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퀴토러브
나는 싫은데 모기처럼 나를 따라붙으며 스토커하는 것을 ‘모스퀴토러브 Mosquito Love’ 라고 한다.
내가 만든 말이다.
오랫만에 수행이 잘되어서 선정에 들려고 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모기가 문다.
순간 사마디가 풀리면서 마음의 평화가 사라지고 화가 치밀더니 살의가 일어난다.
내게 모기는 수행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장애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손가락이 으스러지도록 주먹을 꽉쥐고 팔에 힘을 주면서 모기가 살에 밖힌 침을 빼지 못하도록 팔근육을 단단히하고 딱 때려잡았다. 나는 아직 공부가 덜되서 그렇겠지만 모기가 박살나는 것을 볼때마다 마음에 시원함이 인다.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너와 나는 절대로 사이좋게 같이 살 수 없다. 나를 원망하지 말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을 원망해라”고 축원을 하고 다시 수행을 시작하는데 땡하고 종이친다.
저린 다리를 풀고 있는데 같이 수행하던 사람이 “스님도 모기 잡으세요” 하며 콕 찌른다. 그래서 나직한 목소리로 “나는 모기는 잡는다” 라고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태백산 골 깊은 곳에서 살았는데 산에서는 뱀보다 벌이 더 위험하고 조심스럽다.
한두달 산을 비우면 ET처럼 흉칙하게 생긴 벌들이 사방에 벌집을 지어 놓는다.
산에는 아름드리 나무도 많고 집지을 곳이 천지인데도
법당과 토굴, 부엌, 변소, 창고같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 그것도 출입문이나 창문 위에 작은 것은 야구공만하고 크게는 농구공만한 집을 지어 놓고 항공모함의 전투기가 이착륙하듯이 드나들며 위협하는데 미물이지만 정말 배기싫다.
그리고 벌은 지능이 있다는데 심히 의도적이다.
산에서 뱀에 물려 죽는 사람보다 벌에 쏘여 죽는 사람이 더 많다. 나는 긴 막대기와 에프킬라를 챙겨들고 벌과 한바탕 전쟁을 치룬다.
전사한 벌들과 함께 떨어진 벌집 안에서 애벌레들이 꿈틀거린다.
내가 살기위해 너를 죽일 수 밖에 없고 너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도록 짜맞춰진 곳이 욕계이다.
벌은 사람을 공격하고 모기는 뇌염 말라리아를 동반하니 위험하다.
생명을 위협하는 벌이나 모기를 해치면 안된다는 것은 불살생계의 본질이 아니다. 나는 해칠 생각이 없는데도 나를 해치려고 하는 벌이나 모기는 위험한 스토커들이다.
언젠가 유기농 배추농사를 짓는 분이 내게 묻는다.
“농사를 그만둘수도 없고 배추벌레를 손으로 잡을 때마다 살생계를 범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않은데 어찌해야 할까요? 스님, 인간이 모기 파리로도 태어나는지요.”
“윤회에 충생은 없습니다.”
“직접 죽이지 말고 용기에 담아 닭에게 주세요.”
마음편하라고 에둘러 답했다.
붓다의 가르침따라 불살생계를 지니고 살다보면 미물이지만 살아있는 것들을 죽일수도 그렇다고 살려둘수도 없는 “to be or not to be” 상황을 만나게 된다.
모기에게 헌혈을 하고 벌에게 집을 내주고 배추벌레를 위해 배추를 양보해야 할까? 아니면 어찌해야 할지 선택은 자유다.
“쿼바디스QuoVadis ...”
나는 이 문제의 해답을 얻었다. 이제 당신이 풀 차례다.
-위무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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