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부풀어 오르다
- 최윤경
풍선 검처럼 달디 단 맛 삼켜버리고 근육질 질긴 사이에 잔뜩 바람을 채운 꿈길을
걸어간다 조금만조금만 이 고립의 길을 벗어나면 탁 트인 시야가 나타나는 거라고
혼자 다독이며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걸었을 그 길
곁눈질과 타협으로 손 내밀었더라면 조금 일찍 닿을 수 있었을까
험한 길은 뾰족한 창을 곤두세워 위협을 하곤 하였다
무서울 법 없는 젊음에도 어둑한 아픔으로 자라는 타인 같은 시간은 잘라 먹혀 버
리고 눈물처럼 뚝뚝 나뭇잎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울음을 다 삼키고 텅 비어버렸을
나무속으로 걸어 들어가 잠을 자고 싶다 함께 꿈을 꾸고 싶다
나무가 해 주었던 이야기들을 가슴에 주워 담아 나누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또 한 층의 희망이 쌓여간다 한 계단씩 걸어 올라가다 보면
하늘과 맞닿아 무지개 되어 떠오를 수 있을까
시리도록 파란 하늘 끝에 구름이 부푼 꿈을 내려놓는다
마법같이 비가 내린다 부풀어 오른 것들 흐물흐물 녹아내려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한 줌 흙속으로 사라지다가
솟아날 듯 움트는 새싹 비집고 나온 틈 사이로 온 세상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