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애야? 좀 다른 생산적인 것 좀 할 수 없어??
저와 제 친구들은 이른바 게임덕후들인데,
히헤헤으허으허거리며 게임을 즐기면서도, 이 때문에 각자가 고민아닌고민 하나를 공통적으로 지니게 되었죠. 바로,
여자친구 혹은 부인님께서 게임하는 걸 무지 싫어한다는 겁니다.
비생산적이란 측면에서 말예요.
(Cf. 게임 때문에 나랑 만날 시간이 없어 등 그녀들이 게임 헤이터가 된 데에는 다른 사유들도 있겠지만,
본 글에선, 생산성 측면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린 이렇게 대응하지요.
"아니, 이건 재밌자고 즐기고자 하는 취미인데, 취미가 꼭 생산적일 필요가 있냔 말야.
리프레쉬잖아 리프레쉬~"
이렇게 말을 하며 우리 스스로를 변호하는데,
그러는 한편, 각자가 또 마음 속에 이로부터 파생되는 다른 고민거리 하나가 생겨나게 되었죠.
하긴.. 좀 비생산적이긴 해.. 할 때만 재밌을 뿐이지 나중에 생각해보면 스스로 좀 한심스럽기도 하고..
흠.. 좀 생산적인 뭔가를 해야되려나....
내 취미생활,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잡과 리프레쉬
내 인생을 잡과 리프레쉬로 간단히 찢어 봅시다.
생계를 위해 하루 몇 시간씩 일을 하고, 나머지 타임은 휴식.
내가 일을 하면서, 1인분 몫 이상은 하잖아. 게다가 스트레스를 좀 받아야 말이지.
근데, 취미의 생산성 문제로까지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요컨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내 취미생활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너무 좋다, 신난다, 인생 즐겁다 랄랄랄라
이런 경우라면, 여태까지처럼 keep going on 하면 됩니다.
근데, 아.. 나 쫌... 이대로 괜찮은 건가.. 싶다면!
이건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문제란 거죠.
내 잡과 내 취미,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서 말입니다.
위는 유명한 심리학 이론인 매슬로우의 「욕구위계론」입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꼭 인간의 욕구위계가 저리 순차적으로 스텝바이스텝이지만은 않다
라는 반박이론들도 솔찬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들에게 저러한 욕구들이 어쨌거나 존재하고 있단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여기서 재밌는 건, 저기 꼭대기 상단부를 차지하고 있는 자아실현이란 놈입니다.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란 질문에 답을 해 주는 게 바로 요 녀석이거든요.
단순하게 생각해 봅시다.
게임에도 미션이 있고, 희망하는 엔딩이 있듯이,
우리들 개개인 역시 마찬가집니다.
하고 싶은 게 있고, 되고 싶은 게 있고,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이 있죠.
게임을 할 때 미션에 따라, 희망하는 엔딩을 보기 위해 플레이하듯,
우리도 우리들 인생을 각자의 이상을 좆아 살아가.
면! 좋겠지만,
그게 그러냔 말입니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잖아요.
이상과 현실
먹고 살기 바쁘니까, 적어도 1인분 몫은 해야 되니까.
이렇게 살다보면, 점점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죠.
회사에서 개처럼 구르다가, 집에 오면 리프레쉬를 위해 티비를 보거나 게임을 해.
내일 일어나서 또 회사를 가서 개처럼 구르다가, 집에 와서 맛있는 거 먹고 티비를 보거나 게임을 해.
.
대개의 경우 일상생활이,
잘 먹고, 비교적 안정적이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가끔씩 연애도 하고, 자존감도 대충대충 유지해가며
그렇게 어찌저찌 살아갑니다.
마슬로우 얘기처럼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과 사랑 욕구, 자존감 욕구 등과 부대끼며
어떨 땐 힘이 부치고, 어떨 땐 만족하며 이레저레 살아가는데,
근데 여기서 잠깐. 그러고보니,
당췌, 내 자아실현 쪽은 어찌 돌아가고 있는겨???
인생을 크게 잡과 리프레쉬로 이분화했을 때,
이 두 영역 모두에 내 자아실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경우,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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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작가가 되고 싶었어. 글 쓰는 게 너무 좋아. 평생 글 쓰면서 살아가고 싶어.
근데, 직업 : XX제조업, 취미 :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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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버리면, 내 인생 어디에도 자이실현 요소가 없게 된단 말이죠.
반면,
나 작가 될 거임, 그래서 나중에 진짜 작가 됐음, 또는 칼럼리스트 됐음.
이런 경우엔, 어찌됐건 마슬로우 욕구위계 천장까지 터치하게 되는 셈인 겁니다.
어.. 나 내 인생 괜찮은 것 같아. 어쨌거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플랜대로 살고 있으니까.
혹은,
나 작가 될 거임, 근데 돈 벌어야 함, 그래서 일반 회사 들어갔음, 근데,
취미로 블로그를 해, 어디어디에 정기적으로 아마추어지만 칼럼같은 걸 기재해.
이 역시,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욕구위계 천장 터치입니다.
아니, 회사 다니는 건 짱나는데, 그래도 뭐 여가시간 알차게 보내고 있어, 나름 괜찮은 것 같아.
다섯개의 욕구 어찌됐든 모두 다 터치,
퀄리티는 일단 차치하고, 어쨌거나 희망 엔딩의 길따라 뛰거나 걸어가는 삶.
내가 작가가 되고 싶었어. 그리고 나 지금 작가야. 내 잡이 글쓰기야.
내 취미? 게임. 졸래 재밌어 히히
이미 희망 엔딩 길 따라 가는 삶, 이 길 위에서 굳이.
취미의 생산성을 운운할 필요가 있을까?
(나 이미, 나름 생산적인 삶 살고 있는데?? 떡하니 자아실현 경로 상에 있는데???)
공허와 불안
내 삶은 왜 이리 지루하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슬로우나 많은 학자들도 이미 말했던 바이고,
일반인인 저 또한 그레 생각합니다만,
자아실현 욕구도 인간의 중요한 본능적 욕구 중 하나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내 인생에 비어있다면, 당연히 공허하고 불안하겠죠.
저와 제 친구들은, 잡도 리프레쉬도 자아실현의 밖에 있었기에, 본능적으로 고민스러웠던 겁니다.
과학자가 꿈이었던 과학자들의 어린이 취향 취미들, 리프레쉬!
_빅뱅이론
천재 과학자인 쉘든에게 님 취미 애임? 좀 더 생산적인 거 할 수 없음?
이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쉘든은 말할 겁니다. BULLSHIT!!!!!!!! 딧스 이즈 포 리프레쓍!!!!!!!
요걸 깨닫고 빅뱅이론을 다시 보니, 저 네 명이 무지 부럽더라고요.
내 취미도 게임이고, 쟤들 취미도 게임인데, 확연히 비교가 되더란 말입니다.
공허함이 깃든 리프레쉬와 생기 충만한 리프레쉬
난 여자친구한테 불쓋이라고 소리칠 수 없잖아!!!!
(아 물론 여자친구도 없습니다만..)
전 게임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비생산적이라도 너무너무 재밌으니까! (아읭 씐나~~)
그래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나마 한 쪽 발이라도 자아실현로드에 걸쳐놔야지,
요 놈의 리프레쉬가 맘 편한 리프레쉬가 될 것 같거등요.
썅 나도 쫌 속시원히 외쳐봤으면 좋겠다!!!!
야!!!!!!! 취미는 취미일 뿐이야!!!!!!!!!!!!!!! 너나 잘 해!!!!!!!!!!!!!!!!!!!!!!!!!!!!!!!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추천 먼저하고 정독 ㅋ
인간은 문화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문화를 즐겨야죠. 심지어 고대인들도 벽화는 그렸습니다.
선진국으로 갈 수록 문화에 쏟는 비용이 커지죠. 취미에 생산력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먹고 살기 힘든 후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면인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취미에 대한 인식이 좋진 않았지만 제가 최근 살펴보기론
점점 취미에 쏟아붓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생각됩니다.
좋아하는 것 없이 오로지 콘크리트 회색종이갑 상자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면 굳이 인간으로
태어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정독 했습니다. 지금 제 상황과 거의 일치 하는거 같네요.ㅜ 근데 한편으로는 걱정 되는것도 사실이긴 합니다.ㅜㅜ
사실 취미는 비생산적이죠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소설책을 읽고 만화책 보고 게임하고 생산적이지 않죠 생산이란건 노동과 맞닿아 있고 취미는 노동과는 반대의 의미니까요 그래서 취미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은게 참 안타까워요...취미 자체로는 비생산적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생산하는 대부분은 그 비생산적인 취미에 기대는게 많으니까요...생산을 하려면 비생산적인 소비가 필요한것인데...그걸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지면 좋겠어요
이야~ 얘기를 듣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중얼중얼 / 그건 기계에 해당되는 논리 아닐까요? 기계라면 생산과 관계 없는 일을 하면 비효율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기계처럼 24시간 돌릴 수가 없는 것이고 취미생활이라는 리프레쉬를 통해서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취미를 생산과 직접관련 없다하여 단순히 비생산적이라고 할 순 없는것 같습니다
제글을 다 읽으신거죠??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그 비생산적인 취미생활이 필요하고 그리고 많은 생산적활동이 비생산적이라는 취미에 기대고 있다는 말입니다 별로 다를바 없는 의견같은데....취미가 비생산적이다 라는 것만 보시는건 아닌지 생각 되네요
중얼중얼 / 아 네. 제가 오해한 부분도 있구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네요. 님은 경제학적 관점으로 취미를 비생산적인것이라 규정하시고 이해해줘야 한다라고 말씀 하신거고 저는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인간이 생산을 하기 위해서 취미활동이 꼭 필요하므로 취미를 비생산적인 것이 아닌 생산성의 연장으로 정의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결국 같죠? ㅎㅎ
취미활동은 매우 필요하다라는건 같은 것이죠
잘 읽었습니다 ^^
취미에 생산적일 필요가 없죠. 뭔가를 생산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소비하려고 취미생활을 하는건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직접 작성하구 있구요, 석졸업니다. ㅋ
취미는 리프레쉬니까 비생산적이어도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너무 헛되이 보내 발전이 없고 결국 남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음~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구가 생기고 나서 밤에도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을 전 정말 엄청 엄청 엄청 엄청난 혜택과 축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게임도 마찬가지.
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고도의 기술력과 뛰어난 상상력이 결합돼 창조된 이런 멋진 (가상)세계를 즐길 수 있는 건 엄청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기지 않는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해요.
전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같은 게임을 하면서 감정과 낭만을 공유합니다.
게임은 '컴퓨터로 할 게 그거 밖에 없냐?' 의 수준을 지난지 한참 오래입니다.
사실 비생산적이죠 . 근데 생산적이지 못하면 그게 비생산적인거냐 그건 아니죠
게임 = 취미 라는 공식이라면 딴지걸게 없죠. 게임하면서 빠지면서 시간을 더 투자하고 현질하는등 파생되는 문제때문에 좋게 안보는거죠.
현재 우리 나라에서 게임을 취미로가지면 안좋은 시선이 문제 인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도 알럽 카페 오래전에 가입하고 농구 좋아하지만 농구만하는 친구들이 게임하면 머가 좋냐 운동하면 몸이라도 건강해지지 하면서 게임하는 사람들 잉여인간 취급합니다. 그래서 저도 나이가 좀 있지만 몰래 몰래 합니다. 그래서 더 하고 싶구요. 이상합니다. 나쁜 짓도 아닌데 몰래 해야합니다.
아 어제 롤때문에 여자친구랑 대판싸웠는데 참 잘 읽게되네요...본업을 다 하면서 적당히 하면 리프레쉬인데 하.....
무명자님의 글을 읽다보면 무의식적으로 인식은하고 있었을지언정 머리속으로 정리? 정립이 되지 않았던 것들이 클리어해지는 느낌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아 그래..맞어 이런거였군' 항상 이러곤 합니다. 매번 정독하게 만드는 좋은 글 항상 감사하게 잘 보고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할 일을 하며, 취미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은 아무도 뭐라할 수 없겠죠?ㅋ 하지만 확실한건 게임을 오래할수록 지면 짜증나는 현실....이겨야 제맛인것 같아요
취미의 정의가 우선되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취미라면서 게임을 열시간하는 것을 취미로 볼 수 있을까요?
재미있는 건 다 돈 내고 해야된다던 말이 떠오르네요^^
무명자님도 롤을 하시는군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