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감동을 준 시집 감상평 9
- 서금복 동시집 - 우리 아빠만 그런가요?
서금복은 아동문학을 비롯해 수필과 시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는 멀티플레이어 작가다. 게다가 수필을 강의하기도 하고, 중랑문인협회 회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활동의 소유자로서 밝고 맑고 희망찬 웃음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주는 작가다. 이번에 나온 동시집 『우리 아빠만 그런가요』는 그녀의 네 번째 동시집이자, 일곱 번째 저서다.
서금복의 동시는 기존에 되풀이돼왔던 자연과 동물 같은 소재를 과감히 떨쳐내고 학원, 단톡방, 휴대폰, 출장, 오피스텔, 문방구 등의 소재를 택하여 문화생활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의 기호에 맞는 동시를 쓴다. 이른바 눈높이 동시다. 이 동시집은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동시집이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어린이의 눈으로 쓴 동시, 그것이 정말 동시의 목적에 맞는 동시라 할 수 있다. 덧붙여 말한다면 윤혜민 일러스트레이터의 편안한 느낌의 삽화 그림과 은은하고 색감은 독자를 안방 깊은 곳, 엄마의 따스한 품속까지 끌어들이는 마력을 더해준다.
제목이 된 동시 「우리 아빠만 그런가요?」를 읽어보면 우리는 금방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어린 시절의 아빠가 지금은 잘 웃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시 속의 화자인 나(어린이)는 아빠가 피곤해서 그렇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고 그에 대한 설명까지 잊지 않는다. 회사에서 오자마자 동생 목욕시키고, 설거지하고, 방청소까지 도와주어야 하는 우리 3,40대 가장들의 처진 어깨를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도 돈 벌잖아요.”라는 아이의 대답 속에는 2020년을 살아가는 한 가정의 현실과 함께, 이제 남성도 당연히 가사노동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한다는 작가의 젠더적 가치관과, 어려움의 과정을 감내하고 이겨내려는 어린이의 희망이 녹아 있다. 바로 뒤페이지에 나오는 동시 「성공한 아빠」는 아빠가 어렸을 때 선생님의 질문에 “커서 뭐하고 싶니”라는 질문에 “망설이다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고 지금 좋은 아빠가 되어 있으니 성공한 아빠라는 말에, 아이들을 길러낸 아빠로서 나도 성공한 아빠 축에 든다는 생각을 하니 지난한 세월을 살아왔던 것에 큰 위안이 된다.
서금복의 동시에서는 지나치게 공손해야 한다며 예절을 강조하거나, 조용해야 한다거나 침착해야 한다며 아이들을 속박하지 않는다. 자연이나 동물을 사랑하라는 식의 식상한 레퍼토리에서도 과감히 탈피한다. 학교, 학원, 그리고 가정에서 일어날 듯한 소재 속의 의문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어린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려 애쓴다. 서금복은 친구처럼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은근하고 포근하게 어깨동무를 해준다. 이에 서금복의 동시를 읽는 어린이들은 안정감을 가지면서 요소요소에 감춰둔 어른들의 사랑을 보물찾기 놀이하듯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희망의 미래를 꿈꾸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 김순진(아동문학가 ‧ 문학평론가)
- 청개구리 / 하드케이스 128페이지 / 정가 10,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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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만 그런가요?
서금복
- 할머니 사진 속에 활짝 웃고 있는 애는 누구에요?
- 애라니, 아빠지.
- 네? 우리 아빠가 이렇게 잘 웃었나요?
- 그럼 아빠의 웃음꽃은 담장 너머 옆집까지 피었지.
- 그런데 왜 지금은 안 웃을까요?
- 글쎄, 왜 그럴까?
- 아, 아빠가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집에 오자마자 동생 목욕시키고 설거지하고 청소까지 하지 않으면 엄마가 싫어하거든요
- 엄마는?
- 엄마도 돈 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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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서금복
1997년에 수필가가 되어2001년에 아동문하연구로 동시, 2007년에 시와시학에 시로 등단하였습니다.
2018년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과 <인산기행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8,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동시집 『할머니가 웃으실 때』, 『우리 동네에서는』, 『과일 찾기』, 시집 『세상의 모든 금복이를 위하여』, 수필집 『옆집 아줌마가 작가래』, 『지하철 거꾸로 타다』가 있습니다.
중랑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전국어머니편지쓰기모임인 <편지마을>회장, 광진문화예술회관에서 수필창작반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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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내가 쓴 동화책 『태양을 삼킨 고래』를 읽고 폴라로이드카메라로 찍어서 붙여 사인해 보내주심에 감동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