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경 작가 신작 소개 '우월주의 바이러스'

[손기경]

우월주의優越主義 바이러스

 - 최윤경

보송보송한 흙 속에 뿌리내린

온갖 유혹과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던

우월주의 가득한 독기의 혀를 가진 나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겨 훌쩍 키가 커 버렸어

어느 천둥 치는 날

우월의 의미를 씹어 보았지

세상의 잣대가 모질고 날카로워도

부드러운 칼은 있는 법이라고

하늘이 번개처럼 스치며 일러주고 가는 것을

조용히 받아들이며 잎을 키우기 시작했어

언젠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혼자 우월주의에 빠져

일어나지도 않는 일에 대한 온갖 걱정 같은 건

훌훌 벗어 던져버리고 뛰기 시작했어

거센 바람 잠잠해진 나무들 틈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

깡마른 구근에 촉촉한 물기

동이 트고 있었지

붉은 태양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