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는 놀이터가 있고,
놀이터 한 구석에는 정자가 있는데,
평일에는 노인들이 거기 많이 모여서 노년의 휴식을 취한다.
요즘은 날씨가 약간 덥기는 하지만
그늘에 앉아 있으며는 그야말로 선선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지상낙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 정자에 계신 분들은 신선놀음을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집 사람과 몇몇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부침개를 만들고,
나는 근처 마트에서 각종 음료수를 구입해 가지고 놀이터 정자로 갔다
그리고 쉬고 계신 어르신들은 물론 지나가는 이들까지 불러들여서
부침개와 음료수를 대접했다
그러자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도 사람들 특유의 의심으로,
"왜 이러는겨? 뭘 노리고 이러는 겨?"
- "노리는 것은 어르신의 기쁨입니다."
"그게 뭔 소리여?"
-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는 것을 보고 싶을 뿐입니다."
"참말이여?"
- "네, 참말입니다. 드시고 탈 나면 고발하세요. 저 집이 우리 집입니다."
그랬더니 서서히 의심의 빗장을 풀고 드시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어떤 할마니는 돈 만원을 내놓기도 하시고,
어떤 분은 자기 돈으로 음료수를 사오려 하신다
하지만 그것은 무면허 상업행위이고 불법이라고 말하자,
몇 번이고 잘 먹었노라고 하시면서들 떠나신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미우니 고우니 옳으니 그르니 따지지 말고,
조건없이 베풀면 좋은 세상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예비 용으로 가지고 간 반죽까지 다 구워서 나눠드린 후에
돗자리를 걷고 일어서는 마음이 너무나 기쁘다
누가 나를 기쁘게 해 줘서 누리는 기쁨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 줬다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첫댓글 우선 ㅉㅉㅉ 박수 쳐드리고 ~
제목 처럼, 이 각박한 세상에 (이 풍진 세상에 ~)
큰 보시 하셨습니다,
충청도 버전으로 福 받을겨 ㅋㅋㅋ
오늘도 행복 넘치는 하루되시길...
ㅎㅎ . . 감사합니다
베푼다고 망하는 것도 아니고,
얻어먹기만 한다고 부자되는 것도 아니니,
인간의 생사화복은 하늘에 있음을 믿습니다
즐거운 오월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