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스토리문학 2016년 겨울호(통권97호)
장화 신은 비상구 털이 소녀에 대한 인터뷰 외 1편
리 호
하루를 묵힌 것이 참새를 만나 야쿠르트 아줌마로 변신한 아침
실컷 자고 일어난 구름 속에서 꿈속의 비행접시를 찾아냈어
형광빛 탱크탑이 전혀 비행스럽지 않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마돈나를 상상해
산수유나무 껍질로 인디언 문양 박아 넣은 청바지를 타고
여름을 울려, 내 것이야
난데없이 비를 몰고 온 새벽 2시 56분의 유에프오
설마 느슨한 웃음을 바란 건 아니지?
삐져나온 빗방울 발톱에 가위를 대는 떫은 꽃사과
황소 뿔로 만든 월계관을 쓴 심바를 상상해
붉은 칼로 잘 키운 갈기를 파는 새벽 2시 57분의 야쿠르트 아줌마
느긋한 자장가로 후리는 여름밤, 비 쌍피 굳은자를 내려놓으며
바다에 사는 소
제안받은 권고사직을 안주머니에 찔러 넣고
덜 익은 술을 걸치고 들어온 날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얼큰한 동태찌개를 다시 데웠다
침대 모서리에 술에 쩐 짝태가 누웠다
수분이 다 빠져버린 그가 눈물 대신 내장을 모조리 빼냈다
춘태 추태 망태 조태 원양태 지방태 강태, 노가리 생태 동태 북어 코다리 황태,
먹태 백태 깡태 파태 골태. 참 여러 가지 배역으로 숨 가쁘게 살았다
사라진 명태를 찾는 공개수배 전단이 동해에 걸렸다
눈치 살피다가 파도에 걸린 한 놈 잡아 뒷주머니에 얼른 넣었다
오늘의 드럼 수업 곡은 명태다
‘며엉태! 으하하하하하’
바다에 사는 소 한 마리
아버지는 바다로 가신 후에도 여전히 바쁘다
리호
2014년 <실천문학> 제3회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
riho999@naver.co
첫댓글 명태 공개수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