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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초대장 열풍을 불러온 클럽하우스. 연예인은 물론 실리콘밸리 유명 인사들까지 가입해 주가는 더욱 치솟고 있다. 오디오에 기반한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의 탄생 배경과 인기 비결, 가능성과 전망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창업 1년 만에 10억 달러(약 1조 1,043억 원)의 기업 가치로 평가받은 회사가 있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오프라 윈프리 등 내로라할 유명인들이 이 서비스에 직접 참여해 더욱더 유명해지고 있다. 드라마 시나리오보다 더 비현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클럽하우스(Clubhouse)다.
전 세계에서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회자된 서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급격하게 성장한 클럽하우스는 여타 서비스와 달리 오디오에 기반한 소셜미디어다. 구글 출신 폴 데이비슨(Paul Davison)과 로한 세스(Rohan Seth)가 만든 쌍방향 음성 채팅 서비스로 2020년 4월 론칭했다. 클럽하우스 안에는 모더레이터, 스피커, 리스너라는 세 가지 층위가 있다. 사용자는 클럽하우스 안에 있는 여러 방에 들어가서 대화에 참여하는 스피커, 그저 듣고 있는 리스너, 혹은 직접 방을 열거나 함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을 초대하는 모더레이터가 될 수 있다.
클럽하우스가 최초의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는 아니다. 해외에는 디스코드, 국내에는 스푼라디오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기존 서비스들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클럽하우스의 모든 대화는 기록되지 않고 휘발된다.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그렇기에 사용자는 조금이라도 더 서비스 안에 체류하고자 한다. 더불어, 가장 탈중앙화됐다.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방을 개설한 사람은 초대 권한과 말할 수 있는 발화 권한을 타인에게 이양할 수 있다. 한 명의 스피커 위주로 돌아가는 기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과 가장 차별되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나 참여할 수 없다. 초대장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기존 사용자들에게 선택받은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다. 이 지점이 클럽하우스의 희소성을 높여, 사람들의 가입 욕구를 더욱 자극했다.
기존 사용자에게 초대장을 받아야만 하는 폐쇄적 시스템이지만,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Black Lives Matter)’ 등 흑인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과 흑인 문화 공동체로 기능하며 초기 사용자를 확보했다. 실제로 클럽하우스는 사용자 중에 가장 팔로워가 많은 사람의 얼굴을 애플리케이션 아이콘으로 사용하는데, 흑인 아티스트들이 그 주인공을 연달아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실리콘밸리 유명 인사가 가입하며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상승해 현재 가입자가 6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10억 달러 가치의 유니콘
클럽하우스는 어마무시한 투자 유치 소식 때문에 더욱더 유명해졌다. 지난 1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에서 무려 1억 1,000만 달러(약 1,214억 원)를 투자받으며, 기업 가치가 무려 10억 달러(약 1조 1,044억 원)가량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매출도 나오지 않은, 이제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10억 달러의 유니콘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까?
사용자 입장에서 클럽하우스만의 차별점을 살펴보자. 우선 음성이라는 수단 덕분에 진입 장벽이 압도적으로 낮다.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영상은 제작에 공수가 많이 들어간다. 글은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든다. 하지만 음성은 다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으며, 말이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시공간 제약이 덜한 것은 덤이다. 더불어 대화방 출입은 물론이고, 스피커와 리스너 사이 이동도 자유롭기에 참여에 큰 부담이 없다.
누구나 손쉽게 모더레이터가 돼 방을 만들 수 있으며 방 안에서 스피커로서 참여할 수 있기에 사용자 참여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 명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다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높은 참여도는 높은 친밀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서비스에 대한 중독과 재사용으로 이어진다. 여러 번 쓰게 하고, 더욱 오랫동안 체류하는 것이 모든 서비스의 목표인데 이에 최적화된 구조인 셈이다.
실명성에서 나오는 안전함도 특징이다. 현재 클럽하우스는 기존 가입자의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람에게만 초대장을 전달할 수 있다. 이 덕분에 기존 사용자와 교집합이 있는 사람들이 점진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실명 프로필을 기재하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기존 소셜미디어를 연동시키며 자신의 실명성을 드러낸다.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프로필을 공개한 사람과 이야기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내가 훌륭한 스피커가 아니어도 서비스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앞서 말했듯 클럽하우스 안에는 ‘모더레이터’ 역할이 있다. 이 모더레이터는 일종의 MC이자 PD로서 방을 기획하고, 이 방에서 말할 스피커를 초대하고 대화를 진행한다. 실제로 현재 클럽하우스에는 자신들이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이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스피커를 모으는 ‘전문 모더레이터’가 각광받고 있다.
흔히들 클럽하우스를 라디오와 팟캐스트의 대체재로 두지만, 이는 명백히 틀린 비유다. 오디오라는 교집합은 있지만, 사용자와 사용 행태는 다르기 때문이다. 일방향으로 듣는 라디오나 팟캐스트와 달리 클럽하우스는 쌍방향이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오히려 트위치, 아프리카TV, 유튜브 라이브 등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과 닮아있으며 음성 채팅 애플리케이션 디스코드와 유사하다. 오히려 오디오는 껍데기에 불과하며, 본질은 다양한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커뮤니티 플랫폼에 가깝다.
관계 형성에 특화된 플랫폼
클럽하우스는 그 어느 플랫폼보다 관계 형성에 특화돼 있다. 음성만이 주는 사적인 기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함께 만들어간다는 효능감 등이 클럽하우스와 사용자 사이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즉, 오디오의 탈을 쓴 관계 형성 플랫폼이자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이 점에서 클럽하우스에서 단순히 정보성만 높은 콘텐츠는 한계가 있다. 그 순간의 지적인 대화 이외에 발전 가능성이 없다면, 꾸준히 방송을 들어주는 관계로 진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가 오래가고, 더 큰 인기를 끌 수 있다. 단언컨대, 그동안 나왔던 소셜미디어 중 가장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가 아닐까 싶다.
친밀한 관계는 곧 팬덤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클럽하우스 창업자도 팬덤 비즈니스에서 볼 수 있는 유료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돈을 주거나 구독하는 모델 혹은 방에 들어올 수 있는 유료 티켓 등 기존 인플루언서 비즈니스에서 볼 수 있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언급한 비즈니스 모델 모두가 광고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정량적 지표보다 정성적인 충성도가 중요하다. 즉, 크리에이터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느냐보다 내게 돈을 낼 수 있는 충성 독자가 얼마인지 중요해지며, 관계에 더욱 신경 쓰게 된다.
클럽하우스의 가능성은 누구에게 열려있을까? 우선 기존 유명인들에게는 팬들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채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노홍철, 김제동, 임현주 아나운서, 박막례 할머니 등이 클럽하우스에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장근석과 김재중 등은 글로벌 팬들과 대화했다. 가수 호란과 덕원은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김동완은 주기적으로 방을 열어 동료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곤 한다.
이렇게 연예인들이 몰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영상 없이 소통이 가능하기에 부담이 적고, 대화 내용은 저장되지 않고 곧바로 휘발되기에 혹시 모를 리스크도 덜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미팅이 불가한 지금, 시공간의 장벽이 없는 클럽하우스는 이 시대에 팬과 가장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정보 및 지식 전문 크리에이터가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매일 저녁 본인의 직무 전문성에 기반한 대화방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모더레이터들이 많다.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클럽하우스로 이동해 자신의 전문성을 나누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상담방부터 동종업계 대화방까지 여러 종류의 직무·직능 대화방이 생겨났다.
현재 클럽하우스 지형에서 기자는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지면과 방송을 통해 담을 수 없던 여러 취재 비화를 클럽하우스에서 손쉽게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들이 직접 ‘AI 이루다’와 관련된 취재 비화와 시사점을 나누던 대화방엔 심야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300여 명이 참관했다.
말로 되는 콘텐츠
그동안 소셜미디어는 시각이 중요했다. 화려한 영상과 매끈한 사진이 중요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다르다. 기자들의 정성 들인 취재는 곧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고, 이 취재 과정만 말로 풀더라도 훌륭한 콘텐츠가 된다. 그렇기에 기존 유명인들 위주로 구성된 오프라인 살롱 비즈니스가 기자들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공론장의 등장이다.
클럽하우스는 오디오의 탈을 쓴 관계 형성 플랫폼이자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연합뉴스
기업들에도 여러 가능성이 놓여있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 시대에 면접자를 만나기 위한 HR 채널로 사용하고 있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회사를 홍보하며 구직자를 모집한다. 한국에선 토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승건 CEO를 비롯해 토스 디자인팀 전체가 클럽하우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토스의 이름을 건 대화방도 개설했다. 인사 담당자들을 넘어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CEO가 직접 회사의 철학을 말하는 등 직접 커뮤니케이션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다.
자사 IP를 가진 회사는 클럽하우스를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화제가 된 빙그레의 캐릭터 ‘빙그레우스’가 성우와 함께 클럽하우스 방을 만들면 어떨까? 혹은 핑크퐁의 아기상어와 뽀로로가 클럽하우스 방을 연다면? 미국 뮤지컬 <라이언킹> 배우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한국 클럽하우스 성대모사 방이 크게 인기를 끌었듯 캐릭터 기반 오디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다.
새로운 장르의 기획자형 크리에이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 클럽하우스는 스피커뿐만 아니라 모더레이터가 각광받는다. 모더레이터는 직접 방을 개설하고, 그 화제에 맞는 스피커를 초대하며 전체 대화를 진행한다. 방을 기획한다는 관점에선 PD이며, 전체 대화를 진행한다는 점에선 MC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좋은 스피커가 많더라도 진행이 부족하면 사용 경험이 극악으로 떨어진다. 스피커 사이 발화량 조절, 적절한 중간 정리, 주제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끔 토론 방향 조절 등 모더레이터가 빛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롱런하기 위해서는 기획력이 중요하다. 자신이 잘 말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좋아할 법한 주제를 고르고, 그 주제에 걸맞은 스피커를 데려오는 일종의 제작 능력이 각광받을 수 있다. 연기자가 아닌 감독으로서 전체 무대를 기획하는 크리에이터의 등장이 예측되는 이유다.
‘좋은 콘텐츠’의 기준을 바꾸다
미디어의 역사는 탈중앙화다. 국가 허가 하에 점유하고 있던 소수의 송출 권력이 해체되고, 기술이 발전하며 제작에 대한 장벽이 낮아져 누구나 하나의 미디어가 될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는 오디오를 매개로 누구나 손쉽게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돕고 있다. 즉, 내보일 수 있는 콘텐츠만 있다면 타플랫폼보다 훨씬 쉽게 팬을 만들 수 있고,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이 변화는 좋은 콘텐츠의 기준을 바꿀 수 있다. 단순한 정보성, 유용성, 흥미 등 전통적인 기준이 아니라 얼마나 관계 맺기에 용이한지, 얼마나 더 많은 대화를 파생할 수 있는지가 좋은 콘텐츠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정량적 지표보다 더욱 정성적으로 콘텐츠를 분석하고, 서비스처럼 꾸준히 콘텐츠를 관리해야만 한다. 더 밀도 높은 관계를 맺고, 더욱 충성도 높은 나만의 팬을 구축해야만 하는 새로운 종류의 소셜미디어가 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욕망의 그릇이다. 페이스북은 지적으로 보이는 나를 드러내고, 인스타그램은 잘 먹고 잘살고 있는 나를 드러낸다. 클럽하우스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의 외로움을 정확히 저격했다. 연결되고 싶고, 은연중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을 담아내고 있다. 이 욕망을 드러내며 이전 소셜미디어보다 더욱 친밀하고 밀도 높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실리콘밸리의 슈퍼스타가 된 클럽하우스는, 이제 글로벌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우리는 클럽하우스의 행간을 봐야만 한다. 사람들이 클럽하우스 안에서 어떤 욕망을 해소하고, 어떤 모양의 관계를 만들어가는지, 사용자 문화가 어떻게 진화해나가는지 읽어내야만 한다. 어쩌면, 클럽하우스의 성공은 앞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관계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방송. 3월호 미디어뉴스레터 어거스트 구현모 에디터의 코로나 시대의 외로움 저격한 소셜미디어-클럽하우스, 왜 유행인가, 라는 글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해당 글이 링크 연결이 안돼서 이곳에 따로 정리해 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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