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에 리그 MVP 모제스 말론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나자마자 필라델피아 식서스 구단에서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6년 13.2밀을 제시하며 그를 영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죠. 결국 식서스에 안착하게 된 모제스는 줄리어스 어빙과 함께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었습니다.
식서스가 이토록 간절히 모제스 말론을 원했던 이유... 꾸준히 우승권에 있었고 파이널에도 3번이나 갔던 팀이었으나, 리바운드는 리그 최하위 수준이었고, 레이커스의 압둘자바와 강력한 그들의 팀 리바운드에 항상 고배를 마셔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모제스 말론은 자신의 첫 MVP 시즌이었던 1978-79 시즌 이후부터 서서히 몸을 벌크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직전까지는 압둘자바를 만나면 사이즈 때문에 상당히 버거워했었는데, 1980년을 기점으로 압둘자바를 골밑 대결에서 넘어서기 시작했죠.
그리고 바야흐로 1980-81 시즌. 디펜딩 챔피언 레이커스가 매직 존슨의 무릎부상 여파로 살짝 삐걱거리며 정규시즌을 마감한 가운데, 모제스의 휴스턴 로켓츠는 플옵 1라운드에서 레이커스를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압둘자바와와 레이커스와의 대결에서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모제스 말론. 비록 레이커스의 우승 전력이 모두 건재했고, 휴스턴은 사실상 모제스의 원맨팀이나 다름없었지만, 모제스는 자신의 팀이 이번 시즌에 레이커스와 다른 강팀들을 모두 꺾고 우승할 거라며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는 시작됐습니다.
당시엔 1라운드가 3전 2선승제였습니다.
1차전에서 휴스턴은 모제스 말론의 38득점, 23리바운드 (11 오펜스), 4어시스트, 2블락샷의 괴물같은 활약에 힘입어 레이커스 원정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이런 스탯이 요즘은 흔해보이지만, 큰 점수가 나지 않던 80년대 초반 당시엔 임팩트가 엄청 컸었습니다.
레이커스 입장에선, 압둘자바, 매직 존슨, 자말 윌크스, 놈 닉슨 등 우승 주역 4인방이 모두 잘해줬으며 짐 촌스와 마크 랜스버거 등 백업 빅맨들까지도 최선을 다해 임한 경기였기에, 그 패배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휴스턴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자신들의 모든 것을 다 쏟아내며 레이커스가 가까스로 승리,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고, 이제 자기들 홈인 레이커스 포럼에서 시리즈 승부를 결정짓는 3차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제스 말론은 이 2차전에서도 33득점, 15리바운드, 2블락샷으로 여전히 맹활약을 했고요.
다음 GIF 영상들은 시리즈 3차전에서의 모제스 말론의 활약상을 담고 있습니다.
1, 경기 시작하자마자 압둘자바를 밀어내며 풋백을 성공시키는 모제스
압둘자바보다 10센티가 작았고 팔길이 차이도 많이 났지만,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 리바운드를 위한 자리를 선점해버리는 모제스 말론. 공을 자기쪽으로 툭 쳐내어 잡아내는 그의 전형적인 오펜스 리바운드 스킬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2. 모제스 말론의 훅 슛
많은 농구팬들이 모르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제스 말론은 훅 슛에도 매우 능했던 선수입니다. 스카이훅의 대명사 위로 베이스라인 훅슛을 매끄럽게 성공시키는 모제스의 모습입니다.
3. 수비 리바운드에 이어 점프슛으로 레이커스의 기를 꺾는 모제스
골밑에서 리바운드 싸움도 안 되고, 골밑을 봉쇄하면 저렇게 미드레인지 점퍼를 터뜨려버리고... 저 플레이가 성공했을 때, 매직 존슨이나 레이커스 팬들이 사기가 저하된 듯한 고개짓들을 보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모제스 말론은 더욱 더 사기가 올라갔겠죠.
4. 압둘자바가 힘에 겨워하자 모제스와 같은 사이즈의 짐 촌스를 붙여봤으나...
짐 촌스는 모제스 말론과 신장이나 체중이 같았던 힘좋은 백업 빅맨이었습니다. 수비력도 좋았던 터프가이였고요. 그를 모제스에게 붙이자마자 모제스는 매우 저돌적으로 골밑 공략을 해댔습니다.
"모제스를 제어하려면 그나마 사이즈에선 그를 어느 정도 압도하고 들어가야 가능성이라도 있다"... 라고 한 어느 기자의 말처럼, 비슷한 사이즈의 빅맨 수비는 모제스에겐 그냥 놀이터였습니다.
5. 매직 존슨의 마지막 슛이 불발되면서 시리즈 업셋을 완성하는 휴스턴 로켓츠
시즌 40승에 불과했던 로켓츠가 시즌 54승의 레이커스를 업셋시키는 순간입니다.
80년대 레이커스가 딱 두 번 업셋당했는데, 그 두 번이 공교롭게도 모두 휴스턴 로켓츠였죠. 81년엔 모제스 말론이, 86년엔 올라주원/샘슨 트윈타워스가 이끈 팀에게 디펜딩 챔피언 레이커스가 무너졌던 것입니다.
집중수비를 받은 모제스는 이 경기에서도 23득점, 15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락샷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89:86으로 휴스턴 로켓츠의 승리.
레이커스를 업셋시킨 휴스턴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고, 모제스 말론의 주가는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습니다. 그 다음 시즌이 81-82 시즌엔 정말 몬스터리고 표현할 만한 시즌을 보내며 모제스가 자신의 두번째 MVP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됩니다.
그 81-82 시즌의 개막전 경기가 바로 휴스턴 대 레이커스의 리매치였습니다.
81-82 시즌 개막전에서의 모제스 말론의 활약상을 다음 영상들에서 담아봤습니다.
6. 압둘자바의 골밑 슛 블락하는 모제스 (1)
7. 압둘자바의 골밑 슛 블락하는 모제스 (2)
8. 압둘자바와 밋치 컵책 사이에서 야수처럼 리바운드 잡아 풋백에 성공하는 모제스
9. 레이커스 수비수 4명이 둘러쌌으나 점프슛을 성공시키는 모제스
압둘자바, 랜스버거, 매직 존슨, 마이클 쿠퍼, 4명이 모제스를 막습니다. 진기한 장면이죠. 경기 막판이었고, 모제스가 슛을 쏠 거라는 걸 알았기에 휴스턴의 다른 선수들은 다 놔두고 모제스에게만 4명이 들러붙었습니다.
그런데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모제스... 레이커스 선수들이나 관중들이나, 모두 자괴감이 들었을 겁니다.
10. 게임위닝 버저비터로 또 다시 레이커스의 원정승리를 이끄는 모제스
112 대 111로 레이커스가 앞서있던 상황, 시간은 8초가 남아있었고 휴스턴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작전은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모제스에게 공 주고 다들 자리 비켜주기.
모제스에게 공이 투입되지 못하도록 밋치 컵책이 엄청난 육탄수비를 펼쳤으나, 결국 공은 모제스의 손에 들어갔고, 압둘자바, 매직 존슨, 밋치 컵책, 이 세 선수가 둘러싼 상황에서 모제스가 결승골을 작렬시키고 맙니다.
113:112, 또 다시 휴스턴의 레이커스 원정경기 승리. 2차 연장까지 갔던 혈투였습니다.
모제스 말론은 이 경기에서 36득점, 11리바운드, 3어시스트, 4블락샷의 활약으로 다시 한 번 그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1년 전, 그에게 당한 업셋을 만회하고자 총력전을 펼친 레이커스였지만, 역시 이번에도 모제스의 벽을 넘기엔 부족했습니다.
이만하면, 왜 식서스가 모제스를 잡으려고 그토록 혈안이 됐었는지 누구라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에필로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락다운 기간이라 시간이 좀 나서, 모제스 말론의 휴스턴 시절에 대한 썰을 잠시 풀어보았습니다. 멋진 장면들이 많은데, 한 게시물에 올릴 수 있는 GIF가 10개로 한정이 되어있어서 영상들을 다 못올린 게 안타깝네요. 저는 이제 운동하러 나갑니다. 다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첫댓글 오늘도 잼난글 고맙습니다~
말론이전의 강한말론이였네요
플레이가 엄청 세련된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플레이가 세련되지 못한 걸로 유명했죠. 스타일이 너무 투박했다고...
항상 양질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박사님
고맙습니다.
요즘에는 왜 이런 스탈이 없을까유
빅맨 중심의 농구 스타일에서 트랜드가 바뀌어서 그렇죠. 개인적으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특히 센터들도 3점슛을 연마해야 한다는 점이...
몸이 크지 않아서인지 샤크와 같이 절망적으로 압도적인 모습으로 보이진 않지만
에너지와 포스가 장난아니네요
바클리와는 또다른 느낌이군요
특히 리바운드 잡은 볼은 누가 빼앗을 생각을 못하겠습니다 ㅎㅎ
보통 이런 스타일의 선수는
왠지 클러치 상황에서는 주 득점원이 아닐것도 같은데
승부사 기질도 있었나보네요!
같은팀으로 코트에 있으면 상당히 든든한 선수일것 같습니다
샤크나 바클리처럼 축복받은 몸은 절대 아니었지만, 대신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저돌적인 자세, 그리고 근성으로 경기 내내 상대방을 몰아붙이던 스타일입니다.
클러치 상황에도 공이 많이 투입됐었죠. 어떻게든 우겨넣거나 자유투라도 얻어냈으니까요. 자유투 성공률도 매우 높은 빅맨이었고요.
말년에 샤킬 오닐과 맞붙었던 적이 두어번 있었는데, 40살의 모제스였지만 골밑 몸싸움에서 샤크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라고 외쳤던 기억이 있어요.
이전에 박사님이 올려주신 모세 움짤중에서 하프라인정도부터 드리블시작해서 스핀무브하면서 수비수제치고 더블클러치로 득점하는 걸 본적이 있는데 보자마자 탄성이 나오더라고요. 슬램덩크의 신현철은 올라주원이 아니라 모세가 모티브인가 싶을 정도로요ㅎㅎ 그리고 82년에 연간 2밀이 넘는 연봉이면 난리났었겠네요. 제기억에 놀란 라이언이 80년에 MLB최초로 1밀연봉받는다고 화제였다고 했던거 같은데요. 불과 2년후에 그 2배라니
당시 모제스 말론의 연봉은 한국 신문들에서도 대서특필 했었죠. 그 당시엔 한국에까지 알려져있지는 않았던 선수여서 그를 '모세 말론' 이라고 표기했었습니다.
사실 제대로 발음하면 '모우지스 멀론' 이죠.
박사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초짜인 제가 보기에는 발 위치의 정교함이나 민첩성이라던지 풋워크가 정말 좋은거 같네요 블락할때도 예상했다는 듯이 움직이고 점프슛 쏠때도 계산한듯이 실행하는게 대단하네요 모제스는 재능형일까요 노력형일까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역대 센터들 중 탑 6~7 안에 들어가는 선수가 그저 노력형이었다고 하면 욕먹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모제스가 노력형에 더 가까운 선수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천부적인 점프 타이밍이나 포지셔닝 센스, 근성, 이런 건 어느 정도 갖고 태어나는 거겠지만, 비쩍 마른 저체중형 빅맨이었는데, 이런 몸을 노력을 통해 오히려 파워형 센터의 몸으로 만든 것이나, 작은 손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엄청난 악력 훈련을 했던 점, 그리고 신체적으로 밀리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오프시즌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력/지구력 훈련을 했던 선수였다는 점에서요.
타 레전드 빅맨들의 재능과 노력의 비율이 6:4, 5:5 정도였다면, 모제스는 재능과 노력의 비율을 4:6 또는 3:7 까지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번 짤 수비리바운드 강렬하네요. 근처에 가기도 무섭습니다.
1라운드가 7전 4선승제가 아닌 점이 약간 행운이 따르긴 했지만, 이듬해부터 카림은 엘빈헤이스와 함께 더이상 더블더블 10위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되죠 1245 클럽 멤버는 엘빈헤이스, 카림압둘자바, 모제스말론, 하킴올라주원 4명인데 모제스만 30세 이후 60더블더블 기록이 없는건 좀 매우 아쉽다고 생각해요 그건 노익장을 드러내주는 상징품같은 기록이라고 생각해서요.. 윌트 체임벌린에 이어서 커리어 통산 더블더블 2위찍었으면 지금보다 평가가 훨씬 올라갔을거라 확신합니다. 올느바 10회, 더블더블 역대 2위인 1008개 달성 실패 요 두개가 모제스 팬으로서 가장 원통(?)한 기록들이라고 생각해요 30세 이후 모티베이션을 잃으면서 하킴, 유잉, 패리시 등에게 밀린 점은 본인 실책이라 할말이 없지만 8년차에 벅윌리엄스에게 당한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점도 참 아쉽네요.. 그시즌 마지막날 셀틱스선수들이 시즌 종료경기뒤에 네츠 선수들과 식사후 벅윌리엄스에게 너 왜그렇게 빡세게 뛰었냐 시즌 막게임인데 하니까 자신은 식서스를 잡기 위해 할수 있는 모든걸 했다고 그 시작이 모제스말론보다 총공리 더잡는 거였다고 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시리즈에서 공리 3개
를 더 잡으면서 식서스를 상대로 원정 3승에 3-2로 올라갔죠 정규시즌 공리개수도 벅윌리엄스가 3개 더 많았고, 그는 리바운드 잡을때마다 모제스에게 트래시토크로 내가 더 좋은 리바운더다라고 도발을 했고, 84년 1라운드 패배 이후의 모제스는 하킴과 바클리에 신경을 쓴점도 있지만 더이상 과거의 그라고 보긴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바클리나 하킴이 형님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해주지 못해서 그들에게 신경쓰느라(?) 본인 관리에 소홀해진 점도 없잖아 있겠지만요. 85년의 실망스러운 시즌부터 해롤드 캐츠와의 불화도 있었지만 이후 불리츠에선 밥페리, 케빈로리, 웨스언셀드와, 홐스에선 프라텔로와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점도 아쉬운 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바클리와 헤어진 이후 더블더블이 더 줄었던 점은 바클리 때문에 더블더블개수가 줄었다는 게 거짓말(?)이었고 그냥 모제스 실력이 줄었다는걸 입증해준 것이었으니까요.. 불리츠에서의 그 기록이 우울한 팀분위기였다면 홐스는 그그컨 외에는 전구단 5할승률, 디비전우승도 한 강팀이었는데 거기서도 패리시에 밀린 모습을 보여준건 커리어 후반기 모습은 높은 평가를 받기 힘든 요인이라고 봅니다. 외적 사정이 없는 선수는 없고,
@Statistics 무언가를 할수 없는 이유는 수백가지지만 해야할 이유는 단 하나, 성공하기 위해서라는게 슈퍼스타의 숙명이라면 그걸 달성하지 못했으니까요..
댓글 내용에 다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모제스 말론이 30대에 들어서면서 일찌감치 노쇠화가 시작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전히 리바운드 잘 잡고 올스타에도 선정됐지만, 78년부터 84년까지 보여준 그 포스는 86년부터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죠. 깡마른 몸을 엄청 벌크업하고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몸싸움과 열심히 뛰던 스타일이다 보니, 몸이 갑자기 축 났다 라고 생각이 됩니다. 실제나이는 35살이었어도, 신체나이는 60에 가까웠다고 하죠.