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드디어 정회원이 됐습니다. ㅎㅎ
바로 후기를 올리려고 했는데, 에러가 나서 두어번 날려 먹어서... 늦어졌네요.
현장감은 떨어지겠지만, 차분하게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네요.
1. 영어
언어라는 게 사실 끝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나름 외국어과목은 전략과목이었는데, '혈전제거제'에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분명히 외운 '제약회사'라는 단어는 절대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알코올에 찌들어서 뇌가 줄어든 건지, 뉴런이 끊긴 건지... 하지만 만들어서라도 다 쓰고 나왔습니다. 영한번역문제는 그 보다는 쉬워서 다행이었습니다. 에세이연습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에세이에는 조금 횡설수설한 것 같네요.
2. 국제정치학
역시 FTA와 지역통합 관련한 문제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다보니 그렇겠죠? 외교사 문제도 빠짐없이 작성하는 등 1,2번은 충실히 쓴 편입니다. 다만 부끄러운 얘기지만 '인간안보'는 그날 문제지에서 처음 봤습니다. 이건 뉴런의 장난질이 아니라 분명 아예 시각적으로 접수한 일이 없었던 내용이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3번 문제를 덩그라니 버려둘 수는 없고 해서 인간안보만 빼놓고는 그 동안 공부한 걸 조합해서 이리저리 쓰기는 썼습니다.
3. 국제법
시험보기 직전에 SPS협정만 죽어라 읽었거든요. 천운으로 1번 문제에 나왔더군요. 그 때 안 봤으면 절대 못 썼을 겁니다. 잠깐 강림하셨던 왕꽃선녀님께 감사를 드렸어요. 2,3번도 기억을 더듬어서 얕은 지식이지만 아는 한에서는 다 쓰고 나왔습니다.
4. 불어
중국어와 독일어는 어려웠다고 하던데, 불어는 작년, 재작년 문제에 비해 상당히 쉬운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불한번역은 나중에 문제지를 비교해 보니 분량 자체가 팍 줄었더군요. 덕분에 여유있게 풀었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시간이 남아도 외국어 과목은 없는 말을 지어서 쓸 수도 없고, 난감하더군요. 제가 시험본 곳은 문제의 시위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했습니다. 운이 좋았죠.
5. 경제학
경제학은 기존 기출문제에서 안 나온 부분의 문제들이 나왔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가려내고자 한 것 같습니다. 저야, 기본만 했으니 저한테는 오히려 다행이었죠. 외시비중에서 국제무역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는 것도 시험 끝나고야 알았습니다. 독점과 완전경쟁시장의 장.단기 균형이 헷갈리기는 했지만, 논문과목 중에서는 마지막까지 답안을 작성한 유일한 과목인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밑천이 딸려서 길게 쓸 수가 없었습니다.)
* 정리하며
저에게는 첫 시험이었고, 공부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본 거라 다소 무모했던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뭐가 뭔지 잘 몰라서 오히려 용감히 맞설 수 있었던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크게 놓친 문제 없이 아는 건 다 쓰고 나왔다는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또 전공도 아니고, 학원도 안 다니고, 신림동에 가본 적도 없이 홀로 공부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 기본에 충실한 문제는 많은 힘을 줬고, 가능성을 엿보게 해 주었습니다. 시험 자체가 제게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시험을 치르고 나니 어떻게 공부할지 알겠더군요. (기출문제 풀어보는 거랑은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제 손을 떠났습니다. 시험이 쉽든 어렵든 누군가는 합격하는 거라 생각하며, 즐겁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 덧붙이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감독관님의 인사에도 답하지 못할만큼 다들 경직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수고하셨다'는 인사에 답이 없어 약간 놀랐습니다. 다들 긴장하신 것은 이해하나 그 정도 여유는 보여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잖아요.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봄날은 소리없이 가버리고, 5월인데 열대야는 고개를 들이미는 밤에 살포시 후기 올려놓고 갑니다. 사뿐히 즈려밟지만 말아주세요. ㅎㅎㅎ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혼자서 대단하시네요~ 앞으로도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학원이나 신림동에 가지 않은 것은 단지, 제가 모아 놓은 예산 내에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책값 이외의 차비며 각종 비용을 절약하려다 보니 집에서 공부하게 됐구요.;;
혼자공부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힘이 납니다. 건승하십시오 ^^
불어는 쉬웠나 보네요..ㅜㅜ 어쨌든 수고 많으셨습니다. 화이팅 하세요!
난이도 문제도 있고, 불어는 꽤 오랫동안 공부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합치면 근 10년이네요.;;
귀중하고 독특한 응시기를 올려주시어 감사합니다.
훗날 더욱 '독특한' 합격기를 올릴 수 있는 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참 고시생답지 않게 긍정적인 모습 보기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