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는 칠레와 페루는 세계 최대 구리 광상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전 세계 구리 매장량의 39%가 남아메리카에 몰려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구리 같은 원자재가 묻혀 있는 광상이 거의 없어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구리는 전도성과 연성이 뛰어나고 가공이 쉬워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 반도체 배선 원료, 송전 설비 등 국내 전자산업 분야에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원자재다.
재 인류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구리는 반암형 광상에서 생산된다. 반암형 광상은 화성암 주위에 형성된 금속 황화물 광상으로 금속의 품위는 낮지만 매장량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전세계 구리의 75% 이상이 반암형 구리 광상에서 생산된다.
전 세계 10대 구리 광상(주황색 원)은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 인근을 포함해 지각이 두꺼운 지역에 몰려 있다.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 제공
연구진은 반암형 구리광상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지각의 두께에 따라 반암형 구리광상의 크기와 형태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각이 40km 이상 두꺼운 지역에서는 맨틀에서 형성된 마그마가 하부지각의 심부에서 마그마 분화를 겪으면서 마그마 방의 활동 기간이 길어져 대규모 구리광상이 형성됐다. 반면 지각이 40km가 안 되는 지역에서는 마그마 방의 활동 기간이 짧아 구리광상의 크기도 작았다. 안데스산맥 인근 지각의 평균 두께는 60~70km이며, 한반도 지각의 평균 두께는 33km 수준이다.
박 교수는 “맨틀이나 지각에서 형성된 마그마가 식으면서 성분이 변하는 마그마 분화가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구리 등 여러 광물이 형성된다”며 “구리 같은 유용 광물이 형성되는 조건이 지각의 두께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롭게 알아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마그마 분화 시 구리뿐 아니라 금도 생성되며, 두꺼운 지각에서는 대규모 구리 광상이 형성되는 반면 금 함량은 적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반대로 구리 광상이 소규모로 형성되는 얇은 지각에서는 금이 풍부했다.
박 교수는 “안데스 인근 지역에는 구리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구리가 거의 매장돼 있지 않은 이유가 지구과학적으로는 지각의 두께 차이 때문”이라며 “반암형 구리 광상의 크기뿐 아니라 금 함량도 지각의 두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