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디카 때 처음 등장한 선택적 양면카드(modal double-faced cards, MDFC)는 기존 스플릿 카드을 계승하는 매커니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카드에 두 특성을 나눠 두고 플레이어가 원하는 특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스플릿이 한 면에 두 특성을 갈라놔서 디자인상 영 별로였다면, MDFC는 기존 카드와 같은 프레임을 양면으로 나눠서 그런 문제를 해결했죠. 덕분에 MDFC는 두 특성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완전히 별개로 존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MDFC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온갖 꼼수를 상상했지만, 안타깝게도 젠디카에서 공개된 모든 MDFC는 후면이 전부 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MDFC는 스택과 전장을 제외하면 전면의 특성만 가지기 때문에, 보통 후면을 꼼수로 꺼내는 짓을 해야 하는데 꺼내봤자 대지예요. 그 대지가 무슨 수천달러 위엄을 터뜨리는 태버너클 같은 것도 아니니 고민이 없죠.
그리고 칼드하임이 공개되고, MDFC가 다시 나온다는 소식이 들렸으며, 이 새끼가 출현했습니다.
전면은 2발비, 후면은 7발비. 뭔가 꼼수를 쓰면 후면으로 꺼낼 수 있을 것 같은 이 뽕맛쩌는 구성. 게다가 후면은 나오면 게임을 터뜨리는 성능까지. 이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BR카드가 과거에도 있었던가요? 락도스님은 찬양받아 마땅합니다.
...흥분은 가라앉히고...
보시다시피 칼드하임의 MDFC는 더 이상 후면이 전부 대지가 아닙니다. 게다가 전면보다 마나비용이 비싼 애들도 있습니다. 그나마 다른 MDFC는 전후면 비용 차이가 드라마틱하지 않아 큰 관심을 못 받았지만, 씨볼트 새끼는 그런 상도덕도 지키지 않은 스펙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이니스트라드에서의 설움을 씻고 싶었을까요? 플커워에서 엑스트라만도 못한 취급에 분노했나요? 근데 티볼트보다 더 쩌리 취급받은 애들이 널리고 널렸던 거 같은데 대체 얘는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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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발키 혹은 티볼트가 공개되자마자 각 커뮤니티에선 많은 얘기가 오갔습니다. "과연 티볼트를 발키 비용으로 꺼낼 수 있는가?" "7발비를 2발비로 꺼내서 프로핏을 외칠 수 있나?"
1. 케스케이드
저발비 사기치기의 선두주자 케스케이드입니다. 이미 하위타입에서는 발비 없는 카드를 공짜 발동하는 용도로 훌륭히 써먹고 있으며, 스플릿 카드의 규칙이 개정되기 전에는 붐을 체크해서 버스트를 날리는 사기짓도 거침없이 해댄 기능입니다. MDFC는 스플릿 카드를 계승하는 느낌으로 나온 거라, 케스케이드는 가장 먼저 고려된 꼼수였죠.
결론만 말하면 BB엘프로 발키가 공개되면 티볼트로 발동하겠다는 주장입니다. 이게 얼마나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문제는 기존의 규칙상으로는 이게 안 된다는 문구가 어디에도 없다는 겁니다. 규칙총서(CR)에서 뒤져보면 이와 관련된 문구는
711.7 (전략) A player casting a modal double-faced card as a spell chooses which face they are casting before putting it onto the stack. See rule 601, “Casting Spells.”
> MDFC를 주문으로 발동하는 플레이어는 어느 면을 스택에 올릴지 선택한다.
밖에 없어요. 그걸 어떻게 발동하는지, 발동하는데 어떤 조건들을 고려해야 하는지는 하나도 없고 이거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전에는 이걸 고려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어차피 후면은 죄다 대지인데 선택한다고 해봤자 선택지가 하나뿐이잖아요. 아마도 나중에 후면이 대지가 아닌 카드도 낼 생각으로 일단 문구를 넣어두긴 했는데, 이 문구만으로는 케스케이드로 발키가 나왔을 때 티볼트를 발동한다는 "선택"을 막을 수단이 없습니다.
참고로 MDFC의 전신인 스플릿 카드는 이걸 어떻게 해결했냐면, 그냥 카드의 CMC를 양쪽의 합으로 해버리는 걸로 막았습니다. 붐으로 버스트를 못 쓰게 됐을 뿐 아니라, 붐도 못 쓰게 되는 놀라운 하향평준화. 근데 MDFC는 양면의 특성이 완전히 독립된다고 아예 선을 그어 버렸죠... 안 될 거야 아마.
2. 뒤집기 (or 변신)
양면카드니까 일단 발키로 꺼내고 어떻게든 뒤집으면 되지 않을까? 같은 고민을 기울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이건 한방에 작살이 났는데, 젠디카에서 MDFC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규칙에 못을 박아뒀거든요.
711.1. (전략) There are two kinds of double-faced cards. Transforming double-faced cards include abilities on one or both of their faces that allow the card to “transform” (turn over to its other face) or allow the card to enter the battlefield “transformed” (with its back face up). Modal double-faced cards have two faces that are independent from one another and can’t transform.
> 양면카드는 두 종류가 있다. 변신하는 양면카드(transforming double-faced cards, TDFC)는 한쪽 혹은 양면에 카드를 "변신시키는" 능력을 가지거나, "변신하면서" 전장에 들어오는 능력을 가진 카드다. MDFC는 양면이 독립적이고 변신할 수 없다.
네 변신 안됩니다. 아쉽네요.
3. 뒤집어서 들어오기
2번과 같은 이유로 안됩니다.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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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번의 임팩트가 너무 대단하고 현재로선 막힐 것 같지도 않아서 나머지 대안은 고려조차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과연 칼드하임은 케스케이드 티볼트에 무슨 대책을 내놓았을까요?
아래는 칼드하임의 릴리즈 노트 한국어판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케스케이드와 관련된 부분만 가져왔습니다.
• 어떤 효과가 당신에게 여러 카드 중에서 대지를 플레이하거나 주문을 발동하게 해 주는 경우, 당신은 해당 효과의 조건에 들어맞는 특징을 가진 면이라면 선택적 양면 카드의 어느 쪽이든 플레이하거나 발동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효과가 당신이 무덤에서 마법물체 주문을 발동하게 해 주는 경우, 당신은 세계의 검은 발동할 수 있지만 전투의 신, 할바르는 발동할 수 없습니다.
이 문구의 해석이 갈립니다. 케스케이드는 원래 발동한 카드보다 CMC가 낮은 카드가 나올 때까지 뒤집다가, 그런 카드가 나오면 그 카드를 공짜로 발동하는 매커니즘입니다. 문제는 이 발동 자체에는 조건이 없다는 거죠.
MDFC는 발동할 때 플레이어가 원하는 면을 선택합니다. 만일 CMC가 낮은 카드를 "효과의 조건"으로 간주한다면 발키만 통과되겠지만, 그걸 "카드를 지정하는 조건"으로 간주하면 일단 발키가 통과됐으니 정작 발동할 땐 티볼트를 선택해도 됩니다.
"카드를 지정하는 조건"으로 간주해도 발키는 2발비라 통과지만 티볼트는 7발비라 아웃 아니냐고요? 다음 문구가 그걸 해결해줍니다.
• 선택적 양면 카드의 전환마나비용은 관련되어 있는 면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기반으로 합니다. 스택 또는 전장에서는, 어떤 면이 위쪽을 향했는지를 고려하십시오.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전면만을 고려하십시오. 이는 변신하는 양면 카드의 전환마나비용이 결정되는 방법과는 다릅니다.
발키는 서고에선 무조건 2발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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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쯤 찾아보고 내린 결론은 "아 ㅆㅃ 모르겠다"... 릴리즈 노트에서도 시원하게 해결을 안 해주니 어쩌면 개정될 CR에서 명확히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적당히 강하면서 뽕맛도 쩌는 카드를 접해서 오랜만에 매직스러운 얘기를 마구 늘어놔 봤습니다. 마침 씨볼트도 악귀출신이니 락도스님 커맨더에 한 자리 비워놔야겠어요. 새 커맨더 덱도 한 번 짜볼까?
첫댓글 '연쇄가 카드를 골라낼 때에만 CMC를 체크하고 발동에는 체크하지 않는' 기작으로 이슈가 된 카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것도 2019년에...
그땐 된다고 그랬었죠 아마? 물론 실전성 없어서 다들 잊어버리고 넘어갔지만요.
그놈의 모험...
공식 답변 나왔어요...
꽥
2턴 발키
3턴 바람으로 해방으로 발키 찍고 티볼트로 발동
....
카리제브의 전문지식으로 나오는게 가능해!? 가 아니라 알고 보니 에라타 ㅠㅠ..
천잰데?
사실 글에서 핵심을 아주 잘 짚어 주셨는데, 문제는 '카드'의 특징을 보느냐, '주문'의 특징을 보느냐 입니다.
Cascade의 정의를 보면 (CR 702.84a)
When you cast this spell, exile cards from the top of your library until you exile a nonland card whose converted mana cost is less than this spell’s converted mana cost. You may cast that card without paying its mana cost. Then put all cards exiled this way that weren’t cast on the bottom of your library in a random order.
정의에서 (처음에 나오는 격발조건을 제외하고는) '주문(spell)'이란 단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죠. 카드의 특징을 보는 겁니다.
하지만 루러스나 카리 제브의 전문 지식을 보면 카드의 특징이 아니라 주문의 특징을 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이러면 스택에 있는 티발트의 특징을 보게 되는 겁니다.
사실 MDFC는 룰적으로 어드벤쳐랑 거의 다른게 없어서 이번에 MDFC와 관련하여 큰 룰개정을 없을 듯 합니다. 뭐 물론 봐야 알겠지만요..
저도 당장 누가 물어보면 "된다"고 답하기는 할 거 같은데, 이렇게 꼼꼼히 짚으니 더 와닿네요. 역시 저지계의 브레인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