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제 2회 야학문학상 심사 결과 발표
수상자 님들에게 축하드리고, 아쉽게 명단에 없는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과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상자 분들에게 개별연락 드리겠습니다. 시상 관련 문의(010-오일이구-구구이팔))
2019 야학문학상 심사평
2019 야학문학상에는 모두 60여 명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심사는 시, 수필, 소설 부문에 걸쳐 각 2명씩 대상 작품과 최우수작품을 선정하였다. 2명의 심사위원은 야학 사람들이 살아온 삶과 감정을 작품을 통해 잘 표현한 작품을 선정하는데 합의하고 심사에 임했다. 이에 따라 한글교실을 비롯한 야학을 체험 위주로 기록한 작품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감상 위주로 기록하는데 만족해하는 작품은 선정에서 제외하였다.
시 부문에서는 하여진 씨의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는 꿈」과 이전순 씨의 「친구」를 각각 대상과 최우수작으로 선정하는데 쉽게 합의했다. 두 작품 모두 한글 문해교실의 풍경을 잘 포착해 ‘현장감’을 잘 살린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하여진 씨의 작품 가운데 “지우개는 바다와 태양은 지울 수 있지만/ 찌그러진 마음 한 칸에 새겨진 꿈은 지울 수 없다”라는 표현은 생애 처음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며 자기 삶을 가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았다. 시(예술)의 미적 효과뿐만 아니라 수행적 효과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전순 씨의 「친구」 또한 비슷하다. “너도 틀렸냐? 나도 틀렸다./ 우리 모두 틀렸으니 친구 맞구나”라는 시적 표현은 유머러스한 웃음을 자아내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동병상련(同病相憐)하며 연대하려는 마음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밖에도 김완수 씨의 작품을 최종심에서 함께 거론했다.
가장 고심했던 분야는 수필 부문이었다. 2명의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장애경 씨의 「탄진 씨에게」와 이영란의 「나는 야학생입니다」를 각각 대상작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편지글 형식의 장애경 씨 수필은 여성장애인으로 사는 일의 어려움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갈망하며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점이 특히 좋았다. 여성장애인은 하나의 ‘덩어리’가 절대로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욕망을 지닌 한 사람의 ‘개별자’라는 점을 이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야학문학상에서 자신의 욕망을 과감히 표현하려는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더 많이 제출되었으면 한다. 이영란 씨의 수필은 3년여 동안 야학에서 겪은 사연을 차분한 문장으로 잘 전달해 눈길을 모았다. 초대 야학문학상 수상자인 이태희 씨의 「세상사 마음 먹기 나름」 또한 최종심에서 논의되었음을 여기 밝힌다.
소설 부문은 출품작이 적었다. 그렇지만 김덕기 씨의 「작은 것들의 신」을 대상으로 정하고, 최지인 씨의 「푸른 봄」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하는데는 어렵지 않았다. 김덕기 씨의 「작은 것들의 신」은 “다람쥐마을”에서 오랫동안 운영해온 “다람쥐학당”이 철거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다만 ‘털보아저씨’ ‘점방 할배’처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충분히 개성(個性) 있는 존재로 부각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품 속 이야기 내용 또한 단편소설 형식으로 다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방대하지 않나 생각된다. 강남 구룡마을 및 용산참사를 배경으로 하여 비슷한 내용을 다룬 소설가 정도상의 장편소설 『은행나무소년』을 소설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최지인 씨의 「푸른 봄」은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발생한 참사 사건에서 착상을 얻은 작품으로 추정된다. 다만 작품 속 ‘유령’이 된 ‘나’라는 이십대 청년의 개성이 지금보다 더 실감 있게 묘사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작품의 결말을 읽는 독자들 또한 ‘유령’이 된 주인공이 하는 독백에 대해 더 공명하지 않을까 한다.
야학문학상에 선정된 분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선정되지 못한 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야학문학상이 해를 더할수록 더 좋은 작품이 출품되어 하나의 글쓰기운동의 불씨가 되었으면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구도 나를 함부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살아가기와 투쟁하기가 함께하며 ‘살아가기 위한 투쟁’으로서 야학문학상의 글쓰기가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송경동(시인), 고영직(문학평론가)
( 심사 중인 왼쪽 고영직 문학 평론가 , 오른쪽 송경동 시인,)
제2회야학문학상 수상 작품 모음집_20200213.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