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입에도 못 대는 대학친구가
어느 날 거리에서 [야화]라는 간판을 보고 무작정 들어갔단다
들어가서 이 집이 무슨 집이냐고 했더니
우아하면서도 약간은 섹시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담이 혼자 있다가 반겨 맞으면서
이 곳은 찻집이라고 하더란다.
술집도 아니면서 술을 파는 묘한 집이 찻집이다
그래서 무슨 차가 있느냐고 했더니
맥주 양주 다 있고 소주 막걸리는 없다고 하더란다
찻집이라면서 무슨 술만 파느냐고 했더니 웃으면서
쌍화차는 판다고 하더란다
좁은 공간 그리고 묘한 분위기,
그래서 친구가 묻기를 '야화(野花)냐, 야화(夜花)냐?'고 했더니
그 마담은 빙그레 웃으면서 하는 말이,
"선생님께서 술을 한 잔 하시면 보일 것입니다!" 하더란다
무슨 옛날 얘기 같은 전개가 그리 싫지는 않아서
난생 처음으로 술이란 걸 마시면서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하는데
무슨 꽃이 술을 마시면 피느냐고 물었더니
내 친구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마담이 하는 대답 또한 걸작이라
"꽃은 선생님의 마음이 피워내는 것입니다.
야화(野花)를 피우시든지, 夜花를 피우시든지,
선생님의 마음이 오늘 이 곳을 원하는 꽃으로 만드시는 겁니다."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던 그 친구,
그 격조 높은 멘트에 그만 넋이 나갔다
그래서 처음 마시는 술로 대담해질 대로 대담해진 친구가,
"나에게는 그대가 지금 야화(野花)로도 보이고, 夜花로도 보이오."
했단다
이 무슨 김삿갓 면도하는 소린지 참!
마담은 조용히 웃으면서 친구의 잔에 술을 따르고,
아직도 꽃으로 보아주는 이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더란다
암튼 그 날은 술에 취하고 또 여인에 취해서
공부만 알던 친구가 제대로 일탈의 날을 보내고 돌아와서
도서관 밑 나무그늘 아래서 전 날의 일기장을 읊어대는데,
우리는 다 여우에게 홀렸다고 정신차리라 했지만,
그런 낭만여우에게는 잡아먹혀 죽어도 좋다는 것이었다
그 또한 젊은 날의 한 때 추억이었다
그 여인은 진짜 낭만 여우였다
어느 날 그 친구를 불러서 두툼한 봉투 하나를 내밀면서
그 동안 친구가 마신 술값 중에서 마진을 돌려준다고 했다
학생이 나이도 많은 자신에게 빠져서 너무 많은 돈을 탕진하면
일생에 후회가 될 것이라 여겼단다
그 멋진 낭만 여우 마담,
졸업 후 세월이 많이 흐르고 우리가 함께 찾아갔을 때는
이미 어디론가 떠나고 없었다
첫댓글 낭만 여우 !
작명을 '왕초' 님이 하셨나요 ? 물론 실화일테고,
친구분도 친구분이지만, 마담이야말로 진짜 멋진 '낭만 여우' 네요
소싯적 그런 짜릿한 추억 하나쯤은 있어야 '청춘'을 거쳐욌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
'왕초' 님의 감칠맛 나는 글 때문에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될것 같네요.
즐감했습니다, 맑고 향기로운 하루 꾸리시길 ...
作名이라기보다는,
그냥 말하다 보니 그렇게 부르게 되었네요
그 시절에는 어느 분야에든,
멋스러움에는 멋스러움으로 마주하는
낭만이 살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이어 봄꽃들이 피어나는 계절,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