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외 1편
김영선
그녀의 창에 햇살이 비친 건 참으로 오랜 만이었다
눅눅해지고 추리해져서 푸르둥둥 한 곰팡이가 피기 바로 전
창문 사이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들어
막 균을 배양하고 있는 곰팡이의 씨를 말려 버리며
그녀에게 햇살에 은총을 내리니
마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도 발견한 듯
자유를 외치는 투사처럼 긴 머리 휘날리며
하지만 비좁고 남루한 푸른곰팡이가 살고 있는 철창 안에서
좁다란 비상구로 통하는 미로 같은 집을 탈출하여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티켓은
따사로운 권태로 웃음 지으며
희뿌연 안개를 뿌리는 소독 차마냥
온몸에 곰팡이에 씨를 말려버리며
아주 강한 햇살의 은총을 내리사
푸른곰팡이가 다시는 살수 없게끔
눅눅한 수분을 거두시어
마치
고대 이집트신화에 나오는 박제된 여전사의 미라로 그녀를
만들어 버릴 것이다
아마도
햇살의 은총에 눈이 부신…
신인류 화사론(花巳論)
주인은 지금
주변을 맴도는 여러 마리의 개들에게
서열을 위한 질서 및 충성의 강도, 흘리는 침의 예의 등과 같은 종속훈련을 강화해야 할 때!
대체로 헤아려 생각하건대
동물이 인간보다 위에 군림할 수는 없는 법
그러므로 언제나
주인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품위와 품격과
그에 맞는 인품을 지켜 나아가매 하등의 하자가 없게 하여
발정난 개들을 지배함이 옳은 줄 아뢰니
그런고로
강도 높고 심도 있는 훈련 속에
부드럽고 온순한 충견을 만들어
주인의 주위를 맴돌게 할 지어다
김영선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수료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시창작과정 수료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시섬문인협회 회원, 서울시인협회 회원, 세계시문학회 회원, 비탈과함께하는그림시 동인,
동인지 『맛있는 시집』, 『당신의 영토』, 『퉁소소리』, 『뤼브롱 연가』, 『꽃이 꾸는 꿈』 등
첫댓글 멋지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