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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농사 이야기(2014/04/30~06/09)
구원- 낙타 바늘귀 통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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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1/3을 밀양에서 보내고 4월 30일 저녁에 논산에 도착했다.
삼남매가 내 허리와 다리를 꼭 안는다.
사는 거 별거 아니라고 수 백번을 되뇌어도, 겨울이면 나는 먼 타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올 겨울은 집에서 난다고 몇 번을 되 뇌었지만 겨울이 되면 역시나다.
4월 30일 밀양에서의 일을 마치고 부리나케 올라왔다.
혹시 그거 아시는가?
자신이 사는 지역 이정표만 봐도 마음이 놓이는 걸.....
내가 그렇다.
논산과 지척인 서대전 톨게이트를 마주한 순간, 이제 집이구나!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집에 왔구나.....
도착한 다음날 못자리 설치를 위한 씨나락 낙종을 했다.
다행히도 진밭들 형님이 내 씨나락을 미리 침종해 주어 낙종을 쉽게 할 수 있었다.
해마다 지는 신세다.
올해는 형님이 내 신세를 져야 할 텐데....
모판을 20장 높이로 쌓은 후 4일째 되는 날 묘상에 늘어 놓았다.
작년에 비하면 올해는 싹이 일찍 텃다.
보름 정도 지나자 심어도 될 만큼 컸다.
성장 속도도 예년에 비해 빨라졌다.
비닐 하우스 육묘라도 20일은 걸렸는데 올해는 빠르다.
더위도 일찍 온 듯하고.....
해 마다 삽으로 붙이던 논두렁을 올해는 트랙터로 해결했다.
왠지 마음에 차지 않는다.
기계로 한번 지나가 버리면, 삽을 들고 다시 논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
기계에 기대다 보니 귀찮아져서다.
정신 좀 차려야겠다.
물장화 신기를 귀찮아 하지말자!
작년의 나의 구호였다.
부지런히 논에 들어가자!
모가 일찍 크는 바람에 갑자기 바빠졌다.
작년에 평탄 작업을 대충해서 여기저기 깊어진 논을 바로잡고 있다.
1000여평의 논을 트랙터 로다로 완벽히 고르기는 쉽지않다.
그래도 작년 보다는 훨씬 낫다.
논두렁의 들꽃을 예초기로 베어 버릴 수가 없었다.
그 노란 생명들이 날 좀 보세요 하는 같아서다.
논두렁에 난 개망초에, 논으로 스물스물 줄기를 뻗어
종국에는 거미줄 친거 마냥 논을 점령해 버리는
사위질빵이라는 지긋지긋한 풀도 왠지 요즘에는 그냥 두고 싶다.
지들도 살려고 세상에 나왔는데 나 살자고 남 죽이는게 요즘은 맘에 걸린다.
모든 생명들이 날 좀 보세요 하는데 매정하게 낫으로 베어버리기가......
우리집 아이들도 하루 종일 날 좀 보세요 한다.
짬을 내서 마늘밭도 맨다.
마늘이라고는 풍신 나지만 그래도 우리 식구 1년 먹고도 남을 양이다.
20접 넘게 심었으니 계산상으로는 100접이 나와야 하지만 글쎄다.
자연재배 3년차 마늘밭은 매정하다.
헛된 기대는 그야말로 無仁무인으로 답한다.
모내기를 마무리 했다.
벼농사의 70%가 모를 심기까지다.
논두렁 붙이고, 물 대고, 로터리 치고, 모판 논으로 옮기고, 물 빼고, 심었다.
비료를 뿌리고, 농약을 하는 일이 없으니 다른 농가보다 좀 수월하긴하다.
서울서 커피집을 하는 후배가 큰 봉다리에 커피콩을 종류별로 대여섯 봉지를 담아왔다.
커피를 마시자니 커피콩도 갈아야하고, 여과지에 걸러야 하는데 우리집에 그런게 있을리 만무하다.
어쨋든 도깨비 방망이(믹서기)로 커피콩을 갈아서 창고에서 발견한 여과지에 커피를 걸러 마셨다.
아!! 커피가 증말 맛있다.
저 발과 걸레는 커피의 맛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커피를 대접 받았으니 이번에 두부로 접대했다.
지금껏 만들었던 두부 중 최고의 품질이었다.
탱탱하고 고소한 맛!
담에도 요런 두부가 나와야 할텐데....
논에 모를 떼우러 갔다가, 좀 큰 올챙이가 돌아다니길래 자세히 보니 "투구새우"
이제 우리 논에도 투구새우가 살만큼 깨끗해 진걸까?
웃음이 나왔다.
너른 논에서 약간 맛이 간 놈처럼 씨익 웃기를 몇번.
막내의 깜찍한 표정.
자신이 원하는 먹을거리를 얻기위해 온갖 아양과 애교를 동원한다.
30초 정도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먹을 것이 아니라 간이랑 쓸개도 빼줄 것 같다.
알고 지내는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난한 사람은 교회에 없는 것 같다고 그런다.
한국 교회 어쩌면 좋겠냐고 그런다.
목사님!
부자가 하늘나라 가는 게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데요.
예수가 부자 욕해서, 부자들이 예수 죽인 거 같아요.
건강하고 평화로울 염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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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귀한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정말 귀한 글이네요, 늦게 읽었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없다...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