자리는 우리들만의 이상향인 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곳에는 나를 괴롭히는 고민도 어려움도 없고 온전히 ‘녹색’의 싱그러움만이 존재하는 것만 같습니다. 더욱이 운영진이 올 해 총회를 정말 알차게 준비해 준 덕분에 AI 기술 발전에 감탄하며 10대 녹유 의제를 활기차게 토론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둥둥 떠다니는 여러 정책 (중앙정부 정책, 정당별 정책 및 시 단위 정책) 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녹유 당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 총회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일 년을 잊고 있다가 문득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야. 웅크리고 있던 마음을 쭉 펴며 속삭여 봅니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던 거야.
뿌듯함과 감동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베를린 승리의 여신 (Siegessäule) 꼭대기에 올라가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 봅니다. 얽히고 설켜 보이지만 끝과 끝이 연결된 거리를 보며 올 해가 가기 전에 달성하고자 했던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내년에도 또 만나요, 녹유 당원님들.
- 에센에서 “성공무새” 펭귄 당원이 보내는 편지 겸 총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